피정을 다녀와서 읊다 

신선은 틀림없이 남쪽 먼 바다로 옮긴 것이 분명해,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영주를 헤아릴 수 있겠어?
4.3 떠도는 혼백은 아직도 돌아오지 못하는데,
강정 백성들은 함선의 불빛에 두려워 떨고 있네.
여행객은 일상에서 벗어남을 기뻐하고 즐기지만,
순례객은 핵항공모함이 들어섬을 비통해하네.
풍우에 시달리는 이웃에겐 함께 젖는것이 좋다고 했지,
나도 탐라에 평화가 오래 지속되기를 기원하네.  
 
避靜詠吟(피정영음)

神仙的實移南洋(신선적실이남양)
不然則瀛洲何量(불연즉영주하량)
四三迷魂未返葬(사삼미혼미반장)
江汀黔首懼船光(강정검수구선광)
旅行歡樂日常脫(여행환락일상탈)
巡禮悲痛入核航(순례비통입핵항)
沐雨與隣同濕好(목우여린동습호)
吾願耽羅平和長(기원탐라평화장)
 
瀛洲(영주), 耽羅(탐라) : 제주의 옛 이름. 迷魂(미혼) : 구천을 떠도는 혼백. 返葬(반장) : 바깥에서 죽은 시신를 집으로 모셔와 장례 치르는 것.
黔首(검수) : 머리가 새까만 사람. 일반 백성. 沐雨(목우) : 풍우에 시달리는 것.
 
 
수사님 감사합니다.
난생 처음 피정에 갔다가 예수님을 만나고 왔습니다. 가장 행복했고, 비통했고, 감격스러운 날들이었습니다.
산과 들과 바다가 아름다운 제주. 옛 이름 瀛洲(영주)는 신선이 사는 섬이라는 뜻입니다.
수사님과 함께 한 피정 중에 만난 4.3평화공원과 강정마을에서 저는 이 아름다운 섬에 더 이상 신선이 살고 있지 않나라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70년 넘게 구천을 헤매는 원혼은 아직 돌아오지 못했는데, 강정에는 전쟁 준비가 다 되었음에도 무심하게 지냈던 것에 후회하고, 문정현 신부님의 강정을 지키기 위해 애쓰시는 모습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지금 글을 쓰면서도 울컥 하는군요. 
이 느낌을 한시로 지어보자, 버스에 타면 옥편을 펼치고, 스마트폰과 씨름하며, 집사람의 눈총을 견뎌내면서 칠언율시 한 수를 지었습니다. ㅎㅎ
제주, 순례, 평화 세 단어에 초점을 맞춰 이제서야 초안을 완성했습니다만 아직도 퇴고에 퇴고를 거듭해야되는 졸작입니다.
그래도 빨리 예수님께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서둘러 보냅니다.
장종식 율리아노, 윤옥상 이레네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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