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012 연중 제 27주간 금요일(루카 11, 15-20)

 

찬미 예수님!

 

중국 당나라의 '도림'이라는 수행자는

항상 높은 나무 위에 앉아 수행에

임하곤 했습니다.

 

어느 날 유명한 시인이자 높은 관직을 가진

'백거이'라는 사람이 도림이 수행하는

나무 밑을 지나가다가 도림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그 높은 곳에서 수행하고 있으면 불안하지 않습니까?

자칫 실수해서 떨어지면 크게 다치지 않겠소?"

 

도림은 웃음 띤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저보다는 그쪽이 훨씬 불안해 보입니다.

그렇게 계셔도 괜찮습니까?"

 

백거이는 도림에게 대답했습니다.

"괜찮지 않을 게 무엇이오?

나는 높은 관직에 드높은 명성을 가지고 있소.

불안할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러자 다시 도림은 백거이에게 말했습니다.

"그 높은 벼슬과 명성의 자리에서 떨어지기 시작하면

내가 나무에서 떨어지는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큰 고통과 상처를 얻게 될 텐데 어찌 불안해

하지 않을 수 있습니까?"

 

도림의 지적에 백거이는 당황해 물었습니다.

"그러면 불안을 떨치기 위해 어찌하면 좋겠소?"

 

도림은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습니다.

"항상 착한 일과 좋은 일만 하면 됩니다.

나의 대답이 너무 뻔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항상 착한 일과 좋은 일만 하는 것보다

어려운 일은 이 세상에 없습니다.“

 

 

오늘 주님께서는 벙어리 마귀를 쫓아내십니다. 그러자 군중 가운데 몇 사람이 저자는 마귀 우두머리 베엘제불의 힘을 빌려 마귀들을 쫓아낸다.”하고 말합니다.

 

베엘제불은 마귀로 간주되며 사탄과 동일한 존재로 여겨집니다. 지금 군중 몇 사람은 주님을 악마의 힘을 빌린, 어둠의 편이라고 시기하고 모함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하늘에서 내려오는 표징을 요구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방금 눈앞에서 벙어리 마귀를 쫓아내서 병을 치유한 기적을 보고서도 그들은 주님을 믿지 못하는 것입니다.

 

우리 속담에 미운 놈 고운 데 없고, 고운 놈 미운 데 없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기존의 율법과 관습, 그리고 자신들이 차지한 명예, 기득권 안에서 이들은 한 치도 물러나고 싶지 않습니다. 인간의 힘이 아닌 초자연적인 힘이 작용한 기적 앞에서도 그들은 그것을 하느님에게서 온 것이 아니라 어둠에서 온 것이라고 강변하고 싶어 합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지금 당장 주님께서 재림하셔서 예전과 같은 가르침을 이 세상에 똑같이 펼친다고 하면, 우리는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아마 쉽지만은 않을 겁니다. 지금 우리가 믿고 있는 종교도 역사와 시대적 상황에 맞춰온 것도 사실이고, 그분의 직제자라고 할 수 있는 성직자나 수도자들이 안타깝게도 복음에 모든 것을 집중하는 삶을 산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내 편에 서지 않는 자는 나를 반대하는 자고, 나와 함께 모아들이지 않는 자는 흩어 버리는 자다.”라고 주님은 말씀하십니다. 그러면서 더욱 무서운 비유를 말씀하십니다. 더러운 영이 나갔다가, 자기보다 더 악한 영 일곱을 데리고 그 집에 들어가 다시 자리를 잡는다는 말씀입니다. 참 무서운 말씀입니다. 우리가 어디에 마음을 두고 있는지 그러다가 그 마음을 잠깐 놓치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시는 말씀 같습니다.

 

오늘 복음은 또 예수님이 조금 화가 나 있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아무리 하느님에 대해서 보여주고, 가르쳐도 그래도 믿지 못하는 그들에게 기적까지 보여주어도 그들은 요지부동입니다. 병을 고치고, 마귀를 쫓고 심지어 죽은 이들을 살려도 그들의 마음은 굳어있습니다. 그리고 오늘처럼 마귀의 힘을 빌려서 마귀를 쫓는다는 얼토당토 않는 모함을 합니다.

우리도 가끔 관계를 맺다가 서로 불편해지고, 언쟁을 하게 되면 막말을 할 때가 있습니다. 순간적으로 그 상황을 이기려고 말도 안 되는 억지를 쓸 때가 있습니다. 물론 그 사람이 미워서, 또 내가 자존심이 상하는 순간을 모면하려고 내뱉는 말이지만 돌아서면 참 부끄럽습니다.

우리가 신경을 써야 할 대상은 인간이 아니라 하느님 앞인데 말입니다. 마음까지 보시는 하느님 전에 부끄럽지 않도록 오늘도 하루를 성찰해 보아야겠습니다. 눈앞에서 하느님을 보고도, 기적을 보고도 변치 않는 그 돌같이 굳은 인간 본성을 똑같이 지닌 우리이기에.

 

그분께 눈처럼 희게 해 달라고, 살처럼 부드럽게 해 달라고 다시 청해봅니다. 오직 그분만이 이 약하고 강퍅한 내 마음을 달래주십니다. 그 손끝으로 변화를 주십니다. 그러하기에 그분은 나의 주인, 나의 주님이십니다.

 

내 편에 서지 않는 자는 나를 반대하는 자고, 나와 함께 모아들이지 않는 자는 흩어 버리는 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