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914 성 십자가 현양축일(요한 3, 13-17)

 

찬미 예수님!

 

성당 성물방에서 십자가를 팔고 있었습니다.

어떤 순례객으로 온 자매님이 순교하신 신부님의 십자가를 사면서 말하였습니다.

이 십자가를 사면 신부님께서 짊어지신 십자가를 제가 짊어질 수 있나요?”

그러자 성물을 판매하던 자매가 겸손하게 말하였습니다.

신부님의 열정과 믿음을 본받을 수 있겠지요. 그리고 자신의 십자가를 더욱 열심히 짊어지고 예수님께로 나아가려고 노력하겠지요. 자신의 십자가를 사랑할 때, 더 기쁘게 신앙생활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자 그 자매님이 또 말하였습니다.

! 사실 저도 제가 사랑하는 십자가가 하나 있거든요. 혹시 필요하면 제가 이 성당에 드릴까요?”

무슨 말씀이세요?”

그러자 그 순례객은 자신의 남편을 불렀습니다.

 

여보 이리 와봐요. 이 사람이 저의 남편인데요. 저의 큰 십자가랍니다. 혹시 이곳에 필요하시면 봉헌하고 가려구요.”

 

가로와 세로의 십자(十字) 모양으로 교차되는 2개의 나무로 이루어진 십자가는 원래 이집트, 카르타고 등의 고대 동방(東方)에서 죄인의 양 팔과 발에 못을 박고 매달아 처형하던 도구였으나 이 형벌이 로마제국에 유입된 뒤 그리스도가 십자가 위에서 죽임을 당하자 그 후로는 십자가는 인류의 속죄를 위한 희생 제단, 죽음과 지옥에 대한 승리, 그리스도를 신앙함으로써 당해야 하는 고통 등을 상징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십자표시()는 그리스도교 이전의 원시 종교들에서부터 태양, , 생명의 나무, 종합, 중심, 완전 등 영원한 생명력을 가진 존재의 상징이었습니다.

신학적으로 십자가는 계시(啓示)의 신비로 파악되며, 예수 자신도 "나를 따르려는 사람은 누구든지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 (마태 16:24)고 말하며 죽음과 부활에 대한 십자가의 신비를 깨우치도록 가르쳤고, 또한 사도 바오로도 그의 서한들(로마 5:8, 고전 1:17, 갈라 4:16, 필립 2:6-11) 속에서 십자가의 신비를 주요한 테마로 다루었습니다.

십자가에 대한 공경은 4세기 초 그리스도교가 공인된 뒤부터 시작되었는데,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어머니 성녀 헬레나(Helena)에게 십자가가 발현하고, 이어 320년에서 345년 사이에 골고타에서 예수님이 2명의 도둑과 함께 못 박혔던 2개의 십자가가 발견되어 이를 안치할 십자가 성당과 부활 성당이 예루살렘에 건축되었고, 335914일이 양 성당의 헌당식 축일로 제정되자 십자가는 그리스도교의 공경 대상으로 인정되기 시작했고, 그레고리오 대교황 때엔 로마교회에도 전해졌습니다. 그 뒤 692년 트룰라눔(Trullanum) 교회 회의를 통해 십자가 공경은 강화되었고 787년 제2차 니체아 공의회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오늘 복음에서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다. 하느님께서 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세상을 심판하시려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아들을 통하여 구원을 받게 하시려는 것이다.” 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그렇습니다.

십자가는 이제 우리에게 세상을 구원하는 상징이 되었습니다. 십자가는 아픔과 슬픔을 떠오르게 하지만 또한 그 십자가는 부활을 위해서 필수적으로 거쳐야하는 구원의 열쇠이기도 합니다.

이 시대에 아니 온 세기를 통해서 십자가는 그리스도인에게 구원을 위한 화두였던 것입니다. 그것이 주는 고통의 의미와 더불어 그것이 주는 구원의 의미를 묵상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인간은 나약하고 불완전한 존재입니다. 그리스도인은 그 자각의 끝에서 그리스도를 주님, 나의 주인이라고 고백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그 십자가를 기꺼이 지고서 그리스도를 따르겠다고 약속한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십자가는 늘 우리에게 그리스도 예수를 떠오르게 하고, 그분의 도움을 겸손되이 청하게 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십자가를 사랑해야 합니다. 정이 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십자가를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애틋하게 끌어안고 가야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 십자가를 통해서 우리는 늘 주님과 함께 있음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또한 십자가는 인간의 악을 여실히 드러내 보여주는 상징입니다. 인간이 얼마나 잔인하게 타인을 고통 속에서 벌하고 죽게 하는지, 또 십자가에 달리신 무죄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우리는 인간 본성 안에 웅크린 어둠과 죄와 악을 봅니다. 십자가에 매달리신 예수님은 바라보면서 우리는 우리 안에 있는 어둠과 악을 다 봉헌하려고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악을 솔직히 주님 앞에 다 드러낼 때 우리는 그분께 감히 청할 수 있을 것입니다. 도와달라고, 살려달라고. 제발 저와 함께 해 달라고.

 

하느님께서 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세상을 심판하시려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아들을 통하여 구원을 받게 하시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