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나라가 당장 나타나는 줄로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미나의 비유를 말씀해주고 계십니다. 여기서 예수님의 비유가 누구를 대상으로 하는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한번 생각해보아야 하겠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임금은 예수님을 비유하고 있습니다. 먼 고장으로 떠나게 되었다가 다시 돌아온 임금의 모습은 아마도 십자가에 못박혀 죽으시고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승천하시어 성부 오른편에 앉으셨다가 세상 마지막 날에 다시 재림하심을 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먼 길을 떠나기 전에 자신의 종들에게 미나를 맡기는 모습을 보면,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소명을 주시고 그들을 세상에 파견하시는 모습을 떠올리게 됩니다. 결국 그리스도의 제자 즉,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할 책임이 있는 이들이 어떤 모습으로 살아야 하는지 일러주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오늘 복음에서는 왕권을 받아오려고 먼 고장으로 떠나게 된 어떤 귀족이 한 미나씩을 열 명의 종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중 어떤 종은 한 미나로 열 미나를 벌었고, 또 다른 종은 한 미나로 다섯 미나를 벌어들였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또 다른 종 하나가 등장하는데 이는 자신이 받은 미나를 수건에 싸서 그대로 보관만 하고 아무 일을 하지 않아 주인의 노여움을 사게 됩니다. 이처럼 복음 말씀에서 주인에게 충성하고 자신의 미나를 가지고 최선을 다한 사람들은 주인이 돌아왔을 때 그 행실대로 10, 5배의 상을 받게 되었고, 그렇지 못한 이는 주인의 노여움을 사게 되어 결국 심판 받게 됨을 전하고 있습니다. 이어서 주인의 말을 통해 성실하게 결실을 낸 사람은 더 받아 넉넉해지고, 게으르고 결실을 내지 못한 사람은 받은 것마저 빼앗길 것이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처럼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제자를 세상에 뽑아 세웠으니, 가서 풍성히 수확을 맺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오늘 미나의 비유를 통해 다시금 어떻게 제자의 삶을 살 것인지 고민해 보아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주인의 의도를 알아채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복음에서 아무일을 하지 않은 채 미나를 수건에 싸서 보관해 두었던 이의 변명을 듣게 되면, 그가 주인을 얼마나 오해했는지 잘 알 수 있습니다. 그는 주인이 두렵다는 이유로 주인이 자신을 믿고 맡겨둔 것을 아무런 시도도 하지 않고 그저 방치만 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주인의 의도대로 행하기 위해서는 어떤 행위를 하기 이전에 스스로에게 물음을 던지고, 그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함을 알게 됩니다. 삶의 방향이 올바르지 않고,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퇴보하는 것은 결국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의 탓을 남에게 돌리는 종과 같습니다. 예수님께서 종을 책망하시는 것은 단순히 그가 돈을 벌지 못해서가 아니라, 삶에 대한 통찰력 없이 제자된 삶을 살아내지 못한 것에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단순히 주인의 의도를 몰라서 못했다기보다는, 일부러 그 삶에 뛰어들려 하지 않았는지도 반성해야 합니다. 참된 길을 선택하여 한발짝 한발짝 발을 내딛는 것은 참으로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오늘 제1독서의 일곱 아들의 죽음을 용감하게 견디어내며 신앙을 고백한 어머니의 모습자신을 희생 제물로 바쳐 신앙을 증거한 성녀 체칠리아 동정 순교자의 모습에 대해서 다시금 묵상하게 됩니다. 우리가 스스로를 매일 고민하고 성찰하며 좋은 질문과 좋은 답을 구하려 노력하지 않는다면, 위기의 순간에 주인의 말씀을 온전히 행하기가 어렵게 됩니다.

   서두에 언급했듯이 예수님께서는 이 비유의 말씀을 하느님의 나라가 당장 나타나는 줄로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들려주십니다. 주님께 희망을 두고 당장 구원이 올 것이라는 기대에 가득 찬 이들은 예수님을 따라 열렬하게 예루살렘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 걸으신 십자가의 길은 진정한 제자의 삶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함께 동행하기 어려운 길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결국 예수님께서는 예수살렘에 이르시어 수난의 길을 완성하셨지만, 제자들은 이 길을 함께 걷지 못했습니다.

   복음은 마지막에 이르러, 자신을 반대하는 이들을 심판하고, 충성한 종들에게 보상의 잔치를 베푸십니다. 우리 역시 오늘 복음을 통해 다시금 제자된 삶을 묵상해보는 시간을 가져야 되겠습니다. 잠시 묵상하시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