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차 1028일 수요일 맑음

 

모들의 아침 얼굴들을 보니, 편안하다. 특히 박놀벨도 수사님도 원상회복되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하신다. 참 다행이다. 여행 중에 아프면 일행 모두가 고생인데...

 

아침식사는 해물 스파게티를 만들어 먹고 오늘의 예정대로 최안드레아 수사님이 운전하여 3시간 거리에 있는 루르드 성모님 발현지를 성지순례하기로 하고 참석자는 박놀벨도, 김바오로, 강베드로 수사님까지 4명만 떠났다. 루르드 기적수를 담아오라고 빈 물병을 여러 개 싸서 보냈다.

나와 오보스꼬 수사님은 루르드를 오래전에 순례를 했었기에 까르까손에 남아서 각자 점심해결하기로 하고 자유시간을 누리다가 오후 4시에 주교좌성당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나는 한숨을 더 자고나서 시내와 까르까손 성채로 가는 길을 나섰다.

오늘 나 혼자만의 계획을 세웠다.

첫째, 싼티아고 순례자용 여권(Credencial)를 만들어 보자.

둘째, 고장난 클라리넷을 수리할 수 있는 악기점을 찾아보자.

셋째, 성채를 관광한 뒤, 은인들과 친구들에게 줄 특별한 선물을 구입하자.

 

우선 프랑스어로 된 관광지도를 가지고 여행안내소를 무작정 찾아갔다. 그곳 안내하시는 분이 프랑스어 지도를 영어지도로 바꾸어 주며 친절하게 안내를 해 준다. 나는 싼티아고 순례자용 여권을 만들고 싶은데 어디가야 만들 수 있느냐고 물으니, 서점으로 가라고 알려준다. 다만 지금은 점심시간이니 오후 2시에 찾아가라는 것이다. 그럼 그때까지 무엇을 할까 하고 생각하다가 악기점을 찾아 가기로 작정했다. 길을 물어물어 시내 끝에 자리 잡고 있는 SOS악기점을 찾아가니 문밖에서 쳐다보는 나를 보고 주인장은 점심시간인데도 불구하고 문을 열어주며 악기상담을 해준다. 수리하는 전문가의 전화번호를 받아들고서야 편히 그곳을 나올 수 있었다.

 

공원에서 시간을 때우며 화창한 날씨를 만끽했다. 분수대의 물줄기를 역광을 받아 얼마나 다이아몬드 빛을 내던지, 눈이 다 부셨다. 성당을 찾아가서 성체조배를 고요히 하고는 시간이 되자 점심은 파스타 빵으로 간단히 요기하고 서점을 찾아갔지만 그곳에서는 순례자용 여권을 안만든다고 하면서 여행안내소를 알려준다. 참내... 다시 여행안내소에 가서 자세히 설명하니 이번에는 다리를 건너 성채 안에 있는 우체국으로 가 보라는 것이다. 나는 또 다시 성채에 있는 우체국을 터덜터덜 걸어 찾아가니 거기서도 만들지 않으니 시청으로 가 보라는 것이다.

겨우 시청에 가니 마침 사복수녀님께서 6유로를 내면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나는 흔쾌히 돈을 지불하고서야 내 인생 후반전을 위한 싼티아고 꼼포스텔라 순례자용 여권을 드디어 손에 쥘 수가 있었다.

야호~~~ 이제 또 다른 순례의 첫발자국을 뗀 것이다.

 

신명나게 여권을 가슴에 담고 성안으로 들어가서 여유롭게 성을 둘러보고 시간이 돼서 주교좌성당으로 발길을 돌렸다. 성당 앞에서 오보스꼬 수사님을 만나 순례자용 여권을 자랑하고, 전문악기수리사의 전화번호를 알려주고 클라리넷 수리에 대해 알아봐 달라고 했다. 전화를 하는데 한 20여분을 통화하는 것 같은데, 옆에서 느낌으로 오늘 수리가 될 수 없고, 혹시 다른 클라리넷으로 교환을 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도 해준다. 나는 상황이 틀렸구나 하고 전화를 끊으라고 신호를 주었건만, 무슨 이야기 내용인지 한참을 대화 나눈다. 프랑스 사람들의 수다(?)와 그것을 받아주는 오보스꼬 수사님의 인내심에 대해 나는 혀를 내둘렀다. 한국사람인 나는 성질 급해 속이 터져 죽는 줄 알았다.

수리가 된다는 거야 안 된다는 거야? 안된다면 안 되는 것이지 뭔 말이 그렇게 많느냐고... 집 열쇄를 받아들고 저녁 6시 미사 때 다시 만나기로 하고 또 각각 헤어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모퉁이에서 도미니카 공화국 아주머니가 운영하는 골동품상을 찾아 들어갔다. 여기에는 만물상이었다. 없는 것 없이 중고물품이 신기하게 많이도 쌓여 있었다. 20여 가지의 선물을 할인도 받은 100유로를 주고서 구입할 수가 있었다.

건전지 들어가는 촛불, 휴대용 숯돌, 사슴 브론즈 한쌍, 보석함 셋트, 알라딘 청동램프, 자수정, 작은성 지점토조각품, 책갈피, 루르드 성모상, 성안토니오상, 십자고상, 주석주전자, 시리아산 상자, 피노키오 나무장난감, 백조 유리조각그릇... 등등

 

집에 들어와 큰 가방에 오늘 구입한 선물을 포장하여 잘 정리해서 바닥에 챙겨 놓고서 다시 주교좌성당으로 미사를 드리러 갔다. 대성당이 아닌 옆의 소성당에서 20여명의 신자들이 모여 미사를 드린다. 성무일도를 함께 드린 후 미사를 드리는데 프랑스어로 드리는 미사강론이 무슨 소리인지는 하나도 듣지를 못하였다. 하지만 미사의 순서는 만국공통이라 정성스럽게 드릴 수가 있었다.

 

미사 마친 후 오보스꼬 수사님과 집에 돌아와 저녁을 간단히 해 먹고나니 루르드 순례 떠났던 수사님들이 돌아왔다. 저녁을 대접하는 동안에 옆에서 들으니 박놀벨도 수사님도 투덜, 김바오로 수사님도 투덜이가 되어서 들어온다. 에고 그 누군가 중개역할을 못한 여행이었는가 보다.

 

내일은 아침 일찍 식사를 하고 파리로 떠나기로 계획을 세우고는 모두 잠자리로 행했다.

루르드 기적수도 마셨으니, 내적 치유가 이루어지길 기도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