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차 1023일 금요일 쾌청

 

엑상프로방스 숙소에서 마리앙느의 제2대교구장 앵베르 주교님 기념성당과 생가를 순례하는 날이다.

교구청에 근무하고 계시는 총회장님께서 안내를 해주시기로 하여 아침식사는 요즈음 텔레비전 프로에 인기 높은 삼시세끼처럼 남아있는 재료를 가지고 죽을 끓였고 더불어 햄, 계란프라이를 곁들여 먹으니 아침이 편안하게 든든하다.

아침 8시에 출발하여 앵베르 주교님 기념성당으로 찾아가는 길은 조용한 마을길을 지나서 있으며, 1992년에 건립되었다고 한다.

 

사실, 자기네 동네에서는 앵베르 주교님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었다가 시성된 후 한국 순례단들이 이 시골까지 버스 대절하여 찾아오고 하니까 동네지역 사람들과 교구장님께서 놀라워하시며 자기네들이 해야 할 일은 기념성당을 건립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여 건립하게 된 경위라고 총회장님이 들려주신다.

성당 뒤편은 도미티코 수녀원처럼 장방형의 숙소가 있는데 현재 이주민 가족이 머물며 성당을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번 우리 수도회 황총원장 신부님이 이곳을 방문하여 이 지역에 우리 수도원을 세웠으면 하는 바램을 보였다고 들려준다. 이제 이 지역으로 이모이세 수사님과 김야고보 수사님 두 분의 사제가 12월말 경 선교를 나오게 된다. 잘 적응하여 살아가기를 기도드린다. 어느 교구 신부님이 선교하러 왔다가 몇 년 만에 떠났다고 하는 실패담도 들려준다. 조용하다 못해 쥐죽은 듯 고요한 동네처럼 느껴지니 혈기왕성한 젊은 사제가 머물기에 얼마나 답답했을까... 하는 헤아림을 가져본다. 침묵의 순교정신으로 머물러야 할 듯...

 

기념성당에서 만난 총회장님은 수더분한 이웃집 아저씨 같은 분으로 우리를 안내하신다는 것을 대단한 자긍심으로 느끼는 듯하다. 안내해주시는 동안 성실하게 설명해주시고, 생가에 가서는 우리 수도회가 만들어 드린 새남터 한강 모래 담은 부조가 생가벽에 불어 안내판과 나란히 붙어 있는 것을 가르켜 주신다. 앵베르 주교님께서 새남터에서 순교하셨기 때문이다. 이 생가는 현재 어느 일반사람이 살고 있는 현실을 알려주며 앞으로 기념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매입을 해야하지 않겠는가 하는 바램을 서로가 나누어 보았다.

 

생가에서 돌아와 기념성당의 경당에서 우리들만의 순례미사를 봉헌했다. 성가도 우렁차게 부르며 경건한 미사를 봉헌했다. 이제 몇 일 지나가는 동안 시차적응과 생활적응을 해가면서 점점 프랑스 교구장님들의 순교심신으로 빠져들어 간다.

기념성당 복도에는 그곳 주일학교 학생들이 기획한 앵베르 주교님의 순교에 이르는 선교생애가 인형 모형들로 만들어져 전시되어 있었다. 죽음을 각오하고 떠나는 선교여정이 상징적으로 정성스럽게 만들어져 있었다.

 

오후에는 그동안 게걸스럽게 먹어치워서 없어진 부식 등을 구입하기로 하고, 고장 난 오보스꼬 수사님의 휴대폰도 고치기로 하며 편안한 시간을 보냈다.

내일은 800를 가야하는 긴 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