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차 B 1022일 목요일 맑음

 

성요한 마리아 비안네 신부님의 사목성지 아르스를 떠나 3대 교구장 페레올 주교님께서 세례받은 성당이 있는 엑상 프로방스로 향하는 오늘의 일정이다.

 

오전에 아르스 성당 성요한 마리아 비안네 신부님께서 사셨던 사제관과 고백소 등 성당을 둘러보고 천천히 출발하여 약 400의 거리를 4시간 운전하여 엑상 프로방스로 향했다.

 

고속도로에서의 주행속도는 보통 시속 130로 되어 있고 간간이 속도를 줄이는 곳이 있으며 과속카메라도 있다고 하는데, 나는 도대체가 그 카메라가 어디에 설치되어 있는지 알 수가 없어서 과속으로 몇 번 지나쳤을 듯싶다. 우리가 귀국하며 오보스꼬 수사님 앞으로 과태료 청구서가 꽤 많이 날라 올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든다. 자신은 여태껏 과속으로 인한 청구서를 받아 본 적이 없고 함께 사목하고 있는 본당 주임신부님께서 여러 번 그런 청구서가 날라 오기에 자신이 주임신부님께 아니~ 이 돈이면 우리가 얼마나 부식을 잘 먹을 수가 있는데, 이렇게 과태료를 물게 운전하느냐고 타박과 함께 궁시렁(?)해 덴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제 자신 앞으로 과태료 청구서가 날라 오면 자신도 이제 그 반격을 받아야하는 수모를 당해야 한다며 애교어린 투정을 한다. 에고....미안해라... 그래서 속도 줄이라는 안내판이 나타나면 정규속도를 되도록 유지하며 운전하며 과속 카메라를 찾아보았더니, 웬걸~ 앞에서 찍는 것이 아니라 뒤에서 번호판을 찍는 것이란다. 앞 통수를 치는 것이 아니라 뒷 통수를 치는가 보다. ~~~

 

아르스에서 부터 날씨가 조금씩 흐려지더니 엑상 프로방스에 다가갈수록 점점 날씨가 꾸물꾸물 거리는 것이 비가 올 듯싶다. 이런 날씨에는 그저 기름 많은 돼지고기 숭덩숭덩 썰어 넣고 얼큰한 김치찌개 끓여서 소주한잔 하면 참 좋겠다고 차안에서 떠들어 댄다.

나는 이 갈망어린 식탐을 듣고, 좋다! 오늘 저녁 메뉴는 돼지고기 김치찌개다~ 하고 선포하니, 아이고~ 좋다 하며, 말씀만으로도 군침이 넘어간다고 고마워했지만, 이런 시골에서 어떻게 김치를 구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나는 자신 있게 아니 여태껏 우리 순례 중에 안 되는 일이 있었느냐. 모든 것이 성령과 함께 어려운 문제도 다 해결하고 다니지 않았느냐. 우리 믿음을 가져 보자고 허풍(?) 떨었다. 그러나 내심 나는 어디 가서 한국식자재를 살 수 있을까 하며 고민하기 시작했다. 분명 어느 마트에 한국산 음식재료들을 파는 데가 있을 것이라는 얄팍한 믿음에 기대어 볼 뿐이다.

 

늦은 점심을 엑상 프로방스 시내 들어가기 전에 해결하고 페레올 주교님께서 세례 받으셨던 성당에 도착하여 순례를 하였다. 고즈넉한 시골마을의 한가운데 있는 성당이었고, 묘지를 찾아가서 가족묘지에 모셨다는 묘지를 찾느라 우리 모두는 흩어져서 공동묘지를 다 뒤지고서야 페레올 주교님의 가족묘지를 찾아서 기도드리고 사진도 찍으며 담소를 나누었다.

 

시내에 인터넷 예약한 숙소에 도착하니 웬걸, 도저히 주차는 고사하고 정차 조차도 힘든 일방통행의 좁은 도로 옆이었다. 우리는 급하게 내려 실었던 짐들을 내리고 차는 주차하는 곳으로 이동시켰다. 서울 수도원에서부터 싣고 온 김야고보 수사님의 선교짐까지 계속 싣고 다니는데 전체 짐의 양이 거의 이민 온 살림살이(압력밥솥까지 준비)였다. 끌고 메고 들고...

 

겨우겨우 집주인을 만나서 시청 옆에 위치한 골목 건물의 3층과 4층을 사용하게 되는 숙소인데 어둡고 침대도 둘이 써야하는 장의자 겸용 침대였다. 이곳에서 이틀을 묵어야 하는데... 우선 첫인상이 안좋았지만(시내중심의 소란스러움과 열악한 침실구조 등) 우리들만의 주방을 가지게 된 것에 감사드리며, 젊은 두 수사님은 차량을 안전한 외곽지역으로 주차하러 나가고, 짐정리는 김바오로 수사님이 하시며 집을 지키기로 하고, 나와 박놀벨도 수사님과는 저녁준비를 위한 시장을 보기로 역할분담을 했다.

 

동네사람에게 물어물어 마트에 가니 알랑미가 보여서 쌀밥을 준비하였고, 상추와 돼지고기, 계란, 과일 등을 사기는 했는데... 문제는 어디에서 김치를 구입하느냐가 관건이었다.

 

그저 어슬렁 어슬렁 이 골목 저 골목 다니다가 혹시나 하는 성령의 바람에 이끌려 좁은 골목 안으로 들어섰는데, 우와~~~ 그곳에 중국인이 운영하는 조그만 상점이 보이는 것이 아닌가. 들어서는 순간에 낯익은 우리글이 적혀있는 상품들이 얼마나 신비롭게 보이던지... 조그만 김치통조림도 있어서 8통을 다 사고, 쌈장도 사고, 마늘 장아치도 사가지고 집에 들어오니 갑자기 부자가 된 기분이었다. 민생고를 해결한 듯.

 

오늘 저녁메뉴는 선포한데로 돼지고기 김치찌개로 요리해 놓고 상추쌈으로 저녁상을 차려 놓으니 주차하고 들어오는 수사님들의 코가 벌룸 벌룸 거리며 놀라워한다. 우 하하하~~~ 놀랐지 롱! 우리는 한다면 하는 대~한민국인 아니던가.

그날 저녁은 풍성한 이야기와 함께 하루의 피로가 다 풀리는 밤으로 이어졌다.

영성적인 욕구 성지순례는 그 다음이고, 우선 심리학자 머슬로의 이론처럼 생리적인 욕구인 의식주를 해결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