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복음나누기

의탁 베드로 수사의 9월 29일 강론

작성자
용진 조
작성일
2022-09-29 18:03
조회
7675

+ 찬미 예수님

오늘은 미카엘, 가브리엘, 라파엘 대천사 축일입니다. 천사들에 대한 신심은 동방 교회에서 먼저 시작되었는데요, 5세기경부터 서방 교회에도 전해져서 널리 퍼지게 되었습니다. 천사들은 악의 간계와 유혹에 맞서 사람들을 구해내고, 영혼들을 천국으로 인도하며, 교회를 수호해줍니다. 또한 하느님의 전령으로 기쁜 소식도 전하고, 사람들을 치유해주는 고마운 존재들이지요. 그중에서도 특별히 오늘 기념하며 공경하는 세 분의 대천사들은 성경에서 아주 중요한 순간마다 등장하여 구원역사의 중심에서 활동하셨습니다.

미카엘이라는 이름은 “누가 하느님과 같으냐?”라는 뜻을 지닌 히브리어에서 왔습니다. 전설에 따르면 사탄이 하느님께 반역했을 때, 미카엘이 사탄에게 던진 말이 바로 “누가 하느님과 같으냐?”였습니다. 가장 뛰어난 천사로 창조된 사탄이 스스로 하느님과 같이 되고자 하는 교만으로 타락하자 미카엘이 그에 맞서 천국에서 쫓아내었던 것이지요. 미카엘 대천사의 활약은 다니엘서, 유다서, 요한묵시록에서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가브리엘은 ‘하느님의 사람, 영웅, 힘’이라는 뜻으로, 주로 하느님의 전령으로 활약합니다. 그는 예언자 다니엘에게 나타나 그가 체험한 환시의 의미를 설명해 주었고(다니엘 8,15-26; 9,21-27), 루가 복음서에서는 즈가리야에게는 세례자 요한이, 성모님께는 예수님께서 탄생할 것이라는 소식을 알려 주었지요(루가 1,11–38).

마지막으로 라파엘은 ‘하느님께서 고쳐 주셨다.’라는 뜻으로, 예로부터 사람들을 치유해주는 천사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토빗기에 등장하여 토빗의 아들 토비야를 도와주고 악마 아스모대오스를 쫓아냅니다. 또한 요한복음 5장 1-4절에서 벳자타 연못 가의 수많은 병자들이 등장하는데요, 그들은 “이따금 주님의 천사가 그 못에 내려와 물을 휘젓곤 하였는데 물이 움직일 때에 맨 먼저 못에 들어가는 사람은 무슨 병이라도 다 나았기” 때문에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었죠. 벳자타 연못의 물을 휘젓는 ‘주님의 천사’는 일반적으로 라파엘 대천사라고 여겨지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현재를 사는 우리 수도원에서도 실제로 천사들이 많이 살고 있네요. 특히 우리 김주석 바오로 수사님께서는 천사들을 두 눈으로 직접 보시는 것으로 유명하십니다. “아이고, 우리 천사님이 또 왔네~” 혹은 “우리 천사님 키가 더 커진거 같애~”라고 종종 말씀하시지요. 또한 식사 후에 설거지할 때도 숨어있던 천사들이 등장합니다. 땀을 많이 흘리는 천사, 파스텔톤의 옷을 좋아하는 천사, 꼬불꼬불 파마를 한 천사 등등. 그리고 짬을 담당하는 천사도 있군요. 이렇게 천사들은 사람들을 도와줍니다. // 한편 요한묵시록 12장 10절에서 ‘이제 우리 하느님의 구원과 권능과 나라와 그분께서 세우신 그리스도의 권세가 나타나, 우리 “형제들을 하느님 앞에서 밤낮으로 고발하던 자가 내쫓겼다.’고 하늘에서 큰 목소리가 말하는데요, 이렇게 천사들은 사람들을 형제라고 부릅니다. 천사들은 주님이신 그리스도처럼 자신을 낮추고 사람들을 형제로서 섬깁니다.

하지만 미카엘이라는 이름의 유래에서 볼 수 있듯이, 천사들이 등장하면 타락한 어둠의 천사들을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지요. 가장 뛰어났던 천사가 마귀가 되었습니다. 하느님 앞에서도 고개가 뻣뻣하고 숙일 줄을 모릅니다. 악마들은 사람들과 형제가 되기는커녕 고발하고 이간질하는 자입니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을 비난하고 어떻게 해서든지 깎아내리려고 기회를 엿봅니다. 그들은 그렇게 해서라도 남보다 높아지고 싶은 마음, 결국 하느님보다 높아지고자 하는 욕망을 채워보려고 하지만 그것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교만하고 질투가 많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그런 생각을 주변 사람들에게 퍼뜨려 동조하도록 유혹하고, 덕에 나아가는 사람들을 질투하고 싫어합니다. 덧붙여 교부들은 마귀들이, 미카엘 대천사와 다른 천사들에 의해 세속적인 것들에서만 현명하고, 세속적인 것들에 희망을 두는 이들에게로 쫓겨났다고 말합니다(아를의 카이사리우스, 「묵시록 해설」 12,9).

이렇게 빛에 속한 사람들은 생각과 말과 행위들이 천사들과 닮아있지만, 어둠에 속한 사람들은 마귀들과 닮아있습니다. 사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나타나엘에게 “네가 무화과나무 아래에 있을 때 내가 너를 보았다”고 하신 것은, 아담과 하와가 최초의 죄를 짓고 부끄러워 몸을 가릴 때 무화과나무 잎을 엮어 두렁이를 만들어 입었던 것과 연관됩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예수님께서는 나타나엘을 부르시듯이, 어둠의 행실을 일삼으며 죄의 그림자 아래 있는 우리를 보시고, 우리 죄를 용서해주시기 위해 부르셨다고 이야기합니다(「설교집」,174,4). 이런 의미에서 악마를 정복한다는 것은 “깨끗한 마음과 바른 양심과 진실한 믿음에서 나오는 사랑”(1티모 1,5)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런 삶을 살 수 있도록, 매일같이 벌어지는 영적 전투에서 대천사들의 도움을 청했으면 좋겠습니다.

 

성 미카엘 대천사님, 사탄의 악과 간계에서 저희를 보호해주소서.”(미카엘 대천사에게 바치는 기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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