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복음나누기

의탁베드로 수사의 9월 8일 강론

작성자
용진 조
작성일
2022-09-11 05:38
조회
6941

+ 찬미 예수님

어제 오후, 오늘 독서와 복음을 읽으면서 ‘내일의 주제는 탄생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1독서에서는 해산하는 여인에게서 태어나는 평화의 군왕에 대한 예언이 나오고, 그리고 복음에서는 전반부에서 예수님에게까지 이르는 계약의 백성이 많이 태어났었음을 기록해 둔 족보가 나오며, 후반부에서 ‘동정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라는 예언과 관련한 요셉의 꿈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이었지요. 더불어 오늘은 복되신 동정 마리아께서 탄생하신 날을 기념하는 축일이기도 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복되신 동정 마리아 축일의 복음 말씀이 당신 아드님의 탄생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우리가 간디, 마틴 루터 킹, 마더 데레사 성녀의 부모님을 모르는 것처럼, 세상 속의 위인들이나 교회 안에서 공경하는 성인들이라고 해도 그 부모까지 널리 알려진 경우는 극히 드물지요. 그러나 거꾸로 오늘 복음 덕분에 성모님의 탄생이 예수님의 탄생과 얼마나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고, 서로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알게 됩니다.

170-180년경에 쓰여져 초대 교회에서 널리 읽혔던 외경 “야고보 원복음서”(Protoevangelium Jacobi)에서는 성모님의 탄생에 대한 이야기를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습니다. 성모님의 부모님은 요아킴과 안나 성인이십니다. 성 요아킴은 갈릴레아 나자렛 출신(성 예로니모)이셨고, 성녀 안나는 베들레헴에서 태어나셨습니다. 흠 없는 삶으로 존경받는 분들이셨고 부유하셨지만, 결혼한 지 오래되도록 아이가 없으셨지요. 이스라엘에서 아이가 없다는 것은 하느님의 축복을 받지 못하는 상태라고 여겨졌습니다. 마침내 요아킴 성인은 하느님께 단식 기도를 바치기로 결심하고는 광야로 갔습니다. 그 동안 집에서는 안나 성녀 홀로 주님 앞에서 울며 탄식 기도를 바쳤습니다. 부부의 간절한 기도를 들으시고, 한 천사가 성녀 안나에게 나타나 그가 잉태하여 낳은 아이는 온 세상에 이름을 떨칠 것이라고 예고해 주었습니다. 이에 안나 성녀는 그 아이를 주님께 봉헌하겠다고 약속하였습니다. 광야에서 기도하던 중 이와 비슷한 환시를 본 성 요아킴 역시 기뻐하며 집으로 돌아왔지요. 그 후 성 요아킴과 성녀 안나는 딸을 낳았고, 안나는 아기에게 마리아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습니다. 아이가 3살이 되었을 때, 부부는 하느님께 약속한 대로 마리아를 예루살렘 성전으로 데려가 그곳에서 양육받도록 맡겼다고 합니다. 이렇게 성부의 사랑받는 딸이시고, 성자의 거룩하신 어머니이시며, 성령의 정배이신 성모님께서 세상에 태어나셨습니다.

 

성모님의 탄생은 예수님의 십자가 공로를 미리 앞당겨 입으신 ‘원죄 없으신 잉태’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가 있다는 것은 모두 알고 계실 것입니다. 성부께서는 당신 아드님을 모실 분으로 성모님을 선택하셨고, 원죄에 오염되지 않기를 바라셨습니다. 그래서 천사가 성모님께 와서 인사드릴 때,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루카1,28)라고 말했던 것입니다. 알퐁소 성인은 자신의 저서(성모님께 대한 참된 신심)에서 이를 매우 아름답게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에 있는 물을 모두 모아 ‘바다’라고 이름 붙이셨고, 은총이란 은총을 모두 모아 ‘마리아’라고 부르셨다.”

이렇게 준비되신 성모님을 통해 드디어 그리스도께서 잉태되십니다. 이스라엘의 역사 전체가 성모님을 통해 ‘탄생’하신 예수님 때문에 그 의미를 얻게 되지요. 오늘 우리는 족보를 통해, 예수님의 가계에도 외국인, 창녀, 불륜 사건 등 참 다양한 사연이 녹아들어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이렇게 죄 많은 우리 모두의 본성을 치유해 주시기 위해, 모든 사람들을 구원하시기 위해, 예수님께서 인간이 되셨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성모님의 목적은 단 하나. 이렇게 우리의 구원이시고, 진리와 평화 자체이신 예수님께 우리를 데리고 가시는 것입니다. 이는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요한 2,5)하신 가나의 혼인 잔치에서의 모습 그대로이지요. 과거에도 그러셨지만,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우리와 전세계를 위하여 예수님 앞에서 전구하실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하여 강한 믿음과 더 나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주시도록 말이지요. 그리고 성모님께서는 항상 우리들에게 용기를 주시고 두려워하지 않도록 기운을 북돋아 주십니다. 예수님께서 직접 당신을 우리에게 어머니로 주셨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어머니이신 성모님을 더욱 사랑하고 그분을 더욱 알려고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평화를 낳으신 성모님처럼, 우리 안에, 우리 주변에 평화가 ‘탄생’할 수 있게끔, 생각과 말과 행위들을 순간마다 성모님께 봉헌하는 하루 되시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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