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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나누기

어떻게 죽음을 준비할 것인가? – 연중 제29주간 수요일

작성자
하느님의 사랑
작성일
2022-10-19 11:53
조회
4734

 

  10월 19일 / 연중 제29주간 수요일

  제1독서 : 에페 3,2-12 / 복음 : 루카 12,39-48

 

  오늘 복음에서는 “너희도 준비하고 있어라. 너희가 생각하지도 않은 때에 사람의 아들이 올 것이다.”(루카 12,40) 이 말씀이 전해집니다.

 

  우리는 주님이 오시리라는 사실을 확실히 알고 있습니다. 주님이 오신다는 것은 죽음이고, 죽음을 잘 준비하라는 것입니다. 먼저 죽음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죽음은 인간의 지상 순례의 끝입니다. 우리는 단 한 번 뿐인 우리 지상 생활 여정 다음에는 죽음이 이어집니다.

 

  가톨릭 교리서에서는 죽음을 네 모든 행동과 네 모든 생각에서 네가 오늘 죽게 될 것처럼 너는 행동해야 할 것이다.”라고 전합니다. 죽게 될 것처럼 행동한다는 것은 죽음을 준비하는 것입니다. 오늘은 어떻게 죽음을 준비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보려고 합니다.(참조 : 최옥정, 삶의 마지막 순간에 보이는 것들, 푸른영토, 2016)

 

  한 사람의 유언을 먼저 소개하고, 그 사람은 죽기까지 어떤 삶을 살았는지 봅니다. 한 스님의 유언입니다.

  “수의는 절대로 만들지 말고 내가 입던 옷을 입혀서 태워 달라. 타고 남은 재는 봄마다 나에게 아름다운 꽃 공양을 바치던 오두막 뜰의 철쭉나무 아래 뿌려 달라. 그것이 내가 꽃에게 보답하는 길이다. 어떠한 거창한 의식도 하지 말고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지도 말라.”

  “절대로 다비식 같은 거 하지 마라. 이 몸뚱어리 하나를 처리하기 위해서 수많은 나무를 베지마라.”

  “모든 분들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내가 금생에 저지른 허물은 생사를 넘어 참회할 것이다. 내 것이라고 하는 것이 남아 있다면 모두 맑고 향기로운 사회를 구현하는 활동에 사용해 달라. 이제 시간과 공간을 버려야겠다.”

 

  기억 나는 스님이 계실까요? 이분은 법정 스님이십니다. 법정 스님은 죽는 순간에도 이 세상에서 살아갈 사람들과 자연을 생각하셨습니다. 죽는 순간에 생각하신 것이 아니라, 평소에 이웃에 대한 마음으로 사셨기에, 마지막 순간에 말씀하셨던 것입니다.

 

  스님은 죽음을 준비함에 대해 이렇게 전하십니다.

 

  우리 모두는 짐작보다 빨리, 머지않아 이 세상을 떠날 것이다. 미워하는 마음을 남기지 말자. 죽음에 대비하는 가장 기본적이고 쉬운 것이 남에게 너그러워지는 태도이다.

  마음에 미움을 담고는 죽음 앞에 담담할 수 없다. 너도나도 힘들게 태어나서 힘들게 살다가 이제 다 함께 떠나는 인간임을 알고 섭섭하고 화났던 것들을 다 용서하는 마음을 갖는 순간 마음에 평화가 찾아온다. 상대를 위해서는 물론이고 나 자신을 위해 용서하자.

 

  그리고 죽을 때 후회하는 25가지를 전해 주십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맙다는 말을 많이 했더라면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했더라면

  조금만 더 겸손했더라면

  친절을 베풀었더라면

  나쁜 짓을 하지 않았더라면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려고 노력했더라면

  감정에 휘둘리지 않았더라면

  기억에 남는 연애를 했더라면

  죽도록 일만 하지 않았더라면

  가고 싶은 곳으로 여행을 떠났더라면

  내가 살아온 증거를 남겨두었더라면

  삶과 죽음의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했더라면

  고향을 찾아가 보았더라면

  맛있는 음식을 많이 맛보았더라면

  결혼을 했더라면

  자식이 있었더라면

  자식을 혼인시켰더라면

  유산을 미리 염두에 두었더라면

  내 장례식을 생각했더라면

  건강을 소중히 여겼더라면

  좀 더 일찍 담배를 끊었더라면

  건강할 때 마지막 의사를 밝혔더라면

  치료의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했더라면

  신의 가르침을 알았더라면

 

  법정 스님은 죽음을 준비함에 대해 용서, 이해, 자비로 설명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쓸데 없는 데에 마음을 두지 말고, 작고 확실한 행복을 누리라고 알려주십니다.

 

  한 사람의 유언을 더 봅니다.

  “내가 죽거든 찾아오는 문인들을 잘 대접하고 절대로 부의금을 받지 말라.”

  한 분의 문인이 죽기 전에 남긴 유언입니다. 이 유언은 소설가 박완서 선생님입니다.

 

  문상 올 문인들 중 대다수는 가난한 생활을 하고 있다는 걸 알고 거기까지 생각하셨습니다. 장례식장 입구에는 고인의 뜻에 따라 ‘부의금을 정중히 사양하겠습니다’는 문구가 적혀있었습니다. 돈이 많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타인에 대한 공감과 사랑이 있었기에 할 수 있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에 대한 박완서 선생님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작가가 이렇게 사랑을 남기고 떠나기 까지 그간의 고통스러운 순간도 많이 지나갔습니다. 작가는 남편을 잃고, 연이어 같은 해에 아들을 잃었습니다. 너무나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다가 작가는 한 수녀원에 가서 큰 깨달음을 얻고 고난을 극복하게 됩니다. 깨달음은 오랜 묵상의 결과도 아니고 신앙심 깊은 신부님의 위로도 아니었습니다. 한 수녀님을 통해서였습니다. 그 수녀님은 어린 동생을 소아암으로 잃었습니다. 작가는 수녀님께 이런 고통을 겪을 만큼 나쁜 일을 한 적이 없다고 전하자, 수녀님은 자매님, 세상 사람들 누구나 엄청난 일을 겪으며 살아요. 그 일이 나에게만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지요.” 고통에 젖어 몸과 마음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르는 박완서 작가에게는 어떤 위로와 질책보다 큰 힘이 되어준 말이었습니다.

 

  작가의 평소 다짐입니다.

  “신이 나를 솎아낼 때까지 이승에서 사랑받게 살아갈 것이고, 세상에서 필요한 사람이 될 것이고, 좋은 글을 쓸 수 있게 몸과 마음에 건강한 탄력을 잃지 않고 살고 싶다.”

 

  작가는 삶에서 죽을만큼 힘든 시간이 있었지만, 그 슬픔을 작품 창작을 통해 세상에 전하셨습니다.

 

  오늘은 죽음에 대해 용서하는 삶, 그리고 고통스럽지만 지상에서 그 고통을 승화하는 삶을 보았습니다.

  각자 자신을 위해서라도, 가까이 있는 사람을 용서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각자 하느님께서 주신 지상 생활에서 의미 있고 보람된 일을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지상에서의 삶이 죽음으로 이어집니다. 죽음을 잘 준비하는 것은 지금 지상에서의 삶을 잘 살아내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오늘 우리는 모든 행동과 모든 생각에서 오늘 죽게 될 것처럼 행동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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