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복음나누기

실천과 체험을 통해 성장하는 신앙 – 2021년 8월 22일 나해 연중 제21주일

작성자
이경재
작성일
2021-08-22 10:39
조회
3139

실천과 체험을 통해 성장하는 신앙

 

 

    누구에게나 믿음의 어둠의 시기가 찾아옵니다. 처음의 열정이 사그라지고, 신앙생활에 진보가 더디어 정체된 듯한 느낌이 들고, 어떨 때는 마치 깊은 구렁텅이에 빠진 듯이 하느님에게서 마음이 멀어짐을 체험하기도 합니다. 그에 따라 냉담의 길로 들어서는 신자들이 생겨나기도 합니다. 냉담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입니다. 교회의 가르침이 실제 삶과는 동떨어지게 느껴질 때도 있을 것이고, 하느님을 떠나 제 멋대로 편안하게 살고 싶을 때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존재 자체에 의문이 들어 믿음이 약해지기도 할 것이고, 신앙 공동체 형제자매들과의 관계에 문제가 생겨서 교회를 떠나고 싶을 때도 있을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예수님의 가르침을 거북하게 느끼고 받아들이지 못하는 많은 제자들이 예수님을 떠났습니다. 그것은 그들의 평소 삶의 모습과 예수님의 가르침 사이의 간격이 너무나 컸기 때문이겠지요. 하느님의 심판으로 악인들은 사라지고 선한 하느님의 백성이 온 땅을 다스리는 세상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던 유다인들에게 예수님께서는 서로 심판하지 말고 오히려 서로에게 자신을 아낌없이 내어주는 존재가 되라고 가르치셨습니다. 더욱이 오늘 복음 말씀 바로 전 부분을 보면 예수님께서는 “너희가 사람의 아들의 살을 먹지 않고 그의 피를 마시지 않으면, 너희는 생명을 얻지 못한다.”(요한 6,53)고 가르치셨는데, 이 때 사용하신 “살”이라는 그리스어 단어는 “σρξ(사륵스)”로 인간을 다소 부정적이고 경멸적으로 묘사하는 단어였습니다. 즉,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먹으라고 하신 것은 믿는 이들의 흠이 많은 공동체의 몸이었던 것입니다. 바로 이러한 가르침 이후에 많은 제자들이 그분을 떠나갔던 것입니다.

 

    세상에서 벌어지는 사람들의 온갖 악한 행위들, 심지어 교회 안에서도 심심치 않게 부끄러운 일들이 벌어지는 것을 보면 하느님께서 창조하시고 “보시니 참 좋았던”(창세 1,31) 사람들이 싫어질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사람은 그 자체로 선하고 거룩한 존재입니다. 그리고 바오로 사도께서 “영적인 몸”(1코린 15,44)이라고 표현하셨듯이, 사람은 영과 육이 교묘하게 결합된 존재로서 그 육신 또한 영혼으로 인하여 참으로 거룩한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육은 아무 쓸모가 없다고 말씀하셨는데(요한 6,63), 그것은 영이 떠난 육을 가리키는 것이겠지요. 죽음의 순간에 영과 육이 분리됨으로써 육신은 말 그대로 시체가 되어 시간이 지나면 썩어서 작은 원소로 흩어지게 되는 것을 통해서 그러한 점을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육신의 부활의 날에 우리는 새로운 영적인 몸으로 다시 태어나게 될 것입니다.

 

    바오로 사도께서 “우리의 전투 상대는 인간이 아니라, 권세와 권력들과 이 어두운 세계의 지배자들과 하늘에 있는 악령들입니다.”(에페 6,12)라고 말씀하셨듯이,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우리가 ‘어떠한 영에 따라 살아가는가?’일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유다인들에 의해 끊임없이 배척당하시고 박해를 당하심에도, 심지어 당신의 제자들에게까지 배신당하시고 버림받으심에도 언제나 성령에 이끌리심으로써 끝까지 사랑으로 당신 몸의 지체들을 모두 포용하시고 끊임없이 모두에게 복음을 전해주셨습니다. 그처럼 성령에 따라 오직 사랑으로만 무장하셨기에 온갖 악의 세력들을 모두 물리치실 수 있으셨던 것입니다! 요한 크리소스토무스 성인께서 요한복음 8장 1절에서 11절의 “간음하다 잡힌 여인” 부분을 해석하시면서 묘사하신 것처럼, 참으로 예수님께서는 교회를 치유해주시고 구원해주시기 위하여 마치 “순결한 창녀”와 같은 교회와 사랑에 빠지기를 주저하지 않으셨습니다(에우트로피우스 강해 2장 11절 참조).

 

    요즘 팬데믹 상황에서 두려움의 영에 이끌려서 자신을 살리기 위해서 이기적으로 행동함으로써 타인의 안전을 위협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성령에 이끌려서 두려움도 잊어버린 채 자신을 기꺼이 헌신하는 자원봉사자들도 많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런 자원봉사자들의 얼굴에서 내면에서 솟아오르는 기쁨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하느님께서 비춰주시는 성령의 빛으로 인한 것이지요. 그들은 하느님의 말씀에 따라 자신이 변화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그 말씀대로 직접 실천함으로써 하느님을 몸과 마음으로 느끼고 체험하게 된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내 양식은 나를 보내신 분의 뜻을 실천하고, 그분의 일을 완수하는 것이다.”(요한 4,34)라고 말씀하셨듯이, 우리는 하느님의 뜻을 직접 행동으로 옮기고 체험함으로써 그분께서 주시는 참 생명의 양식으로 끊임없이 새로 거듭나고 성장하게 됩니다. 그처럼 살아있는 생생한 실천과 체험을 통해서 우리도 베드로 사도처럼 “주님,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요한 6,68)라고 고백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아멘.

 

전체 1,615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추천 조회
1545
예수님의 한 마디 말씀 – 대림 제1주간 월요일
하느님의 사랑 | 2022.11.27 | 추천 0 | 조회 5746
하느님의 사랑 2022.11.27 0 5746
1544
성모자헌 – 성모자헌 기념일
하느님의 사랑 | 2022.11.21 | 추천 0 | 조회 5824
하느님의 사랑 2022.11.21 0 5824
1543
요한 묵시록의 의미 – 연중 제33주간 수요일
하느님의 사랑 | 2022.11.16 | 추천 0 | 조회 5442
하느님의 사랑 2022.11.16 0 5442
1542
성전의 의미 – 라테라노 대성전 봉헌 축일
하느님의 사랑 | 2022.11.09 | 추천 0 | 조회 5235
하느님의 사랑 2022.11.09 0 5235
1541
의탁 베드로 수사의 11.03일 강론
용진 조 | 2022.11.03 | 추천 0 | 조회 5710
용진 조 2022.11.03 0 5710
1540
위령의 날의 의미 – 죽은 모든 이를 기억하는 위령의 날 – 첫째 미사
하느님의 사랑 | 2022.11.02 | 추천 0 | 조회 5355
하느님의 사랑 2022.11.02 0 5355
1539
예수님 체험한 사람의 변화 – 연중 제31주일
하느님의 사랑 | 2022.10.30 | 추천 0 | 조회 6458
하느님의 사랑 2022.10.30 0 6458
1538
의탁 베드로 수사의 10월 27일 강론
용진 조 | 2022.10.27 | 추천 0 | 조회 7231
용진 조 2022.10.27 0 7231
1537
좁은 문으로 들어가도록 힘써라 – 연중 제30주간 수요일
하느님의 사랑 | 2022.10.26 | 추천 0 | 조회 4807
하느님의 사랑 2022.10.26 0 4807
1536
의탁베드로 수사의 10월 20일 강론
용진 조 | 2022.10.21 | 추천 0 | 조회 5849
용진 조 2022.10.21 0 58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