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복음나누기

아무런 조건 없는 순수한 사랑 – 2021년 10월 3일 나해 연중 제27주일

작성자
이경재
작성일
2021-10-03 15:31
조회
7467

   아무런 조건 없는 순수한 사랑

 

 

    아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하면서 얻는 것도 많지만 그와 함께 잃는 것도 많은 것 같습니다. 우리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다양한 경험과 지식이 쌓이면서 계속해서 지평이 넓어지게 되어 보다 많은 것들을 보고 알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많이 아는 것이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어른들은 어린이보다 많은 것들을 알기에 더 많이 재고 따지며 판단하게 되고, 더 많은 생각들과 고민들로 시름하게 됩니다. 그에 따라 어린 시절의 순수한 마음을 잊어버리기가 쉽고, 세상의 삶의 방식에 길들여져서 여러 가지 세속적인 틀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러한 이유에서,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거리가 무척 가까움에도 세상에서 가장 긴 거리라는 말이 생겨나게 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바로 그와 비슷한 맥락에서 예수님께서도 오늘 복음에서와 같이 “하느님의 나라는 어린이들과 같은 사람들의 것”이라고 말씀하셨을 것입니다. 특히 나이가 들면서 스스로 삶의 여러 가지 규칙들과 조건들을 만듦에 따라 계산적이고 이해타산적으로 되기가 쉬워서, 그리스도교 신자임에도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식의 세속적인 삶의 방식에 쉽게 편승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러한 삶은 이웃들과 마음껏 사랑을 나누지 못하는, 단지 편협한 사랑만을 하며 살아가는 삶이지요. 하지만 주님께서 우리에게 본을 보여주신 삶은 그러한 삶과는 오히려 반대인, 마치 어린 아이처럼 순수하게 아무런 조건 없이 있는 그대로 서로를 받아들이고, 주님께 거저 받은 것들을 한 몸의 지체들인 우리 이웃들과 아무런 보답을 바라지 않고 거저 나누는 그러한 삶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삶에 필요한 단 한 가지 조건은 바로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것처럼, 오히려 아무런 조건 없이 이웃들을 받아들이고 서로 사랑을 베푸는 그 십자가 사랑인 것입니다! 그것은 이웃들이 아무리 부족하고 결점이 많다 하더라도, 아무리 자신에게 이익이 되지 않고 피해만 끼친다 하더라도, 한결같은 사랑으로 겸손하게 서로를 이해해주고 받아들이며 감싸주는 그러한 삶을 말합니다! 서로 심판하고 비교하고 경쟁하기보다, 주님께서 우리 각자에게 베풀어주신 고유한 달란트에 감사드리며 그리스도의 한 몸으로서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서로 협력하고 봉사하는 그러한 삶을 가리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어린이와 같이 하느님의 나라를 받아들이지 않는 자는 결코 그곳에 들어가지 못한다.”고 말씀하셨듯이, 만약 우리가 그처럼 순수한 사랑으로 살아가려 하지 않는다면, 현세에서나 후세에서나 하느님께서 우리 모두를 위하여 거저 마련해놓으신 그분의 나라를 제대로 받아들이고 체험하기가 당연히 어려울 것입니다.

 

    오늘 복음 마지막 부분을 보면, 예수님께서 어린이들을 끌어안으시고 그들에게 손을 얹어 축복해 주시는 장면이 나옵니다. 주님께서는 우리도 그처럼 순수한 사랑으로 허물없이 서로를 받아들이고, 겸허한 마음으로 주님께서 우리에게 거저 베풀어주신 선물들에 감사드리며 서로 축복해주며, 아낌없이 서로 사랑을 표현하고 나누며 우리네 삶을 함께 경축하기를 바라실 것입니다. 그러한 삶을 살아갈 때 바로 지금 이 순간, 바로 여기에! 하느님 나라가 이미 와 있음을 발견하고 체험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하느님 나라는 그처럼 결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와 아주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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