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복음나누기

“나”에게서 벗어나 “너”에게로 – 2021년 9월 19일 나해 연중 제25주일

작성자
이경재
작성일
2021-09-19 11:21
조회
3854

   “나”에게서 벗어나 “너”에게로

 

 

    오늘 복음에서 제자들의 모습과 예수님의 모습이 무척 대조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누가 가장 큰 사람이냐 하는 문제로 길에서 논쟁하는 제자들의 모습은 자신을 남들에게 내세우려는 자기중심적인 모습입니다. 반면에 하느님과 이웃들 중심적으로 사셨던 예수님께서는 하느님과 이웃들을 위해서 하느님의 뜻을 잘 실현하시기 위해서 누구에게도 알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으십니다. 당시에 제자들에게 당신의 수난과 부활을 예고하시고 그에 대해 가르치고 계셨던 예수님께서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오는 여러 가지 오해들과 방해들을 피하시기 위해서 그처럼 신중하게 행동하셨을 겁니다. 하느님과 이웃들을 위해서 그토록 중요한 십자가의 사명을 제대로 완수하시기 위해서 말이지요.

 

    그러한 예수님의 모습을 바라보고 묵상하면서 우리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고 되돌아보았으면 좋겠습니다. 혹시 자신이 피해를 입었다고 해서 쉽게 다른 사람에 대해 험담하거나 안 좋은 소문을 퍼뜨리지는 않는가요? 이웃들의 결점이나 약점을 들추거나 공격하려 하고 있는가요?, 아니면 그것을 보호해주고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는지요? 우리가 행하는 여러 가지 행위들이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 하는지, 그리고 그 방법은 어떠한지 잘 식별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오늘 제1독서 지혜서에서 나타나는 타인을 시험해보는 행위도 그 목적이 타인을 위한 선한 것이라면 좋은 것이지만, 그 목적과 방법이 자신을 살리기 위해서 타인을 해치는 것이라면 당연히 악한 것이겠지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한 어린이를 제자들 “가운데에” 세우시고 말씀하시는 모습은 우리가 자기 자신이 아니라 이웃들을 중심으로 해서 살아가라고 초대하시는 모습 같아 보입니다. 우리의 작은 이웃 하나를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마음을 열고 자신의 모습을 비우는 희생이 필요합니다. 곧 타인을 받아들이는 행위는 “나”에게서 벗어나 “너”에게로 건너가는 파스카의 신비를 말합니다. 우리가 그렇게 자신에게서 벗어나 하느님과 이웃들에게로 나아갈 때마다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새롭게 발견하고 찾게 될 것이지요. 우리의 참 자아는 바로 그 파스카의 신비, 십자가 사랑의 신비에 달려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우리에게 끊임없이 자신에게서 벗어나 세상 가장 변두리에 있는 소외된 가장 작은 이웃들에게까지 나아가라고 얼마나 자주 강조하시며 우리를 초대하시는지 모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중심적인 나약한 자신의 모습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바라보는 용기가 필요할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제자들은 예수님의 수난 예고를 듣고 그것에 대해 예수님께 묻는 것조차 두려워하였다고 합니다. 그처럼 우리도 자신이 변화되는 데 따르는 여러 가지 십자가가 두려워서 그저 그것을 회피하고 있지는 않은지 잘 성찰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만약 우리가 자신의 어두운 모습을 직면하려 하지 않고 그것을 가지고 주님과 솔직하게 대화하려 하지 않는다면, 곧 힘든 십자가를 지지 않으려고 한다면 당연히 자신이 새롭게 변화되는 부활의 기쁨, 그 파스카의 기쁨을 누리기가 힘들겠지요. 반면에 우리가 마음의 자세를 바꾸어 주님을 신뢰하고 자신을 기꺼이 그분께 활짝 열어드리고 힘들어도 자신의 나약한 모습을 솔직하게 받아들이고 직면한다면, 그만큼 우리가 주님의 손길로 새롭게 변화될 가능성이 커지게 되는 겁니다! 그러한 삶의 자세로 살아갈 때 우리 앞에 놓인 파스카의 기쁨, 그 부활의 영광은 참으로 크고 풍요롭습니다. 그것은 자기중심적으로 살며 자신 안에 갇혀 사는 삶과는 사뭇 다른 삶입니다.

 

    당신의 지극한 십자가 사랑, 그 파스카 사랑으로 늘 우리를 새롭게 변화시켜주시고자 하시는 주님께 우리의 갈망을 계속적으로 말씀드리며 그분의 도우심으로 나날이 새롭게 변화되는 삶을 사시길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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