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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 성 요한의 영성 – 십자가의 성 요한 사제 학자 기념일

작성자
하느님의 사랑
작성일
2022-12-14 10:50
조회
5579

 

  12월 14일 / 십자가의 성 요한 사제 학자 기념일

  제1독서 : 이사 45,6ㄴ-8.18.21ㅁ-25 / 복음 : 루카 7,18ㄴ-23

 

  찬미 예수님 오늘은 십자가의 성 요한 기념일입니다. 그는 교회의 위대한 신비가이며, 가톨릭 교회 영성의 정수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쓴 가르멜의 산길, 어둔밤, 영혼의 노래, 사랑의 산 불꽃 등이 우리에게 전해집니다. 고전이 어려워서 대하기 어렵지만, 요한이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하느님께 가는 길에 대해서 보고자 합니다.

 

  십자가 성 요한의 영성은 인간 존재가 이 세상에 태어나 궁극적으로 실현해야 할 소명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어떤 길을 가야 하는지 알려줍니다. 뿐만 아니라 그 길을 가는 과정에서 어떤 정화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또 인간이 걷는 영적 여정의 최종 종착지인 하느님과 합일은 무엇이며 그것이 어떻게 실현되는지 하는 점들을 아주 구체적으로 상세히 설명해줍니다.

 

  요한의 영성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첫 번째로 봐야 할 것은, 작품들을 통해 우리에게 이야기하고자 하는 주제가 무엇인가 하는 점입니다. 그 주제는 ‘인간을 향한 하느님의 계획’입니다.

 

  요한은 인간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근본 이유는 하느님께서 영원으로부터 인간을 위해 준비하신 놀라운 계획 때문이라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계획의 내용은 삼위일체 하느님과 인간 사이 사랑의 합일이라고 가르쳤습니다. 요한은 인간이 그렇게 하느님과 하나됨으로써 참여(參與)로서 하느님이 된다는 ‘신화(神化)’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될 때, 인간은 참된 행복에 이를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요한의 가르침에 따르면,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당신과의 사랑의 합일’이라는 숭고한 목적으로 예정하셨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그를 창조하셨습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창조하시되 당신을 닮은 존재로 만드셨습니다.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된 인간이기에, 동시에 그분을 닮아야 하는 소명을 받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초대를 받았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볼 수 없는 하느님, 형상이 없는 하느님을 어떻게 닮을 수 있을까요? 하느님께서는 당신 자신을 그리스도를 통해 우리에게 계시해 주십니다. 하느님을 닮아야 하는 인간의 소명은, 바로 그리스도를 닮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요한은 그리스도를 닮으라는 가르침을 반복해서 전합니다.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나 이루어야 할 근본 소명이 무엇인지 또 그것을 어떻게 이루어가는지 가는지 가르멜 산길에서는 이렇게 전합니다.

 

  “우선, 자기 삶을 그리스도께 맞추면서 매사에 있어서 그리스도를 본받을 일상적인 욕구를 지녀야 합니다. 그리고 그분을 본받을 수 있고 모든 것에 있어서 그분이 하신 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그분의 삶을 깊이 연구해야 합니다.”

 

  요한은 하느님과의 사랑의 합일을 쉽게 설명하면서, 이승에서의 우리의 삶이 하느님과 연애하는 시간이라는 것입니다. 하느님과 연애를 잘하고 그분과의 사랑을 완성하려면, 그 사랑이 방해받지 않도록 가지치기를 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요한은 이 사랑의 가지치기 작업을 ‘정화’(淨化)라고 말했습니다. 그것은 사라져버릴 세상의 헛된 것들 그리고 사람들에 대한 잘못된 애착을 끊어내는 작업을 뜻합니다.

 

  애착에 사로잡혀 있는 당사자에게는 많은 아픔이 동반될 수밖에 없고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심정적으로는 전혀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요한은 그런 뉘앙스를 담아 ‘어둔밤’이라는 상징적인 언어로 표현했습니다. 쉽게 말해, 어둔밤은 초자연적인 사랑나무가 잘 자랄 수 있도록 가지치기를 하는 것이자 주님과 나 사이의 사랑의 순도를 높이기 위해 사랑의 에너지를 정련(精鍊)하는 시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사랑 에너지가 다른 데 새어나감 없이 하나의 커다란 힘으로 모아져서 혼신을 다해 하느님을 사랑하고 그럼으로써 그분과 완전히 일치할 수 있게 해주는 작업, 그것이 바로 정화입니다.

 

  요한은 이 정화에 대해 설명하면서,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자주 강조하곤 했습니다. 예를 들어, 새가 노끈으로 지상에 묶여 있는 한, 그 끈이 아무리 가늘다 하더라도 새는 결코 하늘로 날아갈 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 마음이 세상 피조물들에게 매여 있다면, 비록 그 집착의 끈이 아무리 가늘다 할지라도 그것을 끊어버리지 않는 한, 결코 하느님이라는 거대한 태양을 향해 날아오를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요한이 집착을 끊어버리라는 것은 모든 인연을 끊어 버리라는 극단적인 것을 말한 것은 아닙니다.

  요한의 말은 내가 알고 사랑하는 사람들, 사물들과의 관계를 하느님 안에서 올바로 통합하고 성숙시켜가라는 말입니다. 다시 말해 무질서해진 우리들의 사랑 에너지를 하느님을 향한 사랑 안에서 제대로 질서 지우라는 뜻입니다.

 

  십자가 성 요한은 인간을 향한 하느님의 계획, 하느님과의 사랑의 합일, 정화의 과정인 어둔밤을 우리에게 전해주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요한은 우리에게 무를 제시합니다. 자신을 포기하는 것, 자신을 비우는 것, 하느님 이외에 허무에 불과한 모든 것에 대한 애착을 끊어내는 것을 의미합니다. 요한은 새와 줄, 빨판상어와 배의 비유로 설명해주었습니다. 아무리 가는 줄이라도 새가 묶여 있으면, 날 수 없고, 배의 밑창에 빨판상어가 붙어 있으면 배는 항해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줄에서 자유로워지고, 빨판상어에서 자유로워질 때, 즉 자신을 비울 때 인간은 전이신 하느님을 그리스도를 자기 존재의 그릇에 담을 수 있을 것입니다. 미사 본기도의 기도처럼, 우리가 십자가 성 요한의 영성을 닮아가기를 기도합니다.

 

  하느님, 복된 요한 사제에게 온전히 자기를 버리고 십자가를 열렬히 사랑하게 하셨으니 저희가 그를 본받아 마침내 영광스러운 하느님을 뵈옵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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