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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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 신앙살이] (3) 사람을 귀하게 보는 마음
선입견 벗으면 모두가 ‘소중한 사람’
과거 피정의 집 소임을 맡고 있을 때, 수도원 마당을 산책하다 대나무 밭에서 흰색 새끼 고양이를 발견한 적 있습니다. 순간 ‘도둑고양이 새끼로구나’ 생각했습니다. 이후 ‘쥐’를 쫓을 생각으로 그 고양이를 지하실에 방치하듯 키웠습니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났습니다. 어느 날 주방 자매님이 그러더군요. “신부님, 고양이 주인이 다녀갔어요!” 내가 말했습니다. “네–에, 도둑고양이도 주인 있나요? 그러면 그 주인은 도둑이던가요?” “아뇨, 예쁜 아가씨였어요.” “예쁘고 자시고 할 것 없이, 그런 사람이 고양이를 수도원에 버려요?” “그런데 사연이 있더군요.”
그렇습니다. 그 아가씨는 고양이를 너무 키우고 싶어서 인터넷에서 50만원 주고 그 고양이를 산 뒤, 한 달 동안 그 고양이만을 품고 살았더랍니다. 그랬더니, 그 엄마가 그 꼴을 못 봐, 고양이를 버리기로 결심했답니다. 그러다 고민 끝에 수도원에 주면 수사님들이 어떻게 하시지는 않을까 싶어 딸이 출근하자마자, 수도원 대나무 밭에 그 고양이를 두고는 줄행랑을 쳤답니다. 그런데 나에게는 고양이를 인터넷에서 50만원을 주고 샀다는 그 말만 들리더군요.
이게 웬 횡재냐! 그 순간 그 고양이에 대한 생각이 도둑고양이에서 명품 고양이로 바뀌더군요. 그 고양이를 도둑고양이 취급할 때는, 그 고양이의 양쪽 눈 색깔이 다른 걸 보고 ‘웬 왕 잡종?’ 했습니다. 그리고 꼬리를 몸 쪽으로 휘감고 앉아있거나, 먹이 줄 때 제 바지를 물거나, 저에게 안기려 하면 ‘도둑고양이 주제에 별 짓을 다 한다’ 하였습니다. 그런데 50만원 명품 고양이라는 말을 듣자, “그래, 어쩐지! 앉아 있는 자세도 우아하게 앉더라! 털은 어찌나 부드러운지!” 나는 그 길로 지하실로 달려가 고양이를 안고 밝은 곳으로 나와서 연신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우리 고양이, 명품 고양이!” 하면서 말입니다.
혹시 선입견을 갖고 누군가를 도둑고양이 취급하듯, 그렇게 대하지는 않는지요. 마음을 열면 정말 괜찮은 사람이고 속 깊은 사람일 수 있는데,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내 성향에 맞지 않는다고, 나를 힘들게 할 것 같다는 이유로 그 누군가를 도둑고양이 취급하듯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은 없는지요.
고양이도 명품이 있는데, 하물며 우리 인간, 얼마나 소중하고 귀하게 창조된 존재인가요. 오늘 내 안에 있는 선입견을 하나씩, 하나씩 벗어 놓을 때마다, 우리 주변의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한 사람으로 드러날 겁니다.
–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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