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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론] 교황 선출 기념 미사 임시 주한 교황대사 대리 강론(2018.03.07 명동성당)

작성자
수도회
작성일
2018-03-09 16:41
조회
340

한국천주교주교회의 2018년 춘계 정기총회
교황 선출 기념 미사
임시 주한 교황대사 대리 강론

(2018년 3월 7일)


친애하는 한국 주교님들과 그리스도 안의 형제자매 여러분,

베드로 사도의 후계자로서 보편 교회의 최고 목자이신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의 교황 즉위 5주년을 맞이하여, 제가 여러분과 함께 이 미사를 통해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고기쁨을 나눌 수 있게 되어 깊이 감사드리며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이 나라에서 사도들의 후계자이며 하느님 백성의 목자이신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안드레아 추기경님과 모든 주교님께 존경의 마음을 담아 인사드립니다. 또한 임시 주한 교황대사 대리로서 제가 이 성찬례 거행에 참여하여 강론하도록 초대해 주신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히지노 대주교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방금 선포한 복음에서, 우리는 예수님께서 베드로 사도에게 “너는 베드로이다.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울 터이다.”(마태 16,18)라고 하신 말씀을 들었습니다.

주님께서 베드로와 현재의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를 포함하여 베드로의 모든 후계자에게 하신 이 말씀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합니까? 이 말씀으로 주님께서는 베드로에게 무엇을 약속하셨으며 베드로와 그 후계자들 그리고 오늘날 교회에 어떠한 사명을 맡기셨습니까?

예수님 말씀의 의미를 이해하고자 한다면, 복음서들은 우리에게 세 가지 다른 상황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세 가지 다른 상황에서, 주님께서는 매번 특별한 방식으로 베드로 사도와 그의 후계자들에게 미래의 사명을 맡기십니다. 이 사명은 언제나 동일하지만, 주님의 참모습과 관심사는 다양한 상황과 표상으로 더욱 명확해집니다.

우리가 방금 들은 마태오 복음에서, 베드로는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이심을 깨닫고 이를 예수님께 고백합니다. 이 고백을 토대로 세 가지 표상, 곧 기초나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는 반석, 열쇠, 매거나 푸는 이미지를 통해 베드로에게 특별한 사명이 주어집니다.

이 약속은 요르단 강의 원천, 유다 땅의 변두리, 이교도 세계의 경계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이 약속의 순간은 예수님의 여정에서 결정적인 전환점이 됩니다. 지금 주님께서는 예루살렘을 향해 길을 나서시면서 처음으로 제자들에게 거룩한 도성으로 향한 이 여정은 십자가를 향한 길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때부터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반드시 예루살렘에 가시어 원로들과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에게 많은 고난을 받고 죽임을 당하셨다가 사흗날에 되살아나셔야 한다는 것을 제자들에게 밝히기 시작하셨다”(마태 16,21).

이러한 일들, 곧 십자가 죽음과 부활이 어우러져 베드로의 수위권의 속성을 결정합니다. 그리스도께서는 고난을 받고 죽임을 당하시기까지 십자가를 향해, 하느님 종의 비천함을 향해 계속 나아가십니다. 그러나 또한 그분께서는 부활하시어, 무한한 세상으로 앞장서 나가십니다. 그리하여 그리스도께서는 당신 말씀의 빛과 사랑의 현존으로 세상을 밝혀 주십니다.
교회는 -그리고 교회 안에서 그리스도께서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고통받고 있습니다. 교회 안에서 그리스도께서는 계속해서 조롱과 채찍질을 당하십니다. 세상에서 그리스도를 거부하려는 시도가 거듭되지만, 그리스도의 승리는 바로 고통받는 교회 안에 있습니다.

한편으로 인간의 나약함이 베드로의 직무, 곧 교황의 직무에서 드러납니다. 그러나 동시에 하느님의 권능도 드러납니다. 인간의 나약함에서 주님께서는 당신 권능을 보이십니다. 바로 나약한 인간을 통해 주님께서 몸소 당신 교회를 세우신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십니다.

두 번째 상황은 마지막 만찬으로, 루카 복음에 따르면, 이때에 예수님께서 또다시 베드로에게 특별한 사명을 부여하십니다(루카 22,31-33 참조). 시몬에게 하시는 이 말씀은, 주님께서 성찬례를 제정하신 직후에 나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제 막 빵과 포도주의 형상 아래 사도들에게 자신을 내어 주셨습니다. 우리는 이 성찬례의 제정이 참되고 고유한 교회의 설립 행위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성찬례를 제정하신 직후에 베드로에게 말씀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사탄이 그를 밀처럼 체질하러 나섰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나 이어서 예수님께서는 “나는 너의 믿음이 꺼지지 않도록 너를 위하여 기도하였다.”(루카 22,32)라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의 기도는 약속이자 의무입니다. 예수님의 기도는 베드로의 믿음, 곧 카이사리아 필리피 지방에서 “스승님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이십니다.”(마태 16,16)라고 고백한 그 믿음을 지켜줍니다. 그래서 이 믿음이 절대로 침묵하지 않게 해 주고, 심지어 십자가와 세상의 모든 반대 앞에서도 계속해서 이 믿음을 강화시켜 줍니다. 이것이 베드로와 그의 후계자의 사명입니다.

주님께서는 베드로 개인의 믿음뿐만 아니라 다른 이를 섬기는 믿음이 되도록 기도하십니다. 이것이 바로 예수님의 말씀, 곧 “네가 돌아오거든 네 형제들의 힘을 북돋아 주어라.”(루카 22,32)라는 말씀의 의미입니다. 주님께서는 당신 기도의 약속을 통해서 베드로에게 형제들을 위한 사명을 맡기셨습니다. 베드로의 책임, 곧 교황의 책임은 예수님의 기도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이로써, 예수님께서는 그에게 인간의 모든 비참을 견뎌 내리라는 확신을 주신 것입니다.

또한 주님께서는 마지막 만찬에서 베드로에게 성찬례의 은총과 함께 이 사명을 맡기십니다. 성찬례의 제정을 통해 세워진 교회는 본질적으로 성찬 공동체, 곧 주님의 몸 안에서 이루는 친교입니다. 베드로의 사명, 곧 교황의 사명은 이러한 보편적 친교를 이끌고, 그것이 세상에서 가시적이며 구체적인 일치로 현존하도록 지키는 것입니다.

안티오키아의 이냐시오 성인이 말했듯이, 교황은 로마 교회 전체와 함께 사랑으로 다스려야 합니다. 그리스도에게서 나와 더욱 새롭게 개인의 한계를 넘어서 땅 끝까지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는 그러한 사랑으로 공동체를 다스려야 합니다.

교황의 수위권에 대한 세 번째 언급은 요한 복음(21,15-19)에 나와 있습니다. 주님께서는 부활하셨으며 당신의 양 떼를 베드로와 그의 후계자들에게 맡기셨습니다. 여기에서도 십자가와 부활은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십자가의 길을 택하실 것이라고 베드로에게 미리 알려 주십니다. 베드로의 무덤 위에 세워진 로마의 베드로 대성전에서, 우리는 바로 이러한 방식으로 십자가를 통해 주님께서 언제나 승리하심을 깨닫습니다. 예수님의 권능은 이 세상의 방식을 따르는 권세가 아닙니다. 그것은 선의 힘입니다. 곧, 죽음보다 강한 사랑과 진리의 힘입니다.

그렇습니다. 예수님의 약속은 참됩니다. 죽음도, 곧 저승의 세력도, 예수님께서 베드로 위에 세우시고(마태 16,18 참조) 바로 이러한 방식으로 계속해서 몸소 세우시는 교회를 결코 이기지 못할 것입니다.

베드로 성인의 후계자이신 프란치스코 교황 즉위 5주년을 경축하는 오늘, 사랑하는 교황 성하를 위하여 기도드립시다! 전능하신 하느님, 프란치스코 교황을 베드로 사도의 후계자이자 그리스도의 지상 대리자로 뽑으셨으니, 십자가와 부활의 길에서 언제나 그를 인도하여 주소서. 또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당신 백성을 위해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의 믿음직한 증인이 되게 하시고, 교회의 친교를 위한 훌륭한 도구가 되게 하시며, 모든 인간, 특히 가장 고통받는 이들에게 하느님 아버지의 돌보심을 투영하는 빛이 되게 하소서. 

“스승님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이십니다.” 베드로는 카이사리아 필리피에서 예수님의 모든 사도들과 제자들을 대표하여 고백하였습니다. 베드로의 신앙 고백 안에서 우리가 하나 됨에 주님께 감사드립시다. 우리 다 함께 이 신앙 고백을 한국과 온 아시아와 전 세계의 현대 사회에 전하도록 합시다!

주님, 역사의 바로 이 순간에 저희가 그리스도 고난의 참된 증인이 되어 그리스도 부활의 영광에 동참할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아멘. 

  임시 주한 교황대사 대리
 마르코 스프리치 몬시뇰

출처 : http://www.cbck.or.kr/bbs/bbs_read.asp?board_id=k1200&bid=13013226&page=1&key=&keyword=&c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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