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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나누기

예수님의 침묵 – 연중 제18주간 수요일

작성자
하느님의 사랑
작성일
2023-08-09 10:33
조회
5026

 

8월 9일 / 연중 제18주간 수요일

제1독서 : 민수 13,1-2.25―14,1.26-30.34-35 / 복음 : 마태 15,21-28

 

가나안 여인이 예수님께 청합니다. ‘딸이 마귀에 들렸으니 자비를 베불어 달라고 청합니다.’ 복음에서는 예수님의 반응을 ‘예수님께서는 한마디도 대답하지 않으셨다.’고 전합니다. 예수님의 침묵입니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청할 때, 상대가 침묵하면 보통 거절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인도 예수님께서 거절하셨구나 생각했을 것입니다. 여인은 예수님께서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셔도 계속 청합니다. 예수님의 답이 없어서, 여인의 간절한 모습이 더 드러납니다. 예수님께서는 “아, 여인아! 네 믿음이 참으로 크구나. 네가 바라는 대로 될 것이다.”(마태 15,28)라고 말씀하십니다. 여인은 포기하지 않고, 믿음으로 청했고, 결국 딸이 치유되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여인의 청원 그리고 에수님의 침묵이 주요한 모습임을 볼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을 더 잘 보기 위해, 이어지는 마태오 복음의 구절을 봅니다. 예수님께서는 갈릴래아 호수에 계실 때, 많은 병자들이 예수님을 찾아왔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께 다가온 이들을 보고 침묵하지 않으시고, 바로 치유해 주시는 모습입니다.

 

따라서 오늘 가나안 여자의 믿음의 복음에서 눈에 들어오는 부분은 예수님의 침묵입니다. 우리가 우리의 고통과 어려움 속에 있을 때 청원하면, 예수님께서는 침묵하실 때가 있습니다. 예수님의 침묵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 오늘은 엔도 슈사크의 침묵을 통해 봅니다.

 

포르투갈의 예수회에서 일본에 파견한 페라이라 신부가 배교했다는 보고서가 로마 바티칸에 들어왔다는 소문으로 시작됩니다. 주교로서 사제와 신자를 통솔해 온 존경받던 페레이라 신부가 배교했다는 것은 충격적이며 믿기 어려운 소식입니다. 이를 믿을 수 없었던 그의 제자 로드리고 신부와 다른 두 명의 포르투칼 사제는 이 사실을 규명하기 위하여 자원하여 일본으로 떠납니다.

 

일본에 도착한 그들은 자신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무서운 박해의 현장을 보게 됩니다. 선교사들로부터 복음을 듣고 입교했던 사람들이 박해에 직면하여 얼마는 불신자의 생활로 돌아가지만 신앙을 지키기로 결단한 사람들은 무수히 죽어갑니다. 로드리고와 가르페가 묵고 있던 마을 사람 둘이 바다에 세워진 십자가에 매달려 수장으로 죽고, 동료 가르페 신부마저 순교합니다.

 

이런 모습에 로드리고는 고뇌하며 절규합니다. 무엇보다 그는 이 무섭고 비참한 현실 속에서 침묵만 지키시는 하느님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하느님은 정말로 존재하는 것일까? 만약 하느님이 안 계신다면 선교를 위하여 목숨을 바쳐 노력한 자신의 반생은 물론 영웅적으로 죽어간 신도들도 모두 우스꽝스럽지 않은가?

 

또 순교의 의미에 대해서도 깊게 생각하게 됩니다. 순교하지 않았다고 하여 하느님께서 함께하지 않으시는지? 성화상을 밟음으로써 처참하게 죽어가는 신자의 목숨을 살려야 하는지 아니면 이를 거부하고 명예로운 순교를 택해야 하는지?

 

소설 <침묵>에서 특이한 인물은 기치지로입니다. 그는 마카오에서부터 로드리고를 동반하여 일본으로 잠입한 일본인입니다. 그는 성화를 밟고 배교한 뒤에 신도들을 고발하고 마침내 로드리고를 팔아넘기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그러한 큰 약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끈질기게 로드리고를 따라 다니며 마침내 로드리고에게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용서를 구합니다. 로드리고는 자기를 배신하고 배교한 가치지로에게 고백성사를 주어야 하는지 등에 대하여 끊임없이 고뇌합니다.

 

마침내 그리스도께서 유다까지 용서하신 것을 깨닫고 끊임없이 자기를 따라다니는 자신을 팔아넘긴 배신자 가치지로를 용서하고 그에게 고백성사를 줍니다. 한밤의 옥사에서 신부님은 예수님을 만나게 되고 그분의 침묵에 대한 그분의 내면의 목소리를 듣는다. “그대가 괴로워하고 있을 때 나도 곁에서 괴로워하고 있었다. 끝까지 나는 그대 곁에 있겠다.”

 

협박과 회유 앞에서, 거꾸로 매달려 고통받는 신자들을 살리려면, 신부님은 성화판을 밟아야 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밟아 움푹 파인 성화속의 예수님은 “고통스럽게 신부를 쳐다보며 호소하고 있었다. ‘밟아도 좋다. 밟아도 괜찮다. 너희들에게 짓밟히기 위해 나는 존재하고 있다.’” 라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침묵하시는 듯 하지만 말씀하십니다. 가나안 여인, 로드리고 신부님은 예수님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복잡한 마음이 풀리었습니다.

예수님의 침묵으로 인해, 여인의 간절함과 믿음이 드러났고, 또 우리에게도 간절함의 믿음이 전해집니다. 삶의 자리에서 우리는 예수님의 침묵을 마주하게 됩니다. ‘기도가 더 필요한 때가 아닌가?’ ‘더 좋은 결과를 이루어 주실거야’ 라는 믿음으로, 예수님 침묵의 시간을 인내롭게 보낼 수 있었으면 합니다.

 

자기를 따라다니는 자신을 팔아넘긴 배신자 가치지로를 용서하고 그에게 고백성사를 줍니다. 한밤의 옥사에서 신부님은 예수님을 만나게 되고 그분의 침묵에 대한 그분의 내면의 목소리를 듣는다. “그대가 괴로워하고 있을 때 나도 곁에서 괴로워하고 있었다. 끝까지 나는 그대 곁에 있겠다.”

 

협박과 회유 앞에서, 거꾸로 매달려 고통받는 신자들을 살리려면, 신부님은 성화판을 밟아야 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밟아 움푹 파인 성화속의 예수님은 “고통스럽게 신부를 쳐다보며 호소하고 있었다. ‘밟아도 좋다. 밟아도 괜찮다. 너희들에게 짓밟히기 위해 나는 존재하고 있다.’” 라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침묵하시는 듯 하지만 말씀하십니다. 가나안 여인, 로드리고 신부님은 예수님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복잡한 마음이 풀리었습니다.

예수님의 침묵으로 인해, 여인의 간절함과 믿음이 드러났고, 또 우리에게도 간절함의 믿음이 전해집니다. 삶의 자리에서 우리는 예수님의 침묵을 마주하게 됩니다. ‘기도가 더 필요한 때가 아닌가?’ ‘더 좋은 결과를 이루어 주실거야’ 라는 믿음으로, 예수님 침묵의 시간을 인내롭게 보낼 수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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