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복음나누기

같은 것을 주시는 분 – 연중 제20주간 수요일

작성자
하느님의 사랑
작성일
2023-08-23 09:44
조회
5373

 

8월 23일 / 연중 제20주간 수요일

제1독서 : 판관 9,6-15 / 복음 : 마태 20,1-16

 

주인은 처음부터 일한 일꾼에게 이렇게 전합니다.

“나는 맨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 당신에게처럼 품삯을 주고 싶소.”(마태 20,14)

 

주인은 처음부터 일한 사람이나 비교적 시원한 5-6시까지 한시간 일한 사람에게도 한 데나리온의 품삯을 준다고 합니다. 오늘 복음을 통해 하늘 나라는 노력으로 더 많은 것을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전해 줍니다. 오랫동안 일한 사람도, 잠깐 동안 일한 사람도 똑같이 하늘 나라가 주어집니다. 처음부터 일한 사람은 1시간 일한 사람의 한 데나리온을 보면서 불평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저 주인이 약속한 한 데나리온에 기뻐하면 됩니다.

 

인간 사회는 많은 노력을 하면, 그 노력만큼 보상이 주어지는데 반해, 하늘 나라는 그렇지 않음을 보게 됩니다.

 

“나는 맨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 당신에게처럼 품삯을 주고 싶소.”(마태 20,14) 이 의미를 중심으로 보려고 합니다.

 

제가 성소자로 성소모임을 준비할 때가 있었습니다. 성소자는 수도원 입회를 준비하는 사람을 말하고 성소자들의 모임을 성소 모임이라고 합니다. 성소자들의 성소를 식별해 주는 성소 담당 수사님은 보통 1년 정도 기간을 두고 성소자와 모임을 함께 합니다. 성소 담당자는 성소자가 수도원 부르심에 맞는지 보고, 성소자도 자신이 수도원 부르심에 맞는지 함께 기도합니다. 성소 담당 수사님은 한 달에 한 번 모임에 나오는 것이 중요하며, 참석하는 것을 성소의 충실성으로 본다는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저는 모임이 중요했기 때문에, 항상 모임에 충실하게 참석했습니다.

 

저는 1년간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최종적으로 입회 대상자가 모였습니다. 그런데 준비 기간이 몇 개월 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입회 준비를 하게 된 형제도 있었습니다. 어떻게 몇 개월 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가능한거지 의아하게 생각했습니다. 저는 함께 준비하는 것으로 기뻐하면 되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1년 준비했고, 다른 형제는 조금 준비했었지 하면서, 그렇게 보는 시선이 질투와 불평을 가져왔습니다.

 

한 가지 이야기를 더 봅니다. 박완서 소설가의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라는 수필이 있습니다.

 

내용을 보면, 지은이는 마라톤 때문에 길이 막히자 ‘마음속 깊이 잠재한 환호에의 충동’을 발산할 기회를 잡기 위해 버스에서 내립니다. 그러나 막상 버스에서 내려서보니 일등은 이미 지나간 다음이고 마지막으로 골인하는 주자들만 달리고 있는데, 아무도 그들에게 관심을 갖지 않았습니다.

 

수필 내용의 원문을 봅니다.

나는 용감하게 인도에서 차도로 뛰어내리며 그를 향해 열렬한 박수를 보내며 환성을 질렀다. 나는 그가 주저앉는 걸 보면 안 되었다. 나는 그가 주저앉는 걸 봄으로써 내가 주저앉고 말 듯한 어떤 미신적인 연대감마저 느끼며 실로 열렬하고도 우렁찬 환영을 했다. 내 고독한 환호에 딴 사람들도 합세를 해 주었다. 푸른 마라토너 뒤에도 또 그 뒤에도 주자는 잇따랐다. 꼴찌 주자까지를 그렇게 열렬하게 성원하고 나니 손바닥이 붉게 부풀어올라 있었다.

 

지은이 자신도 처음에는 ‘조금쯤 우습고, 조금쯤 불쌍하다고 생각’하였지만, 가까이에서 그 주자의 모습을 보는 순간 지은이는 일등은 아니지만, 무서운 고통과 고독을 끝까지 이겨내며 완주하는 마라톤 선수들을 향해 열렬히 환호성을 보냈습니다.

 

마라톤에서 순위권으로 들어온 선수는 박수를 받았습니다. 중간 순위를 달리는 선수도 박수를 받았고, 또 마지막으로 뛰는 선수들도 박수를 받았습니다. 일등이나 꼴찌나 박수를 받는 것처럼, 하늘 나라도 마찬가지로 처음이나 마지막이나 같이 한 데나리온입니다.

 

하늘 나라는 우리 노력의 결과로 더 많은 것을 차지하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보게 됩니다. 그저 모두가 한 데나리온이 주어지는 것입니다. 오늘은 “나는 맨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 당신에게처럼 품삯을 주고 싶소.”(마태 20,14)라는 말씀에서 전해지는 것처럼 하느님은 계산적인 분이 아니라, ‘하느님은 우리 모두에게 똑같은 것을 주고 싶으신 분’임을 기억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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