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복음나누기

사람을 살게 하는 일 – 용서

복지회 형제들
작성자
수도회
작성일
2011-03-29 08:41
조회
1567

가해 사순 제3주간 화요일 (마태 18,21-35)

 

 

사람을 살게 하는 일 – 용서

 

  찬미예수님,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열심히 일하고 그에 따른 대가를 받는 것은 정당한 것입니다. 우리가 노동을 하고 그에 합당한 몫을 받지 못한다면 그것은 의롭지 못한 것입니다. 각자에게 돌아갈 몫을 공정하게 나누는 것이 법적인 의미에서의 정의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일한 것에 대한 보수를 받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일하지도 노력하지도 않은 것에 대한 보수는 당연한 것이 아닙니다. 나의 필요에 의해 다른 이에게 빌린 것이라면 되갚아주어야 합니다. 그렇게 빌린 것은 내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 말씀에서 예수님께서는 비유를 들어 형제를 용서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오늘 비유에서 임금이 누구죠? (하느님) 그럼 매정한 종은 누굴까요? (우리) 만약 매정한 종이 우리를 비유한 것이라면, 오늘 복음 말씀의 결과에 따라서 우리는 고문 형리에게 넘겨져 하느님께 빚진 것을 모두 갚아야만 합니다. 예수님께서 정말로 우리를 고문 형리에 넘기려고 이 비유를 설명하신 것일까요? 복음에 나오는 비유 말씀을 글자 그대로 따지다 보면 이런 어처구니없는 해석이 나오게 됩니다.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님들마저도 자기 자식이 고통 받는 것을 보면 견디기 힘든데, 하물며 그보다 더 우리를 사랑하시는 하느님께서 우리가 고문 형리에게 넘겨지는 것을 바라실 리가 없습니다. 즉, 용서해야 한다는 이 복음의 메시지 안에서 비유를 이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특별히 오늘 복음 말씀에서 우리는 매정한 종의 모습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비유 안에서 등장하는 종은 임금의 종입니다. 아무리 종이라도 임금에게 돈까지 빌릴 수 있는 정도의 종이라면 어느 정도 사회적인 지위를 갖고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만 탈렌트라는 돈은 그리 적은 돈이 아닙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당시 하루 일당은 1 데나리온이었습니다. 1 탈렌트는 6000 데나리온과 같은 돈입니다. 오늘날 하루 일당을 3만원이라고 할 때에 1 탈렌트는 오늘날로 치면 1억8천만 원이나 되는 어마어마한 돈이죠. 그러니까 만 탈렌트라고 하면 1조8천억 원!!! 이렇게 많은 돈을 임금에게 빌릴 수 있는 종이었다면 그만큼 임금과 가까운 종이었겠죠. 그렇게 가까운 종이 빚을 갚을 능력이 없음을 임금은 알고 가엾게 여깁니다. 여러분은 이러한 임금의 행동이 이해가 가십니까? 그렇게 많은 돈이 있는 사람이 불쌍하다뇨? 1조8천억 원의 재산이 있는 사람이라면 엄청난 부를 누리는 사람일 것입니다. 다른 사람이 볼 때에도 그렇게 보일 것입니다. 그러나 1조8천억 원의 빚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삶의 무게와 부담은 상상도 못할 것입니다. 이를 알고 임금은 그의 부채를 탕감해 줍니다. 여기서 임금이 그 종을 얼마나 아끼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종은 어떻게 하였습니까? 자신에게 100 데나리온을 빚진 동료를 감옥에 가두었습니다. 이 행동만 보아도 그 종은 아주 몹쓸 종임이 분명합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사실은 자신의 그 엄청난 빚을 자신의 재산인 양 사용하였다는 사실입니다. 게다가 다른 이들에게 돈을 빌려주기까지 했다는 것이죠. 빚이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돈을 빌려준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는 행동입니다. 애초부터 그 종은 임금에게 빌린 돈으로 부자 행세를 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이 엄청난 돈을 갖고 있다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던 것이죠.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사실 우리 모두가 이런 몹쓸 종의 모습을 하며 살아갑니다. 인정하기 싫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몹쓸 종이 우리이고, 임금이 하느님이시라면, 우리가 하느님께 받은 가장 소중하고 엄청난 가치가 있는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바로 생명입니다. 생명은 우리가 노력해서 얻은 것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살아 숨쉬고 있다는 것을 당연하게 여깁니다. 세상 모든 피조물에 생명이 있고, 이 세상을 사랑하시는 하느님께서 그 생명을 주시어 살게 하신 것입니다. 그런데 세상에는 남을 못살게 구는 사람이 많은 것 같습니다. 남편은 아내를 못살게 굴고, 아내는 남편을 못살게 바가지를 긁습니다. 성당에서도 뭔가 맘에 안 드는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을 못살게 굽니다. 하느님은 우리를 사랑하셔서 우리를 살게 하시는데, 우리는 다른 사람을 못살게 하는 것입니다. 이 몹쓸 종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오늘 여러분들에게 한 가지 당부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여러분들만이라도 사람을 살게 하는 사람이 되어 주십시오. 하느님께서 우리를 살게 하시는 것처럼 여러분들도 다른 이웃들을 살게 하는 사람이 되어 주십시오. 그 시작이 바로 용서입니다.

전체 1,617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추천 조회
47
예수님의 마음을 바꾸는 믿음, 희망, 사랑
수도회 | 2011.04.02 | 추천 0 | 조회 1300
수도회 2011.04.02 0 1300
46
떳떳한 그리스도인
수도회 | 2011.04.02 | 추천 0 | 조회 1305
수도회 2011.04.02 0 1305
45
굳셈을 청할 수 있는 기도
수도회 | 2011.04.02 | 추천 0 | 조회 1439
수도회 2011.04.02 0 1439
44
눈먼 이와 바리사이의 태도
수도회 | 2011.04.02 | 추천 0 | 조회 1466
수도회 2011.04.02 0 1466
43
예수님의 곁에 계신 성모님
수도회 | 2011.04.01 | 추천 0 | 조회 1435
수도회 2011.04.01 0 1435
42
신앙생활의 두 발
수도회 | 2011.04.01 | 추천 0 | 조회 1438
수도회 2011.04.01 0 1438
41
사순3주간목요일
수도회 | 2011.03.31 | 추천 0 | 조회 1356
수도회 2011.03.31 0 1356
40
77번의 용서
수도회 | 2011.03.31 | 추천 0 | 조회 1759
수도회 2011.03.31 0 1759
39
하느님을 시험하는 일
수도회 | 2011.03.31 | 추천 0 | 조회 1385
수도회 2011.03.31 0 1385
38
율법의 완성
수도회 | 2011.03.30 | 추천 0 | 조회 1539
수도회 2011.03.30 0 15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