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복음나누기

사순 제 4주간 화요일강론

복지회 형제들
작성자
수도회
작성일
2011-04-05 14:19
조회
1316


찬미예수님!

오늘은 사순 제 4주간 화요일입니다. 오늘 독서의 말씀과 복음 말씀에서는 모두 ‘물’에 관해서 나옵니다. 오늘 독서의 말씀은 성전 오른편에서 흘러나오는 물에 대한 내용입니다. 이것은 부활세례예식때 부르는 잘 아는 성가이기도 합니다. 팔레스티나 지역은 더운 기후 덕분에 물을 귀하게 여겼습니다. 그래서 샘은 가끔 생명력을 부여하는 하느님의 힘을 가리키는 상징으로 여겨졌습니다. 그래서 샘 부근에 성소를 짓기도 하였는데 예루살렘도 그렇게 지어져 있었다고 합니다. 에제키엘은 새로 지어질 성전 밑에서 새 샘이 흐르는 것을 환시로 본 것입니다. 그리고 그 새 성읍에서 나오는 샘물이 팔레스티나 땅에서 가장 메마른 지역을 비옥하게 만들면서 거칠 것 없이 생명력을 부여하는 주님의 능력을 드러내는 모습을 본 것입니다. 그 물은 하느님으로부터 나오는 것입니다. 그래서 수많은 과일나무와 효과가 좋은 약으로 쓰이는 잎을 내는 나무들을 싹트게 하는 것입니다. 유대인들은 이렇게 성전에서 나오는 물을 신성하게 보았고, 그 인식은 오늘 복음내용으로 이어집니다.

 

복음에 나오는 벳자타라는 이름은 예루살렘의 성전 북쪽에 있는 구역의 이름이라고 합니다. 많은 병자들이 이 벳자타 못 근처에서 지냅니다. 오늘 복음말씀에서는 빠져있지만 다른 수사본에는 “주님의 천사가 그 못에 내려와 물을 출렁거리게 하였는데, 물이 출렁거린 다음 맨 먼저 못에 내려가는 이는 무슨 질병에 걸렸더라도 건강하게 되었기 때문이다”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하였을 때 그들의 질병이 나았는지 안나았는지에 대한 내용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병자들이 모두 그 생각에 의지하고 있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들에게 다른 희망은 없어 보입니다. 당시 병자들은 하느님께 죄를 지어 병이 든 것이라는 인식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을 통해 병자들은 그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소외당하고 손가락질 당하는 아픔을 겪었을 것입니다. 병에 걸린 것도 모자라서 평생 죄인으로 낙인된 채 살아가야 하는 그들은 절망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갔을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나타나셔서 서른여덟해나 그렇게 지내고 있는 병자에게 다가가십니다. 그리고 물으십니다. “건강해지고 싶으냐?” 그런데 이 질문에 대한 그 병자의 대답이 이상합니다. “예!”라는 대답이 아니라 “물이 출렁거릴 때에 저를 못속에 넣어줄 사람이 없다”라고 이야기합니다. 마치 자신이 병이 낫지 않는 것이 그 때문인 양 말합니다. 그리고 누군가가 자신을 그 물에 넣어주기를, 누군가가 와서 자신을 바라봐주기를, 구원해주기만을 바라고 있습니다. 마치 일어서지 못하는 어린아이가 징징대듯이 말입니다. 처음 병이 났을 때 그가 겪었을 절망과 소외감과 분노는 대단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서른여덟해나 되는 기간은 그를 모든 의지를 꺽고 모든 걸 포기하고 주저앉아 있게 만들었습니다. 절망 속에서 무언가 해보겠다는 의지마저도 버린채 그렇게 그는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런 그에게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일어나 들것을 들고 걸어가거라!” 그런데 단순한 이 말씀에 그가 의아해하는 상황도 없이 벌떡 일어나 걸어갑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말씀으로 그에게 가장 필요한 것, 신앙인으로써 가장 필요한 것 중 하나인 용기를 불어넣어주십니다.

인간은 누구나 아픔과 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아픔을 누군가 알아주기를 원하고, 치유해주기를 원합니다. 내 자신이 약해서 지은 죄를 내어놓고 용서받기보다는 누군가 자신을 위로해주기를 원합니다. 스스로 일어서서 걷기를 힘들어합니다. 육체적인 것보다 영혼의 것일 때 더욱 그렇습니다. 마음깊이 담긴 내 부족함과 한계를 인정하기 싫고, 또 내 상처를 딛고 그것을 넘어서기가 아프기 때문입니다. 용서받지 못할 것 같은 불안감, 이해받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은 내가 일어나서 걷기 보다는 들것을 깔고 머물러 있게 합니다. 그 아픔을 깊숙이 넣어놓은채 그렇지 않은 양 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하느님께서 직접 오시기를 바랍니다. 그가 알아서 구원해주기를 바랍니다. 많은 신앙인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성숙한 신앙인의 모습이 아닙니다.

 

자신의 문제에 머물고만 있으면 타인을 보지 못하고 규정 같은 다른 것에 집착합니다. 사랑하지 못하고 오히려 복음말씀의 유대인처럼 아픈 이가 나은 것에 기뻐하기는 커녕 안식일에 그러면 안된다고 하면서 타인을 다른 것으로 얽매이게 합니다. 진정 하느님과 만나기 위해서는 내 죄를 씻어내고 깨끗이 하기 위해서는 드러내야 합니다. 드러낼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들것을 들고 머물지 말고 일어나 걸어가라고 등을 밀어주십니다. 그 말씀 한마디에 서른여덟해나 머물러 있던 이가 건강하게 되었습니다. 그 말씀은 대단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사랑을 배우기를 바라십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용기를 힘입어 내 죄를 바라봐야 합니다. 일어서서 걸어가려는 우리를 하느님께서는 가만히 받아주려 기다려주십니다. 나는 오랜기간 무언가에 매여서 머물고 있지는 않은지, 왜 머물고 있는지 묵상해보는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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