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복음나누기

보아도 보지 못하는 사람

복지회 형제들
작성자
수도회
작성일
2011-04-08 23:15
조회
1321



가해 사순 제4주간 토요일 (요한 7,40-53)

 

 

 보아도 보지 못하는 사람

 

  찬미예수님! 우리는 지금 40일의 사순시기를 참회하는 마음으로 보내고 있습니다. 벌써 4주간의 사순시기가 지나가고 있습니다. 처음에 한두 주간은 경건한 마음으로 자중하면서 잘 지내지만, 이때쯤 되면 마음이 산란해지고, 더욱 더 심한 유혹들이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 잘 지켜왔던 절제와 보속의 실천들이 흔들리고, 아무 이유 없이 불안한 마음을 갖게 됩니다. 그런데 이런 느낌을 갖게 되는 것은 내가 잘못했거나, 혹은 나의 의지나 믿음이 약해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예수님의 수난에 더 직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이니까, 이상해하거나 불안해하시지 마시고, 더욱 더 예수님의 마음을 직접적으로 느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예수님 시대에도 사람들은 그분의 때를 앞두고 이러한 혼란을 겪었습니다. 그 혼란이 오늘 복음에 여지없이 드러납니다. 예수님을 두고 사람들 가운데에서 논란이 일어납니다. 어떤 이들은 예언자라고 하고, 어떤 이들은 메시아라고 하고, 어떤 이들은 그런 말을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습니다. 이 모든 혼란들이 지금 내 안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바로 수석 사제들과 바리사이들의 모습입니다. 당시 그들은 하느님과 가장 가까이에 있다고 여겨졌던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더더욱 자기들이 알던 방식으로 다가오지 않으시는 하느님을 받아들이기 어려웠겠죠. 사람들 역시 비슷한 입장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그분의 말씀에 진리가 담겨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성전에서 대사제들을 위해 일하던 성전 경비병들마저 예수님께서 메시아라는 사실을 믿지는 못했지만, 그 행적들은 하느님으로부터 온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느님의 일이라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 일을 하신 분이 메시아라는 것은 받아들이지 못한 것입니다.

 

  그런데 수석 사제들과 바리사이들은 그 일마저 부정하였습니다. 예수님께서 하신 수많은 행적들을 보고서도 그것이 하느님의 일이라는 사실을 감추려고 했습니다. 그들은 이미 예수님께 마음을 돌릴 가능성을 잃은 상태였습니다. 적어도 혼란을 겪거나, 니코데모처럼 여지를 남겼다면, 분명 진리가 그들을 구원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아예 눈을 감고 귀를 막아버렸습니다. 그러니 더 이상 하느님의 일이 보이지 않고, 하느님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입니다. 급기야 그들은 자신들 외에 모든 사람들을 저주하기에 이릅니다. “율법을 모르는 저 군중은 저주받은 자들이다.”

 

  우리는 어떻습니까? 지금 내 주위에서 벌어지는 하느님의 일을 본 적이 있습니까? 아니면 보지 못하셨습니까? 내 주위의 사람들 가운데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하여 무조건 사람의 일이라고만 여기지는 않았습니까? 예수님께서는 사람들에게 나를 믿지는 못하더라도 내가 하는 일들은 믿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가 단 두세 사람이라도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모여 있다면, 그 자리에는 분명 주님께서 함께 계십니다. 우리가 가진 지식이나 판단 때문에, 주님과 함께 있지만 보아도 보지 못했던 바리사이처럼 되지 않도록, 오늘 제1독서의 예레미야가 그랬듯이, 주님께서 우리 눈을 뜨게 해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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