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복음나누기

모욕과 수치

작성자
수도회
작성일
2011-04-20 13:33
조회
1352

가해 성주간 수요일 (마태 26,14-25)

 

 

 모욕과 수치

 

  찬미예수님! 제가 초등학교 1학년 때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다가 광주로 전학을 간 적이 있었습니다. 모든 것이 낯설었지만, 가장 낯설었던 것은 사투리였습니다. 다른 아이들의 사투리가 너무나 재미있고 신기했지만, 왠지 모르게 배우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렇게 지내던 중에, 저는 아이들이 이상한 말을 하는 것을 듣게 되었습니다. 서로 모욕을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아이들이 서로 모욕을 했다면 기분이 나쁘고 화가 나서 싸우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 아이들은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참 유별난 친구들이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저는 그게 무엇인지 나중에 알았습니다. 학교에서 수업시간에 일어나서 책을 읽는 시간이 있었는데, 한 친구가 ‘목욕’을 계속 ‘모욕’으로 읽는 것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전에 그 친구들은 서로 목욕한 일을 이야기했던 것이었습니다.

 

  제가 이런 이야기를 드리는 이유는 아주 어릴 때지만, 그 어린 나이에도 모욕을 받으면 기분이 나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가 마찬가지로 모욕을 받고 싶지 않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나를 모욕할 일을 만들지 않으려고 합니다. 또는 그런 일을 피하려고 하지요.

그런데 내가 하는 일이 정말 옳다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남들이 하는 그런 모욕이나 비난을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 그런 모욕이나 비난이 옳은 일을 하는 나의 인격과 존엄성을 깎아 내릴 수 없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내가 하는 일이 진정 옳다는 확신을 가지지 못한다면 사람들의 모욕과 비난에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아무리 의지가 강하다고 하더라도 언제 다시 흔들릴지 모르는 나약함을 갖고 있기 때문에, 나 스스로도 끝까지 옳은 일을 하리라고 쉽게 장담할 수 없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제자들도 이런 모습을 보여줍니다. 당신을 팔아넘길 사람이 제자들 가운데 있다는 예수님의 말씀에 어느 누구도 스스로를 제외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 묻습니다. “저는 아니겠지요?” 자기가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배제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수님께서는 모두 알고 계셨지만, 제자들은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불안했던 것이지요.

 

  예수님께서는 당신께서 사람들에게 어떤 모욕을 받을지 이미 알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모욕과 비난 속에 죽음을 당하리라는 것도 알고 계셨습니다. 이 일을 알지 못하는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제자에게 배신당해 죽는 못난 스승 정도로 여겨지게 될 것이라는 것도 알고 계셨습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이 모든 일들을 미리 알고 계셨음에도 불구하고, 그 일을 막지 않으셨습니다. 피하지도 않으셨습니다. 사람들에게 모욕과 비난을 받는 것보다 그 일이 이루어지는 것이 훨씬 더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예수님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지금 무엇을 부끄러워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사람들 앞에서 십자성호를 긋는 일이 부끄러운 일인지, 아니면 긋지 않는 것이 부끄러운 일인지 생각하면서 오늘 제1독서의 말씀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주 하느님께서 나를 도와주시니, 나는 수치를 당하지 않는다. … 나는 부끄러운 일을 당하지 않을 것임을 안다.”(이사 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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