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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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회 형제들
작성자
수도회
작성일
2011-03-05 02:17
조회
2890

2011.3.4 강론

 

찬미 예수님.

 

 

종신서원을 한해 앞둔 유기서원 4년차에 인천 피정의 집에서 청년 피정을 함께 동반한 적이 있었습니다. 첫 서원을 하고부터 학생 피정을 동반하였고, 해를 거듭할 수록 청년과 성인 피정을 동반했던 저로서 그날의 피정 또한 어렵지 않게 진행 할 수 있었습니다. 피정 동반을 시작 할 때면 언제나 늘 제 이름부터 쓰고 시작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습니다. 제가 누구인지를 알려야 피정 내내 서로 불편함 없이 이름도 불러주고 친근감도 표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날은 이상하게도 무슨 생각을 골똘이 했는지 깜박하고 제 이름을 적지 않은 채 피정 동반을 시작하였습니다. 1박 2일의 시간을 마치는 파견 예식을 끝낸 직 후, 청년 한명이 제게 다가와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수사님 하느님과 함께한 피정 정말 감사드립니다. 수사님 그런데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그 청년의 질문에 이름을 적고 시작하는 것을 깜빡 했구나 라는 생각 보다는 하느님과 함께한 피정이 너무나 좋았다는 말에 아차! 싶었습니다. 피정을 시작하면서 “우리는 이번시간 하느님과 함께 할 것입니다.” 라고 늘 힘주어 말했던 제가 하느님은 뒷전에 모시고 그 앞에 버젓이 서서 저를 드러내고 있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치 모든 것을 제가 이루어 낸 듯 피정객들의 감사와 인정을 받는 것이 언젠가부터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 부끄러움 가운데 때가 되지 않았음을, 너무 일찍 피정 동반을 시작했음을 그때 알았습니다. 사랑의 알맹이가 가득 차지 않은 제 마음은 마치 오늘 복음에서 때가 되지 않았지만 먼저 무성한 잎을 피워 예수님을 가까이 불러들인 무화과 나무와 같았고, 기교와 재치로 일관했던 스스로의 무화과 나무를 발견하고 말았습니다. 예수님께서 저의 모습을 가까이서 보셨더라면 아마도

 

“이제부터 영원히 어느 누구도 너에게 피정 동반을 원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라고 말하셨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잘 알지 못하면 자신을 드러내기 시작하고, 자신이 생각하는 사랑이 하느님의 사랑이라고 착각하기 시작하며, 우리들의 마음을 다른 것에 빼앗기게 됩니다. 우리들의 마음을 다른 것에 빼앗긴다는 것은 우리 마음의 자리를 다른 것에 내어 준다는 것을 의미 하는데 우리는 우리들의 마음을 다른 것에 내어 주면 안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매일의 미사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몸을 받아 모시는 우리들은 우리들의 마음 안에 예수 그리스도를 모시기 때문입니다.

 

 

세례를 통해 그리스도인이 된 우리들은 성당에 성체를 감실에 모시는 것처럼 매일의 미사를 통해 마음의 성전에 예수 그리스도를 모시며 그분과 함께 살아갑니다. 그런데 세상일에 묻혀 하느님 사랑을 잊어 버리기 시작하면서, 또한 세상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내안의 성전을 쉽게 잊고 살아갑니다. 내안에 성전이 그리고 그 안에 예수 그리스도가 나와 함께 있음을 잊어버리는 그 순간부터 성전 주변은 점점 시끄러워 지기 시작합니다. 금전적인 거래 관계를 생각하느라 마음의 자리를 내어 주고, 이웃을 미워 하는 불편한 마음이 내 마음 한자리를 차지합니다. 더 먹고 싶고, 더 자고 싶고, 더 게을러 지고 싶어 하는 마음이 마지막 남은 나의 마음을 차지 합니다. 하느님의 성전을 환전 상인들과, 미움들 그리고 광대들에게 양보하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하느님 사랑을 외면하고, 이웃 사랑을 외면하고, 하느님의 성전을 다른 것들에게 온전하게 빼앗기는 그 순간, 예수님께서는 내 마음의 성전 안에서 외로운 싸움을 시작하시어 그곳에서 사고팔고 하는 자들을 쫓아내기 시작하시고, 환전상들의 탁자와 비둘기 장수들의 의자도 둘러엎으실 것입니다. 그 싸움은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서로에게 폭력을 휘두르거나, 비방하는 방법이 아닌 당신만의 방법으로 신앙의 깨우침을 통해 우리 스스로를 움직이게 하실 것입니다.

 

 

오늘 가지가 무성한 무화과나무는 예수그리스도를 가까이 오게 할 수는 있었지만 영원한 생명을 얻지는 못했습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신앙이 아닌 마음속 깊은 곳에서 예수그리스도의 성전을 함께 정화 할 수 있는 신앙으로 살아가십시오. 예수님께서는 오늘 성전을 없애버리신 것이 아니라 정화 하셨습니다. 우리 마음의 성전 정화는 다른 것에 마음을 빼앗겨 버린 그 자리에 다시 하느님 사랑을 채워 가는 신앙 회복을 의미 합니다. 그러니 용기를 가지고 신앙 안에서 열심히 살아가시기 바라겠습니다.

 

 

“그러므로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기도하며 청하는 것이 무엇이든 그것을 이미 받은 줄로 믿어라. 그러면 너희에게 그대로 이루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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