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복음나누기

아버지께 가는 길

작성자
수도회
작성일
2011-05-19 21:40
조회
852

가해 부활 제4주간 금요일 (요한 14,1-6)

 

아버지께 가는 길

 

찬미예수님! 누구나 한 번쯤은 길을 찾다가 헤매본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제가 성당에 다니기 전 아주 어렸을 때 친구를 따라서 교회에 나가본 적이 있었습니다. 친구와 함께 교회에 가면 뭔가 재미있는 것이 있을 것 같아서였습니다. 그런데 그 교회에서는 ‘가두선교’라고 해서 한 달에 한 번씩 길거리에 나가서 전교를 하는 날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영문도 모르고 친구들과 함께 근처 놀이터로 가게 되었습니다. 전교에 생각이 없었던 저는 어느새 돌아보니 친구들과 어른들이 모두 없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놀이터는 제가 생전 처음 온 곳이라서 졸지에 저는 길을 잃은 아이가 되어버렸습니다. 순식간에 두려움과 공포감이 몰려왔습니다. 다들 어디로 갔는지 찾지 못하고 저는 왔던 길을 다시 기억해 내면서 겨우 집에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 다시는 교회에 가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길을 잃게 되면 가장 먼저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는 것 같습니다. 특히 처음 가보는 길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요즘에는 네비게이션도 잘 나와 있고, 또 교통도 잘 되어 있어서 시간이 좀 걸릴 뿐 목적지에 도착하는 데에는 별 지장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익숙한 사람이나 그렇지, 어린 아이의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영적인 차원에서도 이와 비슷합니다. 예수님을 믿고 따라가지만, 어느 순간 예수님이 보이지 않고,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는 암흑과 같은 순간이 찾아옵니다. 그러면 우리는 마치 어린 아이가 처음 온 곳에서 길을 잃은 것처럼 두렵고 무섭기까지 합니다. 내가 제대로 오고 있었는지도 잘 모르겠고, 앞으로 또 어떻게 해야 할지도 잘 모릅니다. 그 막막한 상황을 극복해낼 힘마저 없어지면, 이러다 죽는 건가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됩니다.

 

  오늘 복음에서 토마스 사도가 예수님께 드리는 질문은 바로 이러한 우리들의 상황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주님, 저희는 주님께서 어디로 가시는지 알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그 길을 알 수 있겠습니까?” 이 질문에 예수님께서는 당신 스스로가 바로 길이라고 대답하십니다. 하지만 이 대답만으로는 우리들의 답답함이 시원하게 해소되는 것 같지 않습니다. 살다가 예수님이 보이지 않고 느껴지지 않는 암흑 속에 있게 되면, 그 길이신 예수님마저도 찾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암흑 속을 갈 때에, 다행히도 예수님께서는 미리 우리 안에 안배를 해 놓으신 것이 있습니다. 토마스 사도가 질문하기 전에 예수님께서 미리 하신 말씀을 떠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너희 마음이 산란해지는 일이 없도록 하여라. 하느님을 믿고 또 나를 믿어라.” 그렇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께서 저승에 가신 동안, 제자들이 스승이 없는 암흑 속을 가게 될 것을 아시고 미리 이런 말씀을 해 두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암흑 속을 가게 될 것을 아시고 우리 안에 빛을 심어 놓으셨습니다. 그것은 바로 믿음의 빛입니다. 우리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아도 믿을 수 있고, 희망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늘 보이지 않는 것을 믿어 왔고, 보이지 않는 것을 희망해 왔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또한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사랑해 왔습니다. 이 믿음과 희망과 사랑에 흔들림이 없이 견지하고 있다면 아우구스티노 성인과 십자가의 성 요한이 이야기한 것처럼 하느님께 나아갈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나를 통하지 않고서는 아버지께 갈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믿음과 희망과 사랑을 견지하고 있다면 바로 그 자리가 길이신 예수님 위에 있는 것이고 아버지 하느님께 나아가는 길입니다. 믿으십시오. 그리고 희망을 갖고 사랑하십시오. 그러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아버지 하느님께 나아가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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