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복음나누기

밑 빠진 독

작성자
수도회
작성일
2011-06-14 08:39
조회
586

가해 파도바의 성 안토니오 사제 학자 기념일 (마태 5,38-42)

 

 

밑 빠진 독

 

  찬미예수님! 오늘은 파도바의 성 안토니오 사제 학자 기념일입니다. 안토니오 성인은 저와 같은 수사신부였습니다. 작은 형제회 소속이었던 안토니오 성인은 고해 사제로, 그리고 설교가로서 많은 사람들이 회개하도록 이끌었습니다. 오늘의 독서와 복음을 보면 마치 이 성인의 삶을 보는 듯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참으로 난처한 말씀을 하십니다. 본래 구약의 율법에 따르면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되갚아 주는 것이 정의로운 것이었습니다. 정의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는데, 법적인 측면에서 정의는 어떤 사람에게 돌아갈 몫이 제대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도 일한 사람이 자기 먹을 것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다른 말씀을 하시는 것 같이 여겨집니다. 오른뺨을 맞으면 왼뺨도 돌려대라고 하시고, 속옷을 가지려는 사람에게 겉옷까지 주라고 하십니다. 또 천 걸음을 가자고 부탁하는 것이 아니라 강요하는 사람과 이천 걸음을 같이 가 주라고 하십니다. 우리의 인간적인 눈으로 볼 때, 이렇게 하는 것은 참으로 바보같은 짓이며,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이처럼 억울한 일도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왜 이러한 것들을 명하셨는지 그 이유를 알아야 합니다. 정말 예수님의 말 마디만 보고 실천하려고 한다면 우리는 큰 벽에 부딪히게 될 것입니다. 오른뺨을 맞고 왼뺨을 돌려대면서 살아간다면, 우리는 속으로 꾹꾹 참다가 결국 엉뚱한 데에서 터뜨리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모습이 결코 아닐 것입니다.

 

  오른뺨을 맞고도 왼뺨마저 돌려대줄 수 있는 마음, 속옷을 가지려는 사람에게 겉옷까지 내어주고 싶은 마음, 나에게 강요하는 것 이상으로 해주고 싶은 마음, 그 마음이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우리 삶의 근본이자 목적이고 유일한 이유가 되는 사랑입니다. 그것도 미적지근한 사랑이 아니라 열렬히 타오르는 사랑이며, 예수님께서 본을 보여주셨던 사랑입니다. 예수님께서 어리석어서 이런 사랑을 보여주신 것이 아닙니다. 이런 사랑을 보여주신 이유가 바로 오늘 독서에 나타납니다. 그 이유는 세상 안에서 어리석어 보이고,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하느님 안에서 모든 것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완전한 사랑을 하지 못하는 모습을 밑 빠진 독에 비유할 수 있다면, 그 밑 빠진 독을 물로 가득 채우는 방법은 바다에 던지는 것뿐입니다. 그러면 물을 애써서 그 독 안에 채워 넣을 필요가 없습니다. 이처럼 우리도 바다처럼 넓은 하느님의 사랑 안에 푹 잠겨 있다면 애써서 오늘 이 복음 말씀을 지키려고 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오히려 그보다 더 한 것도 가능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그 사랑이 하느님으로부터 왔다는 것을 하느님 그분께서 인정해 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그리스도의 말씀을 잘 지키지 못하는 밑 빠진 독과 같다면, 오늘 하루 하느님 사랑에 푹 잠겨보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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