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복음나누기

좋은 나무와 나쁜 나무

작성자
수도회
작성일
2011-06-21 17:18
조회
851

가해 연중 제12주간 수요일 (마태 7,15-20)

 

 

좋은 나무와 나쁜 나무

 

  찬미예수님! 제가 속해 있는 복자수도회 수련소 뒷 켠에는 넓은 밭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수사님들이 그곳에 파도 심고, 마늘도 심고, 고추도 심고, 감자도 심어서 때가 되면 수확을 합니다. 제가 수련을 받을 때에는 그 땅을 어떻게 쓸까 생각을 하다가 형제들과 함께 콩을 심기로 하였습니다. 작물 중에서 콩 같은 경우에 손도 많이 안 가고, 양도 많이 나와서 심은 것의 몇 배의 수확을 올릴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 형제들은 콩을 팔아서 홈씨어터를 장만하리라는 벅찬 꿈을 안고 튼실한 콩을 사다가 심었습니다.

 

  콩은 논두렁에다가 심어도 잘 자랄 정도로 생명력이 강했습니다. 틈틈이 잡초도 뽑아주고 순도 따 주면서 그렇게 콩을 잘 키워갔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정말 잘 크고 있는 것 같아서 마음이 설레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가을이 되었습니다. 이제 잎도 다 지고 콩깍지가 누렇게 되어갈 무렵 수확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콩을 수확해 본 적이 없는 우리 형제들은 난감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콩을 타작하는 방법도 잘 몰랐고, 게다가 그렇게 하면서 버리는 콩들이 너무 많아졌기 때문이었습니다. 온갖 방법을 다 동원했지만 일은 전혀 진척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런 우여곡절 끝에 콩 타작을 마치고 점점 추워질 무렵, 우리 형제들은 튼실한 콩과 불량한 콩을 구별하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이 작업을 하면서 우리의 마음 속에 있던 홈씨어터는 멀리멀리 날아가버렸습니다. 불량한 콩이 너무나 많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원인이야 여러 가지가 있었겠지만, 저는 좋은 콩으로 잘 심어서 잘 자랐던 콩들이 결국 이런 열매를 맺었다는 생각이 드니까 참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좋았던 콩들이 언제부터 안 좋아졌는지 저는 알 수가 없었습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좋은 나무와 나쁜 나무가 맺는 열매에 대해서 이야기하십니다. 좋은 나무는 좋은 열매를 맺을 수밖에 없고, 나쁜 나무는 나쁜 열매를 맺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살면서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처음부터 좋은 나무라고 해서 끝까지 좋은 나무로 남는 것은 아닙니다. 처음에는 좋은 나무였지만, 어떤 이유로 나쁜 나무가 되기도 합니다. 병에 걸리거나,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받지 못할 때 그 나무는 점점 나쁜 나무가 됩니다. 그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완전히 나쁜 나무였는데, 키우는 사람의 사랑과 정성으로 썪은 부분은 도려내고, 마른 데에 물 주고, 약도 주고, 영양분을 잘 공급해주면 그 나쁜 나무는 조금씩 살아나서 좋은 나무가 되기도 합니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천 번 좋은 나무가 되기도 하고 나쁜 나무가 되기도 합니다. 우리가 좋은 열매를 맺으려면, 우리는 계속해서 좋은 나무로 남아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이 세상에서 해야 할 일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끊임없이 우리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하고, 또 나쁜 나무가 되어가고 있다면 하느님께서 주시는 물과 약을 잘 받아야 합니다. 우리 모두가 좋은 나무로 남아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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