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복음나누기
법과 정신
가해 연중 제21주간 화요일 (마태 23,23-26)
법과 정신
찬미예수님! 우리는 흔히 누군가가 다른 사람들과 갈등을 겪거나 문제를 갖고 있을 때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을 많이 봅니다. ‘법대로 합시다!’ 법대로 하면 자신의 책임이나 잘못이 없다는 것이 드러나리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러면서도 우리는 누가 보더라도 옳게 살고, 또 바르게 사는 사람을 보면 ‘저 사람은 법 없이도 살 사람이다’라고 합니다. 법 때문에 올바로 사는 것이 아니라 법과 상관없이 올바른 가치와 선을 지키면서 살아가는 삶을 누구나 바라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법이란 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면서 살아가는 것일까요?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법은 성문법입니다. 이것은 문서화되어 있는 법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참으로 많은 규정들이 있고, 헌법에서 시작하여 각 단체마다 가지는 정관까지 우리가 이러한 법에서 자유롭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성문법을 넘어서는 법도 알고 있습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지켜야 할 도리, 선조들로부터 전해내려오는 좋은 전통들, 이러한 것들은 어떤 책에 글로 규정되어 있는 것이라기보다는 우리의 마음 속에, 그리고 우리의 문화 속에 남아 있는 것이죠. 인간의 존엄성과 자연의 소중함을 지키는 것은 어디에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지켜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것은 그 자체로 보존되고 지켜져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이것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율법의 규정만을 준수하는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을 꾸짖으십니다. 과거 율법에는 십일조를 내야 하는 규정이 있었습니다. (신명 12,11 참조)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은 이러한 규정을 철저하게 지켰습니다. 하지만 이 규정을 포함하여 율법 전체가 담고 있는 그 정신은 간과하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의로움과 자비, 신의처럼 율법에서 더 중요한 것들은 무시한다.” 이 규정보다 율법에서 더 중요한 것이 있음을 가르치시는 것입니다.
흔히 우리가 고해성사를 할 때에 주일 미사에 빠진 것을 고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물론 이것은 우리 신자들의 의무로 규정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이것을 지키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만약 주일에 빠진 것만이 우리가 잘못한 것의 전부라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예수님의 꾸중을 들은 율법 학자나 바리사이와 다를 것이 없습니다. 그 안에 담겨져 있는 정신은 보지 못하고 그 규정의 준수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법에는 그 법 규정이 만들어지게 된 역사와, 그 법 규정을 통해 지키려고 하는 정신이 담겨져 있습니다. 그래서 그 규정을 지켜야 할 의무가 생겨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 규정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 규정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정신입니다. 우리가 그 정신을 보려고 하지 않는다면, 우리도 규정만으로 다른 사람들을 심판하는 바리사이와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모두 불행한 바리사이가 되지 말고 행복한 주님의 자녀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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