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복음나누기

십자가 현양의 의미

작성자
수도회
작성일
2011-09-13 21:02
조회
560

가해 성 십자가 현양 축일 (요한 3,13-17)

 

 

십자가 현양의 의미

 

찬미예수님! 오늘은 성 십자가 현양 축일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날을 결코 잊을 수가 없습니다. 때는 2004년, 제가 수도회에서 수련을 받던 때였습니다. 사실 지금도 제가 젊긴 하지만, 그때에는 제 또래의 다른 친구들처럼 저 역시도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이 나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9월 14일 성 십자가 현양 축일 아침 미사를 드리던 때였습니다. 신부님의 강론 말씀이 끝나고 잠깐 묵상하던 중에 십자가에 못 박혀 고통스러워하시는 예수님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그 때, 피투성이가 된 예수님께서 저에게 이렇게 울부짖으셨습니다. “너는 왜 아직도 나에게 못을 박느냐?” 그러면서 예수님께서는 저의 지난날의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 저의 성소에 대해 확신하지 못해서 하느님을 시험하던 모습들과, 아무도 모르는 저의 은폐된 악행들, 그리고 삶 안에서 예수님을 위해서라기보다는 나만을 위해서 수도생활을 해오던 모습들을 말입니다. 그리고 주님께서는 제가 그런 모습으로 직접 망치를 잡고 주님의 손과 발에 못을 박는 영상을 보여 주셨습니다. 저는 예수님의 손과 발에 못을 박는 제 자신을 보고 너무나 죄송해서 미사가 끝날 때까지 울음을 그칠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제 심정을 그날 제 묵상일기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예수님이 지금도 내가 양심을 외면하고 죄인 줄 알면서도 범하는 죄 때문에 십자가에 못박히고 십자가를 지시면서도, 내가 아직 어려서 드러내 보여주지 않으셨던 그 고통을, 나를 너무나 사랑하셔서 숨기셨던 그 고통을 보았다. 그리고는 예수님께 너무나 죄송해서 기도문을 제대로 외울 수조차 없었고 이 죄인을 위한 목숨바치신 사랑을 알게 되자 흐르는 눈물을 막을 수가 없었다. 주님께 감히 얼굴을 들 수도 없었고, 감히 주님의 이름을, 내 입에서 ‘주님’이라는 말을 꺼내지도 못했다.”

 

  그 일이 있은 후, 제 삶에는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그 동안 제가 죄를 지으면서도 크게 의식하지 않고 그럭저럭 잘 지낼 수 있었던 것이 모두 우리 주님 덕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전에는 잘 하지 않던 감사기도가 절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저는 제 삶에서 굉장히 귀한 보물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희망입니다. 저뿐만 아니라 우리 가운데 죄를 짓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만, 우리는 여전히 죄를 지으면서 살고 있습니다. 만약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이 없었다면, 우리는 아직도 죄를 지을 수밖에 없는 스스로를 원망하며 자책하면서 살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비록 지금 죄인일지라도, 그리고 앞으로 죄를 짓게 되더라도, 우리를 너무나 사랑하셔서 짊어지신 그 고통 덕분에 저는 죄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가 있는 것입니다.

 

  구약시대에 모세가 들어올린 구리뱀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생명을 얻었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십자가에 달려서 들어 올려지신 예수님을 바라보면서, 우리는 비록 지금 죄인일지라도 영원히 살 수 있게 되리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세상을 심판하시려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아들을 통하여 구원을 얻게 하시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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