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복음나누기

의탁 베드로수사의 강론_07.28

작성자
용진 조
작성일
2022-08-03 08:56
조회
10120

+ 찬미 예수 마리아 요셉

지내면서 저는 종종 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경험을 하곤 합니다. 예를 들면, 어떤 중요한 일을 앞두고 부담감 때문에 정작 해야 할 일은 하지 못하고 제자리 걸음만 반복하고 있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또는 어떤 사람과의 관계가 힘든데, 왠지 그런 상황이 낯설지 않게 느껴지는 경우도 있지요. ‘아, 이건 사람만 다르지 예전에 겪었던 상황이랑 똑같네’라고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옹기장이 손에 든 진흙’을 묵상하면서, ‘옹기그릇에 흠집이 생기면 자기 눈에 드는 다른 그릇이 나올 때까지 계속해서 그 일을 되풀이하였다’는 부분이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옹기장이이신 하느님께서는 저에게 비슷한 상황들을 허락하십니다. 좋은 상황도 허락하시지만, 힘든 상황도 허락하시는데요, ‘흠집에 생기면… 그 일을 되풀이하였다’라는 구절은, 구체적으로 나를 힘들게 하는 상황, 불편하게 하는 상황을 통해 저에게 하자 있는 부분을 알려주시고자 했던 수많은 하느님의 손길을 떠올리게 합니다. 많은 경우에, 주님께서는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는 제 미성숙한 시선을 고쳐주시기 위해 이해되지 않는 사건들, 주변 사람들의 반응들을 허락하셨습니다. / 시작할 때 말씀드렸던 ‘부담감’이라는 부분은, 제가 높은 기준을 가지고 있고, 그것이 ‘실제의 나’와 ‘설정해놓은 나’ 사이의 차이가 크다는 것을 깨닫도록 해줍니다. 그리고 하느님을 신뢰하지 못하고 내 힘이 많이 들어가 있다는 것을 깨닫도록 저를 흔들어주지요. 또한 기도 안에서, 어떤 비슷비슷한 상황에서 사람과의 관계가 힘들 때는 제가 이런저런 부분에서 미성숙하다는 것을 발견하게 해주시기도 합니다. 나 중심적인 사고방식이라든지, 타인에 대한 무관심, 너무 좁은 식견과 무지, 그리고 탐욕 등을 말이지요.

이처럼 나에게 어떤 일이 계속해서 되풀이하여 일어난다면, 주님께서 나에게 바라시는 어떤 결과가 나올 때까지 그것을 허락하신 것이라고 생각해볼 수 있겠습니다. 주님께서 손 안에 든 진흙을 주무르시는 것처럼, 당신의 선하신 뜻대로, 우리가 어떤 영혼이 되기를 원하십니다. 당신께서는 복음에서 누차 강조하고 있듯이, 우리를 일상의 작은 사건들을 통해 회개로 초대하십니다. 거룩함으로, 사랑에 있어서 더욱 순수한 영혼이 되게 하기 위해 당신께서 원하시는 때에, 원하시는 방법으로, 원하시는 정도로 우리에게 다가오십니다. 일례로 파우스티나 성녀께서는 당신의 일기에서 이렇게 말씀하시기도 합니다. ‘내가 베푼 사랑이 돌아오지 않는 것은, 하느님께서 그 사랑이 순수해지도록 허락하신 것’이라고 말이지요. 이는 돌아올 것을 기대하고 베푸는 호의, 즉 ‘give and take(조건적인 사랑)’에 찌든 우리 영혼의 얼룩을 깨끗이 해주시기 위해, 내 호의만큼 되돌아오게 하지 않으셨다는 의미를 포함합니다. 따라서 오늘 우리 주님께서 우리에게 허락하시는 사건들을 불평불만하지 않고, 그 안에 숨은 아버지의 뜻을 찾기 위해 기도하는 것이 절실하겠지요.

더불어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천사들이 세상 마지막 때에 가서 의인들 가운데 악한 자들을 가려내어 불구덩이에 던져버린다고 말씀하십니다. 사랑 자체이신 그분께서 악인들을 멸망의 구덩이 속에 쳐넣으신다는 이야기는 하나의 이해할 수 없는 ‘신비’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작은 실마리가 하나 있습니다. 오늘 나에게 가만히 다가오는 아버지의 사랑의 손길에 무관심하고, 그분 사랑을 거부하여 계속 마음을 아프게 해드린다면, 생을 마감하는 그 순간에 우리의 영혼 상태는 하느님과 매우 멀리 떨어져 있게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오늘 하루 다가오는 ‘인, 사, 물, 현상’ 안에서 아버지의 선하신 뜻을 발견하는 하루 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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