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복음나누기

의탁베드로 수사의 8월 11일 강론

작성자
용진 조
작성일
2022-08-16 18:47
조회
10886

+ 찬미 예수님

 

오늘 복음에서는 만 탈렌트를 빚진 사람 하나가 임금님 앞에 끌려 나옵니다. 이 비유의 이해를 돕기 위해, 다들 아시겠지만, 탈렌트와 데나리온이 얼마만한 가치를 가지는지 한 번 찾아보았습니다.

 

탈렌트는 게라, 세켈과 같은 무게 단위로서 보통 금의 무게를 표시하였다고 합니다. 1탈렌트는 33kg를 일컫습니다(1탈렌트 = 33kg). 그렇다면 금 1탈렌트 값은, 금 33kg에 해당하는 값으로서 8월 10일 금 한돈 가격(325,000원)을 기준으로 현재 28억 6천만원 정도입니다. 복음에서 만 탈렌트라고 하면, 28억의 만 배, 사실 셀 수 없이 많은 큰 금액을 의미합니다. // 한편 데나리온은 므나, 렙톤과 같이 화폐단위입니다. 당시 노동자, 혹은 로마 병사의 하루치 급료였지요. 로마 황제 카이사르의 얼굴이 조각된 은화였다고 합니다. 현재로서는 17만원 정도의 금액이구요. 상상해보십시오. 만 탈렌트 vs(대) 일 데나리온, 즉 28억의 만 배 vs(대) 17만원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마음으로부터 용서하라고 우리에게 말씀하시면서 자상하시게도 그 방법 알려주십니다. 불가능한 것을 요구하지 않으십니다. 그 길은, 우리가 당신 마음을 아프게 해드렸던 것에 대해 하느님께 헤아릴 수 없는 용서받았다는 것을 깨닫는 것입니다. 우리가 얼마나 큰 자비를 입었는지 알게 된다면, 그래서 진정으로 감사함을 느낀다면, 자비롭지 말라고 누가 말려도 우리는 ‘자비’롭게, 그리고 ‘겸손’하게 처신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사랑은 그냥 터져나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사랑은 어떤 상황에서든 항상 길을 알려줍니다.

 

또한 얼마나 용서받았는지를 마음 깊이 음미할수록 우리는 예수님께서 강조하신 것처럼 ‘마음으로부터’ 용서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사실 말로 ‘용서했다’고 선언한다고 해도, 그 순간의 화해로 감정이 풀어졌다고 해도, 마음으로부터 형제에 대한 냉랭함이 남아있거나 애정이 회복되지 않았다면 나무의 가지만 자르는 것이 됩니다. 온도, 습도 등 기후조건이 맞으면 다시 그 가지들이 자라나게 되지요. 바로 그 용서하지 못한 영혼의 매듭이 바로 사자처럼 으르렁거리며 세상을 돌아다니는 악한 영의 먹잇감이 되는 것입니다. 결국 복음의 이야기를 통해 주님께서는 우리가 얼마나 용서받은 자인지 먼저 돌아보라는 ‘겸손’으로 부르고 계신 것입니다. 그 사랑의 용광로에 내 잘못이 녹은 것처럼 상대방의 잘못을 녹이라는 것이지요.

 

준주성범 16장에서는 남의 과실을 참음이라는 단락에서는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누가 만일 네게 한두 번 훈계를 듣고도 고치지 않는다면 그와 다투지 말고 오직 하느님께 그 사정을 다 맡겨 하느님의 뜻과 영광이 하느님의 모든 종들 안에서 드러나도록 하라. 왜냐하면 하느님께서는 악을 선으로 바꿀 줄 아는 분이시기 때문이다. 너는 남의 과실과 연약함이 어떠한 것이든지 그것을 끈기 있게 참는 법을 배워라. 너도 다른 사람이 견뎌야 할 많은 결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너도 너 자신을 마음대로 못하여 원하는 대로 하지 못하는데 어찌 다른 사람이 네 뜻대로 되기를 바랄 수 있겠는가? 우리는 남들이 완전한 사람이 되기를 희망하면서도 우리 자신의 허물은 고치지 않는다.”

 

한편 오늘은 성녀 글라라를 기념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복음에서의 비유를 가난의 측면에서 바라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바로 ‘상대방이 빚진 것을 되돌려 받지 않겠다. 탕감해주겠다.’는 마음이지요. 사실 세상적인 시선에서는 어리석은 일입니다. 빚 문서는 사실 내가 뭔가를 이득 볼 수 있는 여지이지 않습니까. 그것을 포기하는 ‘용서’를 통해 상대방을 빚으로부터 해방시켜주고, 용서해주는 자는 ‘청빈’을 실천하게 됩니다.

 

“귀부인이신 거룩한 가난이여, 주님께서 당신의 자매인 거룩한 겸손과 함께 당신을 지켜주시기를!”

(프란치스코의 「덕 인사」2.에서.)

 

사실 이렇게 ‘청빈’과 ‘겸손’은 언제나 함께 갑니다. 그리고 ‘가난’과 ‘겸손’은 모든 완덕들의 기초입니다. 마지막으로 성녀 글라라께서 아녜스라는 자매에게 보낸 편지의 한 구절을 인용하며 강론을 마칠까 합니다.

 

“오, 복된 가난이여, 가난을 사랑하고 받아들이는 이들에게 영원한 부를 주리니! 오, 거룩한 가난이여, 가난을 지니고 열망하는 이들에게 하느님께서 하늘나라를 약속하시고 의심할 여지 없이 영원한 영광과 복된 생명을 베푸시리니!”

(「1아녜스 편지」, 15-16)

 

오늘 하루 ‘용서’함으로써 ‘가난’을 실천하시는 복된 날 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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