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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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성지순례기5

작성자
수도회
작성일
2015-12-13 11:42
조회
347

5일차 A 10월 22일 목요일 맑음

새벽에 일어나 배낭에 고이 간직하고 온 내사랑 클라리넷을 들고서 10여분 거리에 있는 동상(銅像)공원으로 나 홀로 길을 나섰다깜깜한 길을 더듬어 들판을 지나 공원에 도착하니 고요한 새벽공기가 코끝을 스친다아직 여명이 나타나기는 먼 시간이었지만클라리넷을 불고 싶은 열정이 나를 나서게 했다.

 

나에게 클라리넷을 처음 가르쳐 주신 사부 김현정 모니카 자매님은 당부하셨다.

클라리넷을 배움에 있어서 첫째천천히 하라둘째남과 비교하지 마라셋째매일 연습하라였다해서 나는 수도원에서도 왠만하면 새벽이던지 저녁시간이던지 혼자 한 시간을 연습하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내가 클라리넷을 불기 시작한 것이 약 7년전이다아니 악기를 시작한 것이 플륫인데사실 오래전부터 악기를 배우고 싶었으나 여건이 허락지 않았고 또한 동기유발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나루터공동체(지적장애친구들의 생활공동체경기 양주시 소재)에서 소임을 하고 있을 때어르신이신 김야고보 수사님을 모시고 살게 되었다그런데 야고보 수사님께서 젊으셨을 때나 나이드셔서 소임에서 은퇴하셨을 때나 열심히 살아오신 것은 수도원의 어느 누구도 다 알고 있는 사실인데나와 나루터공동체에 함께 살아가면서밤 끝기도만 끝나면 텔레비전 연속극 안보냐?”하시는 것이다야고보 수사님께서 공동체로 오시기 전만 해도 텔레비전을 뒷전으로 밀어놓고 오디오에서 잔잔히 흐르는 음악과 함께 책을 읽는 밤 시간이었는데어르신 수사님의 연속극 사랑에 이제 오디오는 뒷전으로 밀리고 텔레비전이 앞으로 나오며 밤마다 연속극을 함께 보는 공동시간을 누리게 되었다아마도 그때 본 연속극이 대장금불멸의 이순신… 이런 종류였던 기억이 난다.

 

그때 나는 깊이 생각해 보았다열심히 수도생활 하신 분도 이렇게 70여세가 넘어가 소임에서 은퇴하게 되면 텔레비전 끼고 연속극을 보게 되는데나는 그렇게 늙고 싶지가 않은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홀로 취미생활할 수 있는 것을 찾기 시작했다그렇게 고민하며 찾은 것이 현악기도 아니요건반악기도 아닌 관악기를 찾게 되었다마침 어떤 선생님의 집에 어린 자녀가 불다가 벽장에 넣어둔 플륫이 있다고 하여 그것을 빌리면서 악기연주가 시작된 것이다.

이제 밤거리(?)를 누비며 친구들과 술 마실 것이 아니라 밤마다 플륫을 애인삼아 놀아야겠다고 다짐하며 이름도 지어보았다사랑 애()와 뛰어넘을 월(즉 애월이라고… 그런데 그 이름을 듣는 사람마다 왠 기생이름이냐고 타박을 한다해서 다시 앞에다 맑을 청()을 집어넣어 청애월이라고 지으니 또 왠 중국식당 이름이냐고 타박을 하는 것이다참내~~~ 이름 짓기가 이렇게 어려워서야그냥 애월이로 정하고 말았다.

 

2년 간 동네에서 가까운 제7일 안식교회에서 목사사무님이 무료로 가르쳐주신다는 것을 알고 매주 토요일 오후에 찾아가서 가르침을 받았다.

그렇게 여러 발표무대에도 서게 되는 실력을 길렀지만음색에 있어서 무엇인가 2%가 부족한 듯하여 클라리넷을 도전하게 된 것이다오보에도 생각해 보았지만오보에 악기는 연습용이 400여 만원 한다는 소리를 듣고 기겁을 하며 포기하고 클라리넷을 연주해 보니 이 소리야 말로 목관음색이 최고라는 기분이 내 맘에 꼭 들었다.

플륫을 이름 지었듯이 클라리넷도 이름을 지어야겠다 싶어서 신경을 써서 지은 것이흙 토()를 붙여서 토월이라고 지었다무엇인가 지금보다는 나은 그 무엇으로 뛰어 넘어서고 싶은 나의 욕구표현일 것이다.

 

그렇게 시작한 토월이와의 만남은 국내이던지 국외이던지 어느 여행을 가더라도 내 배낭속에 항상 넣고 다니며 틈나는 대로 한가로운 곳을 찾아 나만의 밀월(?)시간을 누리며 지내왔기에 이번 프랑스 성지순례에도 당연히 배낭에 넣어 와서 오늘 아침에서야 드디어 나만의 시간을 찾아 비안네 성인의 동상공원에로 나선 것이다벤치에 앉아서 클라를 연습하는데어두워서 악보는 볼 수 없으니 그동안 외우고 있는 곡을 기억하며 여러 곡을 불다가 날이 밝아오는 시간에 맞추어 숙소로 돌아왔다.

답답한 가슴이 뻥 뚫리는 듯 하여 나만의 상쾌한 아르스의 아침을 보낸 것이다이것도 수도자의 사치라고 몰아간다면할말이 없을 뿐이리라… 그래도 이것쯤은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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