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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신서원30년차 프랑스 성지순례기2

작성자
수도회
작성일
2015-12-04 15:38
조회
377

둘째 날 10월 19일 월요일 흐림

아침 5시에 일어나 정리하고 세면하니 6시반. 서서히 준비하고 1층으로 내려갔다.

어제 입었던 옷은 벗고 새옷으로 갈아입으니 이제 순례복장(?)의 시작이다.

 

어제 철문에 긁힌 렌트카의 상처를 둘러보며 곰곰이 해결책을 밤새 생각해 둔 것을 형제들에게 이야기하니(주머니 칼로 페인트를 벗겨 보니 깨끗하게 벗겨지는 것을 확인했다오요한보스꼬 수사님이 걱정 놓으라고 하며 들려주는 말이차량사고에 대한 보험을 들어놓았다는 것이다그러니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오늘의 일정은 파리에서 북쪽에 있는 호아와 아미엥으로 향한다호아는 다블뤼 주교님께서 세례 받으시고 서품되어 첫미사 드리신 곳이다.

빵으로 아침식사를 마치고 대구대교구에서 유학오신 한국신부님과 정원을 산책하며 서울대교구에서 세워놓은 순교자 공덕비(?)를 보았다크게도 만들어 세워놓았다. 9시 반에 파리외방선교회를 출발하여 2시간 거리에 있는 호아에 도착하니 광주대교구 정요한 신부님이 반갑게 맞이해 주시는데 어디선가 뵌 듯한 인상이다나중에 이야기 나누다 보니 어떤 유명 개그맨과 닮아서 다들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이다따뜻한 차를 대접받고 성당에 들어가니 을씨년스럽게 한기가 몰려오며 추웠다. 다블리 주교님의 유해가 모셔있는 곳에서 순례기도를 드리고 나니 추위때문에 빨리 그곳을 나올생각뿐이었다. 그곳을 떠나 주교좌 성당가기 전 30분거리에 있는 중국식당에 들어가 점심식사를 하는데주교좌 성당에서 현지인 사목을 하고 계시는 서울대교구 압구정동 출신 김베드로 신부님께서 마중나와 주셨다타국에서 한국신부님을 만나니 처음 만났는데도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푸짐한 점심식사를 마치고 아미엥 주교좌 성당을 순례하는데 김베드로 신부님이 성당 곳곳을 열쇄로 손수 열어가며 안내를 해주신다세례자 요한의 두개골까지도 이곳에 모셔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신다그곳만큼은 잠겨있어서 문밖에서 참배드리는 것으로 만족했다.

다블리 주교님께서 이곳에서 1년간 보좌신부생활을 하셨던 곳이고, 첫미사를 드리고 안수를 주실 때 다리를 못 쓰는 4살된 장애아이가 안수후 기적적으로 일어섰다는 이야기도 들려주신다.

 

호아성당도 아미엥 주교좌 성당도 모두 너무 춥고 고색창연한 냄새가 풍기는데내가 처음 수도원에 입회하여 맡았던 그런 냄새와 같이 느끼면서 40년전의 입회때 기억을 떠올려 보았다.

그때도 수도원은 너무도 추웠다. 1976년 10월 25일 인천 만수동에 있는 현’침묵의 요셉 수도원’으로 입회를 했는데거대한 농장으로 둘러싸인 현재와 큰변화없는 붉은벽돌 수도원 겉모습과는 다르게 내부는 단순하고도 스산하게 종아리로 찬바람이 들어오는 한기를 느꼈던 기억이 난다사실 건물의 고색창연함보다는 남향으로 창문이 나서 따사로왔던 도서실에서 한동안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며 옛도서를 읽는 호사를 누렸던 기억이 도리어 따뜻했었다또한 당시 60세를 넘으신 할아버지 수사님들께서 내게 베풀어주는 사랑은 지금까지도 가장 따뜻하게 느끼고 간직하고 있는 추억거리이다하루일과를 마치고 저녁기도와 식사를 마치고 천천히 수도원 농장을 한바퀴 도는 산책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었던 천국과도 같은 시간의 풍요였다아마도 책임없이 마냥 즐겁기만한 지원자였기 때문이었으리라

 

 

아미엥 주교좌 성당정면 외벽에 조각되어 있는 수많은 상들은 전에 보았던 노트르담 성당보다도 더욱 화려한 감이 왔다건축되기는 노트르담 성당이 먼저 시작되었지만완공은 이곳 성당이 먼저 완공되었다는 이야기도 들려주신다.

 

아미엥을 떠나 숙소 들어오기 전에 몇가지 물품을 구입하겠다고 하여 마트 가까운 곳에 강베드로 수사님을 내려주고 100여미터 지나자 김바오로 수사님도 내려서 함께 들어오겠다고 하시기에 내려드린 것이 또 사단이 날 줄이야… 한시간이 지나서 강베드로 수사님이 숙소에 들어왔기에 김바오로 수사님도 함께 들어왔느냐고 물으니자기는 마트에서 물건만 샀지 김바오로 수사님은 못 만났다는 것이다이런… 우리는 길 잃어버리고 거리에서 헤매는 김바오로 수사님을 찾기 위해 긴장된 얼굴로 모두 숙소를 뛰쳐나갔다그러나 우리가 대문을 나서기도 전에 룰루랄라하며 김바오로 수사님이 숙소로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아침식탁에서 인사를 나누었던 대구대교구 신부님을 길거리에서 만났기에 도움 요청하여 숙소를 찾아 올 수가 있었다는 것이다아이고하느님 맙소사아멘

뒷이야기를 들으니김바오로 수사님이 우리 차에서 내려 먼저 100미터 앞에서 내렸던 강베드로 수사님을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를 않더라는 것이다해서 대충 방향을 잡고 숙소를 오기는 했는데도대체가 입구를 못찼겠더라는 것이다한참을 오고가고를 반복하는데 마침 낯익은 한국신부님이 보이기에 바로 다가가서 신부님나 알죠?”하면서 안내를 받아 길 잃어버린 양(?) 한마리가 목자를 만나 안전한 양우리로 돌아올 수 있었다는 것이다넉살도 좋아~~~궁하면 통한다고 자기 살길은 다 찾아가는 가보다.

 

아미엥성당에 다블뤼 주교님을 기리며 순례기도만 드렸을 뿐 미사를 봉헌하지 못해서 외방선교회로 돌아와서야 소성당에서 미사를 강베드로 수사님의 주례로 봉헌하였다. 성직형제인 오요한보스꼬 수사님과 강베드로 수사님이 교대로 미사주례를 맡기로 했나보다.

   

미사후 저녁식사는 어제 들렸던 한인식당 참새와 방앗간으로 천천히 걸어갔다이제 프랑스 기운에 젖어들며 여유를 찾아 걷는 재미도 누리면서 말이다식당에 도착하니 푸짐한 김밥을 대접하는 것이다오늘 한국대사관에 김밥 300명분을 납품해서 남았다는 것이다새벽부터 고생을 하셨다며 너즈레를 떠시는데 이제 우리가 좀 친해진 듯이 보이는가 보다킹크랩 같은 대게도 한접시 내어주시어 우리가 주문하기도 전에 배가 부를 듯하다하루 종일 추위에 떨어 와인 한병 주문하여 첫 순례를 위한 건배를 하며 몸을 추스렸다주인 자매님들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는데웬걸 언니 되시는 분은 나와 동갑이고 또 음력으로도 같은 9월생인 것이었다내가 몇일 빠를 뿐이었고 더구나 성性도 같은 전全가라고 하니 한집안 오라버니가 된다며 갑자기 의기투합하게 되다보니다른 두 형 수사님들의 질투어린 시선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지만 기분은 싫지 않았다아이 뭐야 왜 이리 음식이 짜이거… 어디 뭐 여동생 없는 사람 서러워서 살겠나… 잘 났어 정말~~~

식당을 나오면서 가지고 있던 머플러와 복주머니를 자매님들에게 선물하고 나는 보름 뒤에 귀국하기 전 다시 들릴테니 소고기 장조림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현지 선교를 하고 있는 수사님들에게 주기 위해서 말이다.

 

숙소에 들어오니 밤 9시반이 지나간다피곤하기도 하고 추웠던 하루였지만그렇게 시차적응에 어려움도 없이 하루가 정신없이 지나갔다내일은 따뜻한 옷으로 입고 길을 나서기로 하고 하얀 침대속으로 들어가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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