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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나누기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사랑으로 내셨으니 – 헝가리의 성녀 엘리사벳 수도자 기념일

작성자
하느님의 사랑
작성일
2021-11-17 09:24
조회
8716

11월 17일 / 헝가리의 성녀 엘리사벳 수도자 기념일

제1독서 : 2마카 7,1.20-31 / 복음 : 루카 19,11ㄴ-28

 

  오늘은 미나의 비유입니다. 이 비유는 ‘어떤 귀족이 왕권을 받아 오려고 먼 고장으로 떠나게 되었다.’라는 말씀으로 시작합니다.

  귀족은 떠나가면서, 종들에게 각각 한 미나씩 나누어 줍니다. 1 미나는 그 당시 넉달 정도의 임금이었습니다. 마태오 복음의 탈렌트 비유에서는 각 종에게 5, 2, 1 탈렌트를 주었던 모습과 차이가 있습니다.

  첫째 종은 한 미나로 열 미나를 벌었고, 둘째 종은 한 미나로 다섯 미나를 벌었습니다. 셋째 종은 미나를 수건에 싸서 보관해 두었습니다.

 

  이 의미를 성서 주석에서 보았습니다. 어떤 귀족은 예수님을 상징합니다. 다윗의 자손인 그분은 왕좌의 권위를 갖고 계십니다. 그러나 왕좌에 앉기까지 멀리 가야만 하십니다. 예수님이 돌아오실 때가 영광스러운 나라를 완성하실 때입니다.

  그리고 종들을 제자들로 볼 수 있고, 제자들은 예수님께 저마다 운영해야 할 선물을 받습니다. 그리고 그 선물을 운영하도록 상당히 긴 시간이 주어집니다. 귀족이 돌아 올 때, 곧 예수님께서 재림하실 때, 그들은 저마다 받았던 선물과 그 공덕에 따라 상을 받거나 벌을 받을 것입니다. 충실한 제자들은 영원한 행복을 받고, 충실하지 못했던 자들은 행복을 누리지 못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열 명의 종에게 똑같이 한 미나를 주셨고, 나중에 예수님께서는 계산을 하십니다. 저는 예수님께서 주신 한 미나가 무엇일까? 고민해 보았습니다. 모두에게 똑같이 주신 것에 마음이 갔고, 복자 수도원 창설자 방유룡 신부님의 대월가가 기억이 났습니다.

  ‘사랑은 사랑을 위하여 사랑으로 우리를 내셨으니 우리는 근본도 목적도 사랑일세 우리의 사명은 사랑일세 우리는 하나되어 사랑으로 가세

  저는 오늘 한 미나를 이렇게 보았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 모두를 사랑으로 내신 것처럼, 우리에게 주신 한 미나를 사랑으로 보았습니다. 우리는 모두 똑같이 하느님으로부터 사랑을 받았고, 삶 안에서 사랑 실천을 잘 했는지 나중에 셈을 받는다는 것, 계산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셈의 모습은 마태오 복음 최후 심판에서 잘 나타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 오른쪽의 선 이들에게, 곧 의인들 영원한 생명으로 나아갈 이들의 모습을 다음과 같이 말씀 하십니다.

  “너희는 내가 굶주렸을 때에 먹을 것을 주었고, 내가 목말랐을 때에 마실 것을 주었으며, 내가 나그네였을 때에 따뜻이 맞아들였다. 또 내가 헐벗었을 때에 입을 것을 주었고, 내가 병들었을 때에 돌보아 주었으며, 내가 감옥에 있을 때에 찾아 주었다.”(마태 25,35-36)

 

  우리는 우리가 받은 사랑과 그 사랑에 충실해야 함을 보았습니다. 다음으로 구체적으로 사랑 실천의 모습을 나누고자 합니다. 오래 전 제가 신학원에 있을 때, 그렇게 사랑의 충실한 모습을 보았습니다.

  신학원의 한 어르신 수사님이십니다. 수사님은 신학원에 머무는 것이 결정되었을 때, 다른 수도원은 어떻게든 지내왔는데, 학생 수사들과 사는 것은 너무 어렵다고 하셨습니다. 수십 년 나이 차이 나는 수사들과 마음을 나눈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라고 하셨습니다. 다른 어르신 수사님이 계신 것도 아니고, 혼자 계셨던 것입니다.

  어려움 중의 수사님은 사랑 실천의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 학생들이 학교에 가면, 늘 잔디밭에 가셔서 잡초를 뽑고, 잔디를 관리하셨습니다. 어느 날은 김장을 했는데, 묵은 김치가 많아서 모두가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수사님은 큰 냄비에 김치 찌개를 끓여서, 형제들이 맛있게 먹게 해주셨습니다. 가끔 수사님은 용돈을 모아서, 형제들이 좋아하는 짜장면을 사주기도 하셨습니다. 그리고 남는 시간에는 오카리나 악기를 연습해서 형제들 종신 서원, 서품식 때, 연주를 하시며 축하해 주셨습니다.

  어르신 수사님이셔서, 드러나는 사도직은 아니었지만, 후배 수사님들을 위한 사랑 실천의 모습을 보여주시고, 또 표정이 힘든 형제를 보면, 기도로 함께해 주셨습니다.

 

  오늘 종들이 한 미나를 받은 것처럼, 우리도 모두 사랑이란 한 미나를 받았습니다. 그 사랑을 열 개의 사랑으로 만들 것인지, 수건에 싸서 보관할 지는 우리의 선택입니다. 어르신 수사님의 후배 수사님들을 사랑하는 모습을 기억해보며, 그런 사랑을 실천했으면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사랑으로 내셨기에, 우리 모두는 그 사랑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사랑을 키워 갔으면 합니다. 사랑 실천을 하는 우리는 마지막 날 예수님을 뵙게 되면, 첫째 종처럼, ‘주인님, 주인님의 한 미나로 열 미나를 벌어들였습니다.’ 라고 고백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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