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복음나누기

십자가의 과정 – 나해 주님 수난 성지 주일

작성자
이경재
작성일
2021-03-28 16:20
조회
268

십자가의 과정

 

 

    요즘 걸그룹 브레이브걸스의 롤린(Rollin’)이라는 노래가 대중들의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2017년에 출시된 노래임에도 불구하고 국군장병들의 꾸준한 지지와 유튜브의 대중적인 힘 덕분에 무려 4년 만에 인기 “역주행”에 성공한 것입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결과를 중시하는 자본주의 사회 풍조 속에서, 역주행에 성공하기까지 브레이브걸스 멤버들이 감내했던 어렵고 힘든 시간들이 재조명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희망을 주고 있습니다.

    오늘 수난복음 앞부분에서 우리는 예수님께서 당신의 몸에 값비싼 향유를 발라드리는 여자를 제지하지 않으시고 향유를 몸에 바르는 행위를 통해서 당신의 십자가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을 충실히 밟으시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 반면에 유다 사도는 수고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는 돈에 마음을 빼앗겨 예수님을 팔아넘길 적당한 기회를 노리는데요, 그처럼 상반된 모습이 결국에는 십자가 죽음과 자살이라는 서로 무척 다른 결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이를 통해서 우리는 아무리 값을 많이 치르더라도 과정을 충실하게 밟아나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특히 그러한 점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작금의 팬데믹 상황에서 우리 모두에게 꼭 필요한 점이기도 합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빨리 종식시켜 사람들의 희생을 막고 일상의 삶을 되찾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한마음으로 협력해서 방역에 힘쓰는 동시에 서로 솔선수범해서 백신을 접종하는 등의 필수적인 과정들을 충실하게 밟아나가야 하겠지요.

    오늘 주님 수난 성지 주일에 예수님께서는 어린 나귀를 타고 겸손한 모습으로 예루살렘 성문을 통과하심으로써 본격적으로 십자가 죽음을 향해 나아가시기 위한 하나의 과정을 통과하십니다. 초라한 나귀를 타고 입성하는 행위는 신앙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우스꽝스러워 보일 수도 있을 만한 행위입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그런 작은 행위라도 그저 성의 없이 하신 것이 결코 아니었을 겁니다. 오히려 작지만 무척이나 상징적인 행위를 통해서 십자가 죽음을 위한 각오를 다지심과 동시에 당신을 바라보는 우리 모두에게 모범을 보여주시고자 하셨을 것입니다.

    다름 아닌, 그리스도교의 전례(典禮)가 그와 같은 것이라 생각됩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규칙적이고 반복적으로 거행하는 미사를 포함한 각종 성사들과 기도 예식 등의 전례 행위가 가끔씩 따분하게 느껴질 때도 있을 것이고 그에 따라 어떨 때는 그저 형식적으로 참여할 때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규칙적으로 반복하는 상징적인 전례 행위를 통해서 우리는 일상의 삶에서 흐트러진 자신을 가다듬고 다시금 마음을 주님께로 향함으로써 그분께서 어김없이 내려주시는 축복을 받아 끊임없이 새롭게 변화됨을 체험하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우리는 먹고 자고 청소하고 일하는 등의 일상에서 수없이 반복하는 평범한 작은 행위들도 의미를 담아 정성껏 행하면서 주님께 봉헌해 드릴 수 있습니다. 아무리 미소하고 미천해 보이는 행위라 할지라도 우리가 어떠한 마음을 담아서 하는가에 따라서 주님을 만나 뵙는 거룩한 전례와 성사(聖事)가 될 수가 있습니다!

    저희 수도회 창설 신부님께서는 그러한 행위를 “성령의 동작(動作)”(영혼의 빛 1961년 6월 20일 강론)이라고 표현하셨고 또한 그것은 “영원한 기도”(영혼의 빛 영가 60)가 되어야 한다고 가르쳐주셨는데요, “영원한 기도”라는 말씀처럼 성덕이라는 것이 어떤 특별한 영웅적인 일을 행함으로써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결코 아닐 겁니다. 오히려 아기 예수의 데레사 성녀께서 그러셨던 것처럼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반복적인 일상의 삶을 충실하게 살아감으로써, 그 작은 “십자가의 과정”들이 모여서 우리는 서서히 하느님을 닮은 모습으로 완성되어 갈 것입니다! 아무리 힘들거나 값이 많이 든다 하더라도 과정을 충실하게 밟아나갈수록 그만큼 열매가 튼실해지고 풍부해지는 것이 우리 삶의 변하지 않는 원칙임을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당장은 그 열매가 눈에 잘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하느님께서는 당신께서 원하시는 때에, 당신께서 원하시는 방식으로 신비롭게 열매맺어주실 것입니다.

    사순시기가 점점 절정을 향해 다가가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와 똑같은 나약한 인성을 지니셨지만 결코 십자가에 주눅 들거나 십자가를 회피하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부활의 희망을 바라보시면서 비장하면서도 아주 당당한 모습으로 예루살렘 성문을 통과하십니다. 마치 우리의 모든 여정이 “십자가를 통한” 길임을 보여주시는 듯합니다.

    그분께서는 “당신 자신을 낮추시어 죽음에 이르기까지, 십자가 죽음에 이르기까지”(필리 2,8) 일상의 작은 삶에서부터 “십자가의 과정”을 충실하게 밟으시고 통과하셨기에 그 잔혹한 십자가의 죽음까지도 하느님 아버지와 우리들을 위해서 온전히 감내하시며 잘 통과하실 수 있으셨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형언할 수 없을 만큼 커다란 부활의 기쁨을 맛보실 수 있으셨을 것입니다. 우리도 그러한 분을 한결같이 본받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 십자가의 열매가 얼마나 튼실하고 풍요로운지는 그 과정을 충실하게 통과한 사람들만이 온전하게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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