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복음나누기

당신 종이 듣고 있습니다 – 연중 제1주간 수요일

작성자
하느님의 사랑
작성일
2024-01-10 09:45
조회
5279

 

1월 10일 / 연중 제1주간 수요일

제1독서 : 1사무 3,1-10.19-20 / 복음 : 마르 1,29-39

 

오늘 독서에서는 사무엘이 하느님께 소명을 받는 과정이 전해집니다.

때는 예루살렘에 성전이 세워지기 훨씬 이전이었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실로에 만남의 천막을 세우고 그곳에 모여 하느님께 제사와 예배를 드렸습니다. 하느님의 계약궤도 실로에 있었습니다. 그 시절 실로의 사제는 엘리였고, 소년 사무엘은 어머니 한나의 서원에 따라 이 엘리 사제 앞에서 주님을 섬기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연로한 스승 엘리를 대신하여 하느님의 계약궤가 있는 주님의 성전 안쪽 성소에서 잠을 자고 있던 사무엘에게 주님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사무엘은 자기를 부르는 이가 엘리인 줄 착각하고 그에게 달려가, “저를 부르셨는지요?” 하고 물었습니다. 엘리는 사무엘에게 “너를 부른 적이 없다.” 하고 그를 성소로 돌려보냈습니다. 두 번째, 세 번째로 사무엘이 다시 엘리에게 가서 “저를 부르셨는지요?” 하고 묻자, 그제서야 주님께서 그 아이를 부르고 계신 줄 알아차리고, 이렇게 일렀습니다. “누군가 다시 너를 부르거든, ‘주님, 말씀하십시오. 당신 종이 듣고 있습니다.’ 하고 대답하여라.”

 

주님께서 네 번째로 사무엘을 부르셨습니다. 이번에는 환시 가운데 직접 찾아오시어, “사무엘아, 사무엘아!” 하고 그의 이름이 또렷하게 들리도록 부르셨습니다. 사무엘은 스승 엘리가 가르쳐준 대로, “예, 말씀하십시오, 당신 종이 듣고 있습니다.” 하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자 주님께서는 엘리가 자기 아들들이 하느님을 모독하는 것을 알면서도 시정조치를 강력하게 취하지 않은 것 때문에 엘리 집안을 심판하시겠다는 말씀을 사무엘에게 내리셨습니다. 사십 년 동안 이스라엘에서 판관직을 수행하던 엘리는 가고, 사무엘이 그의 뒤를 이어 이스라엘의 판관이자 예언자로 나서게 되었습니다.

 

주님께서 “사무엘아, 사무엘아!”(1사무 3,10) 부르시고, 사무엘은 오늘 독서에서 하느님께 말씀드립니다. “말씀하십시오. 당신 종이 듣고 있습니다.”(1사무 3,10) 그리고 하느님께서 해주신 말씀을 듣습니다. 오늘 사무엘이 하느님께 드린 “말씀하십시오. 당신 종이 듣고 있습니다.”(1사무 3,10)를 주목해서 보고자 합니다. 사무엘은 이 기도로 하느님의 말씀을 듣습니다. 사무엘처럼 하느님 말씀을 들음에 대해서 보고자 합니다.

 

사무엘 상권 8장에서 사무엘이 이스라엘의 임금을 세우는 장면입니다.

 

사무엘은 나이가 많아지자 자기 아들들을 이스라엘의 판관으로 내세웠습니다. 그런데 사무엘의 아들들은 그의 길을 따라 걷지 않고, 잇속에만 치우쳐 뇌물을 받고는 판결을 그르치게 내렸습니다. 그러자 모든 이스라엘 원로들이 모여 라마로 사무엘을 찾아가 임금을 세워 달라고 청합니다.

사무엘은 그들의 말을 듣고, 마음이 언짢아 주님께 기도하였다. 주님께서 사무엘에게 말씀하셨다. “백성이 너에게 하는 말을 다 들어 주어라. 이제 그들의 말을 들어 주어라. 그러나 엄히 경고하여 그들을 다스릴 임금의 권한이 어떠한 것인지 그들에게 알려 주어라.”

사무엘은 자기한테 임금을 요구하는 백성에게 주님의 말씀을 모두 전하였습니다.

 

사무엘은 원로들의 말을 듣고 주님께 기도하였고, 그리고 주님의 말씀을 듣습니다. 사무엘은 우리에게 기도 하면서 주님의 말씀을 들음에 대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하느님의 말씀을 들음과 관련하여, ‘하느님 길만 걸으세요’ 책에서는 이렇게 전합니다.

 

우리 모두는 하느님 자녀로서 하느님을 만나겠다고, 하느님 계신 곳을 찾겠다고 걸어가는 사람들입니다. 그렇게 하느님 계신 곳을 향해서 열심히 가고 있는데, 갑자기 저 뒤에서 “바오로야” “마리아야” 부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래서 그쪽을 바라보면, 하느님께서 내가 가던 방향이 아닌 다른 쪽에 계시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럼 가던 방향을 돌려서 하느님 계신 곳으로 다시 열심히 걸어갑니다. 그런데 또 부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래서 다시 고개를 들어보면, 분명히 저쪽에 계신 걸로 봤던 하느님께서 이번에는 이쪽에 계신 것을 보게 됩니다. 그럼 어떻게 하죠? 다시 방향을 돌려서 하느님 계신 쪽으로 가는 겁니다.

 

다들 아시는 것처럼 ‘회개’라는 그리스말 ‘메타노이아’(metanoia) 어원은 ‘방향을 돌리다’라는 뜻입니다. 흔히 말하듯 나의 죄를 뉘우치고 아파하는 것만이 회개가 아니라, 하느님 계신 곳을 향해서 내가 가던 방향을 돌리는 것, 이것이 바로 회개의 참뜻인 것입니다. 매일의 삶 속에서 그때그때 나의 생각과 판단과 행동을 하느님을 향해 돌리는 것, 이것이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회개의 삶인 것입니다.

 

그럼 우리는 계속해서 방향만 바꾸다 끝나는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도 계속해서 방향을 바꾸면서 조금씩 하느님께 다가가게 됩니다. 평생의 삶을 통해서 점점 하느님과 가까워지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어떻게 방향을 돌릴 수 있을까요? 방향이 어딘지를 정확히 알아서? 내 힘으로 방향을 찾을 수 있어서? 이것도 아닙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향해 방향을 돌릴 수 있는 것은 바로 하느님께서 우리를 불러주시기 때문입니다. 하느님 찾겠다고 하면서 자꾸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우리들을 하느님께서 그대로 내버려 두지 않으십니다.

 

결국 우리가 할 일은 우리를 부르시는 하느님 목소리를 잘 들으려고 귀를 기울이는 것입니다. 때론 엉뚱한 길로 돌아가는 것처럼 느껴지고 그래서 하느님께로부터 멀리 있는 것처럼 느껴지더라도, 결국엔 하느님께서 나를 당신께로 데려가신다는 것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하느님 음성을 듣고 그분을 향해 계속해서 방향을 바꾸어 나가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사무엘아, 사무엘아!”(1사무 3,10)하고 부르십니다. 우리에게도 마찬가지로 “베드로야, 마리아야!” 하고 부르십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부르시는 목소리를 잘 듣고자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사무엘처럼 대답하고자 합니다. “말씀하십시오. 당신 종이 듣고 있습니다.”(1사무 3,10)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해주시는 말씀을 듣겠다는 마음입니다. 오늘 하루 “말씀하십시오. 당신 종이 듣고 있습니다.”(1사무 3,10) 말씀을 새기면서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해주시는 말씀에 귀기울였으면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분명 말씀해 주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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