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복음나누기

데카폴리스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갈릴래아로 – 2021년 9월 5일 나해 연중 제23주일

작성자
이경재
작성일
2021-09-05 10:29
조회
3117
   데카폴리스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갈릴래아로
 

    성령의 감도에 따라 쓰여진 성경말씀에는 깊고 풍부한 영적 의미가 깃들어져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성령에 의지하여 성경말씀을 읽고 기도하며 그 말씀이 이끌어주시는 대로 실천하며 살아간다면, 무척 다양하면서도 풍성한 영적 양식을 얻어 누리며 모든 면에서 성장하면서 끊임없이 주님을 닮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예수님께서는 티로 지역에서 활동하신 다음에 시돈을 거쳐, 데카폴리스 지역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당신의 주 활동지역이였던 갈릴래아 호수로 돌아오십니다. 그처럼 예수님께서는 유다인들 뿐만 아니라 이방인들에게도 하느님의 복음을 선포하셨지요. 이방인들의 지역들 중에서 특히 데칼폴리스 지역은 대부분 하느님을 잘 알지 못하는 이방인들이 사는 지역으로서 희랍화가 진행된 지역이었습니다. 그런 지역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오셨다는 것은 상당히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봅니다. 즉, 그것은 예수님께서 이방신을 섬기는 이방인들도 차별하거나 배척하지 않으시고, 즉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이나 조건으로 판단하지 않으시고 있는 그대로의 내적인 존재 자체를 보신다는 의미로 다가옵니다.

 

    오늘 복음에서 귀먹고 말 더듬는 이는 바로 그러한 예수님의 사랑에 의해 치유된 것입니다. 그 벙어리는 마을 공동체 안에서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에 따라 이웃들로부터 여러 크고 작은 차별과 설움을 겪어야 했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그를 군중에게서 따로 데리고 나가신 것은 조용하고 한적한 곳에서 그와 일 대 일의 내면적인 관계를 제대로 나누시기 위함이셨겠지요. 사람들은 겉으로 드러나는 능력이나 지위, 재산이나 외모를 보고 상대방을 쉽게 판단하고 그에 따라 관계를 맺으려 하지만, 주님께서는 우리의 있는 그대로의 유일무이한 존재 자체를 사랑해주십니다. 아무리 우리가 많은 결함이나 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아무리 우리가 내세울만한 능력이 없고 아무 할 일 없는 실직자라 하더라도, 그분께서는 아무런 조건 없이 우리를 극진히 사랑해주십니다! 우리가 어떠한 처지에 놓여있든지 그분께서는 여전히 우리에게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마태 3,17)라고 우리에 대한 찐한 사랑을 고백하십니다!

 

    우리는 오늘 복음에서 주님으로부터 참된 치유를 체험한 벙어리처럼 주님께 나아가서 그분의 사랑과 자비의 말씀을 들을 때마다 죽음에서 생명으로, 어둠에서 빛으로, 종살이에서 자유인의 삶으로 건너가는 파스카 신비를 체험하게 됩니다. 주님께서 데카폴리스 지역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갈릴래아 호수로 오신 것처럼, 우리는 그분으로 말미암아 애써 돌아서 갈 필요 없이 즉각적으로 참 생명의 바다로 나아갈 수 있게 되는 겁니다. 그것은 온전히 “에파타” 주님께서 끊임없이 우리를 위하여 그 파스카 길을 열어주시는 덕분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우리는 주님의 사랑과 자비의 말씀을 잘 들음으로써 또한 그 사랑과 자비를 잘 선포할 수 있게 됩니다! 예수님께서 당신 손가락을 벙어리의 두 귀에 넣으셨다가 침을 발라 그의 혀에 손을 대시어 그를 치유해주신 것은 그처럼 들음과 선포가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을 암시해줍니다.

 

    다소 부정적인 의미지만 우리는 모두 “우물 안 개구리”들로서, 우리의 삶은 마치 “우물을 옮기는 것”에 비길 수 있습니다. 우리는 무한한 사랑을 지니신 주님께 가까이 다가갈수록 늘 그분의 파스카 신비를 새롭게 체험함으로써 끊임없이 새로운 지평으로, 보다 넓은 “갈릴래아”로 옮겨가게 됩니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매일매일, 매 순간, 순간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보고, 새로운 귀로 세상을 듣고, 새로운 입으로 세상을 말할 수 있게 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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