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 재의 예식 다음 목요일 (루카 9,22-25)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성실함

 

찬미예수님! 어제 우리는 재를 머리에 쓰는 예식을 통해서 그동안 내 삶에서 비워내지 못했던 많은 악습들과 잘못들을 뉘우치고 다시 주님께 돌아가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매년 치르는 연중행사로서의 사순시기가 아니라, 진정 하느님께서 나를 구원하시기 위해 준비한 은총과 회개의 때로서 주님과 더욱 가까워지는 사순시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복음은 우리가 주님을 따르는 제자로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말씀 중의 하나입니다.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삶으로 실천하기는 매우 어려운 그런 말씀 중의 하나이기도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아주 간단하지만 심오한 한 마디 말씀으로 우리에게 가르치십니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루카 9,23)

 

이 말씀에 대한 묵상은 그리스도교 전통 안에서 쌓이고 쌓여서 풍요롭게 이해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자신’은 삶의 중심에 있어야 할 예수님의 자리를 차지하는 나의 모습이며, 하느님이 아닌 다른 것을 쫓는 나의 모습입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내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 곧 나의 목숨까지도 의미하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그리고 제 십자가를 지라는 말씀은 다양한 의미로 묵상할 수 있습니다. 십자가는 내게 주어지는 고통과 책임들, 또는 주님께서 주신 달란트의 의무 등으로 흔히 생각합니다. 그런데 십자가라는 것은 본래 사형틀입니다. 나를 죽게 할 틀입니다. 나는 결국 거기에 매달려 생을 마감할 것입니다. 그 십자가에는 내 이름이 쓰여 있을 것이고, 나는 죽을 때까지 그 십자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제가 이런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십자가라는 것은 우리가 싫든 좋든 내가 져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십자가는 내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남들이 만들어준다는 사실입니다. 어느 누구도 자기가 십자가를 만들어서 지는 사람은 없습니다. 결국 십자가는 주어지는 것이고, 나는 받아서 지고 가는 것입니다.

이러한 말씀의 의미들은 우리가 그동안 살아오면서 기도하고 묵상하면서 깨달았던 것들입니다. 자신을 버리는 것과 제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라야 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우리가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빠뜨릴 수 있는 한 가지 가장 중요한 것이 남아 있습니다. 그것은 ‘날마다’라는 말씀입니다. 복음을 다시 보십시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사순시기를 맞는 우리는 단지 사순시기라는 이유만으로 회개하고 성찰하고 통회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사순시기에만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것처럼 여겨서는 안 됩니다. 주님께서 ‘날마다’라고 말씀하신 이유를 잘 헤아려 보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어느 날은 살고, 어느 날은 살지 않고 할 수 없는 것처럼, 이 말씀도 날마다 계속해서 우리 안에서 실천을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성실하게 꾸준히 주님을 따라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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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장수가 꿈이였던 소년이,

오늘은 세상의 귀퉁이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