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 재의 수요일 (마태 6,1-6.16-18)

 

 

머리에 재를 쓰는 이유

 

찬미예수님! 오늘은 사순시기가 시작되는 재의 수요일입니다. 우리가 사순시기를 시작하면서 머리에 재를 쓰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창조 때에 하느님께서는 흙으로 인간을 빚어 만드셨습니다. 그리고 원조의 타락으로 인류가 죽어야 할 운명에 처하게 되었을 때, 하느님께서는 원조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는 흙에서 나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때까지 얼굴에 땀을 흘려야 양식을 먹을 수 있으리라. 너는 먼지이니 먼지로 돌아가리라.”(창세 3,19) 이 말씀은 인간이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는 비극적인 말씀이라기보다는, 흙에 지나지 않는 인간이 하느님의 크신 사랑으로 유한한 생명이지만, 하느님의 숨을 받아 생명을 지닌 존재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오늘 재를 머리에 얹으면서 하느님 앞에서 먼지에 지나지 않는 우리의 본질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인간을 특별히 사랑하시어 영원한 생명을 주시려는 하느님의 사랑을 깨달아야 합니다.

 

그리고 구약시대를 거치면서 사람들은 이러한 점을 잊지 않기 위해서 하느님께 큰 잘못을 저질렀음을 알게 되었을 때, 그리고 다른 민족들에 의해 하느님께서 큰 모욕을 당하셨을 때 옷을 찢고 재를 머리에 쓰고 단식하며 가슴 아파 하면서 하느님께서 자비를 베푸시기를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즉, 머리에 재를 쓰면서 우리는 그동안 먼지에 지나지 않는 우리가 감히 하느님의 마음을 아프게 해드린 모든 일에 있어서 진심으로 통회하며 하느님의 자비에 의탁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순시기를 시작하는 우리는 머리에 재를 쓰고 진심으로 통회하며 회개의 때를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신약시대에 와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은총을 체험한 인간은 감히 이렇게 고백합니다. “죄가 많아진 그곳에 은총이 충만히 내렸습니다.”(로마 5,20) 그래서 우리는 스스로 죄를 지을 수밖에 없는 처지에서 벗어날 수 없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과 부활을 통해 우리는 이러한 처지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다리는 이 사순시기는 우리가 통회하고 회개하는 동시에, 그만큼 많은 은총이 충만히 내리는 때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새남터성당에서 새벽 6시, 그리고 순례자들을 위한 오후 3시 미사가 봉헌된 지 꼭 일 년이 되는 날입니다. 이 미사를 중심으로 우리뿐만 아니라 이곳을 순례하시는 많은 분들이 하느님의 크신 은총을 얻었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한 해 동안 우리에게 베푸신 하느님의 놀라우신 업적을 기억하며, 일 년 전에 우리가 그토록 신비로운 삶을 시작했다면, 이제 새롭게 맞이하는 두 번째 해에는 그 신비가 우리 삶 깊숙이 자리할 수 있도록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기도와 단식, 자선을 실천해야 하겠습니다.

profile

 

 

엿장수가 꿈이였던 소년이,

오늘은 세상의 귀퉁이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