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 사순 제5주간 수요일 (요한 8,31-42)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진리

 

  찬미예수님! 우리는 한국 천주교회가 어떻게 창설되었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한국 천주교회는 세계 교회 내에서 유례가 없는 방법으로 선교사들의 도움 없이 자발적으로 생겨났습니다. 오늘은 그 역사를 잠깐 살펴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조선시대에는 성호 이익이라는 대 문호가 있었습니다. 대개 실학자로 많이 알려져 있는 이익은 그 당시 다양한 분야에 걸쳐 연구하던 학자였습니다. 그 전까지는 주목받지 못했던 서학에 관해서도 이익은 관심을 보여서 천주실의의 발문을 직접 작성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유학자의 입장에서 서학을 비판한 것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에게는 많은 제자들이 있었는데 그 제자들 가운데에 남인계열의 학자들은 서학의 기술들을 많이 받아들이려는 경향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에는 우리가 잘 아는 정약전, 약종 형제, 권철신, 일신 형제, 이벽, 이승훈 등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이 새로운 학문을 좀 더 연구하기 위해서 천진암 부근 주어사라는 곳에서 모였습니다.

 

  이벽 역시 이 천주교에 대해 알고 싶어서, 여기에 참여하여 함께 서학, 다시 말하면 천주교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 아무도 그들을 가르쳐 준 이가 없었지만, 그들은 단 몇 권의 책 안에 들어 있는 하느님의 진리를 보고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그들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하느님을 섬기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세례도 받지 않았는데, 하느님의 성령은 이렇게 신비로운 방법으로 우리 선조들에게 믿음의 씨앗을 뿌리신 것입니다. 이것이 참된 진리라고 여겼던 이벽이 북경으로 가게 된 이승훈에게 했던 이 말을 들어보십시오. “자네가 북경에 가게 된 것은 천주께서 우리나라를 불쌍히 여기사 구원코자 하시는 표적일세.”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너희가 내 말 안에 머무르면 참으로 나의 제자가 된다. 그러면 너희가 진리를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 우리 선조들은 단 몇 권의 책 속에 들어있던 그 말씀 안에 머물렀고, 참으로 주님의 제자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진리가 어디에 있는지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그 진리 안에 머물렀습니다. 그래서 모진 박해와 고문도 그들을 옭아매거나 속박할 수 없었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마치 오늘 제1독서의 사드락, 메삭, 아벳 느고의 모습과도 같습니다. 우리가 주님의 말씀 안에 머무른다면, 우리 역시 진리가 무엇인지 알게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다른 여러 가지 것들에 억눌려 자유롭지 못하고 죄의 종으로 살아오셨다면, 주님의 말씀 안에 머무르려고 노력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바로 그분의 진리가 죽음도 감히 꺾을 수 없는 참된 자유를 우리에게 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 우리를 자유롭게 해 주시도록 간절히 기도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