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 부활 팔일 축제 내 수요일 (루카 24,13-36)

 

부활하신 예수님

 

  찬미예수님! 요즘 부활의 기쁨을 만끽하고 계시는지요? 예수님께서는 부활하셨지만, 아직 어떤 분들은 그리 크게 실감하지 못하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예수님께서 부활하실 당시에 제자들도 이 일을 깨닫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전혀 예측하지 못하는 방법으로 우리에게 다가오십니다.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에 관해서는 루카 복음 외에 마르코 복음서에도 나와 있습니다만(마르 16,12-13 참조), 단 3줄뿐입니다. 그 세 줄에 관한 이야기를 루카 복음에서는 아주 자세하게 전해주고 있는 것입니다. 엠마오는 예루살렘에서 예순 스타디온 떨어진 곳이라고 복음은 전하고 있습니다. 1 스타디온이 얼마나 되는 거리일까요? 일반적으로 191.27m, 곧 200m가 조금 안 되는 거리라고 합니다. 그럼 예순 스타디온이면? 계산해보면, 11476.2m, 곧 11.5km 정도 되는 거리라 할 수 있습니다. 성인 남성의 걸음으로는 2-3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입니다. 그리 먼 거리가 아니죠.

 

  제자들이 엠마오로 가는 동안의 심정은 성경이 전하고 있듯이, ‘침통’한 심정입니다.(루카 24,18 참조) 그들은 예수님의 부활소식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침통’합니다. 왜 그럴까요? 그들은 아직까지도 예수님에 대해 잘못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들은 예수님을 ‘예언자’(루카 24,19 참조)로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그 예언자의 힘으로 이스라엘이 해방되리라고 여겼던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예수님의 죽음은 그들의 기대하던 모든 것이 사라지는 것이었고, 여인들의 부활 소식은 있을 수 없는 헛소문이라고 치부해 버렸을지 모릅니다.

 

  그러니 그 생각을 알고 계시는 예수님은 얼마나 답답하셨겠습니까? 3년 동안 자신을 따라다니며 가장 예수님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하는 제자 가운데 두 명이나 자신에 대해서 아직까지도 올바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자신에 관해 성경에서 증언하고 있는 모든 것을 알려주십니다. 오늘날로 치면 그리스도론을 제대로 배우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죠.

 

  성경에 의하면 이 수업이 끝마쳐질 무렵은 저녁때이고, 엠마오에 가까이 이르렀을 때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때 제자들의 행동입니다. 제자들은 더 멀리 가려고 하시는 예수님을 ‘붙들었습니다.’(루카 24,29 참조)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그 청을 들어주십니다. 이 순간이 아주 중요한 순간입니다. 우리는 살면서 가슴이 뜨거워지는 감동을 느낄 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선하신 하느님을 지향하고 있을 때, 그 감동이 참되다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 그러나 그 감동은 오래 지속되지 않습니다. 쉽게 사그러들고 말죠. 바로 이 때, 우리는 예수님을 붙들어야 합니다. 바로 제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말입니다. 그럼 그 감동을 주신 분이 예수님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어떻게 알게 될까요?

 

  예수님께서는 함께 묵자고 하는 제자들의 청을 들어주시면서 제자들에게 아주 익숙한 당신의 모습을 드러내십니다. 바로 “빵을 들고 찬미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그들에게 나누어”(루카 24,30) 주시는 예수님의 모습입니다. 이것은 예수님께서 돌아가시기 전날 밤에 제자들 앞에서 보여주신 바로 그 모습이었습니다. 그들이 따랐던 스승이 돌아가신 지 사흘밖에 안 됐는데, 그 모습을 잊었을 리가 없겠지요.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도 마찬가지로 다가오십니다. 예수님께서는 믿음이 약한 우리들에게 당신의 부활의 기쁨을 알려주시기 위해서 먼저 감동을 주시고, 그 다음에 우리가 계속해서 갈망할 때, 그분께서는 우리 각자에게 아주 익숙한 모습으로 다가오십니다. 우리에게는 우리 각자에게 익숙한 예수님의 모습이 있습니다. 우리가 부활하신 예수님을 즉각 알아볼 수는 없겠지만, 우리에게 눈높이를 맞추시는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익숙한 모습으로 당신을 드러내십니다.

 

  이번 부활이 그냥 지나가는 부활처럼 느껴지신다면, 지금이라도 우리를 지나가시려는 예수님을 붙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예수님께서는 그 청을 들어주셔서 우리에게 익숙한 모습과 방법으로 당신 자신을 드러내 보여주실 것입니다. 부활하신 주님의 은총이 항상 여러분과 함께 하시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