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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0일 / 주님공현대축일 후 금요일

1독서 : 1요한 5,5-13 / 복음 : 루카 5,12-16

 


+. 찬미예수님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나병환자를 치료해주십니다. 그리고 아무에게도 이 사실을 말하지 말라는 함구령을 내리시고 외딴 곳으로 물러가셔서 기도하셨습니다. 우리는 복음에서 이 같이 예수님께서 기적을 행하시고 외딴 곳으로 물러가셔서 기도하시는 모습을 종종 발견할 수 있습니다. 지난 수요일 복음에서도 예수님께서는 오천 명을 먹이시고 홀로 산에 오르시어 기도하시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복음사들이 일일이 성경에 기록하지 않았지만, 아마 예수님께서는 큰 기적을 행하시거나 군중을 가르치신 뒤에는 홀로 외딴 곳으로 가시어 기도하시는 것을 거르지 않으셨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홀로 외딴곳으로 물러가신 예수님께서는 어떤 기도를 하셨을까요? 아마 기도를 통해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리는 시간을 가지지 않으셨을까 싶습니다. 자신의 영광이 아니라 하느님의 영광이 세상에 드러나시기를 청하셨을 것이며, 오늘 하루도 당신의 영광을 위해 하루를 살게 해 주셨음에 감사를 드리셨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영광이 세상에 드러날 수 있도록, 자신 머물렀던 공간마저도 벗어나셨습니다. 나병환자를 치료했던 그 공간에 예수님께서 계속 머물러 계셨다면 사람들의 기억 속에는 하느님이라는 이름 대신 예수라는 이름이 남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계셨기에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그 공간마저도 하느님께 내어드립니다.

 

   오늘은 수도회 생활 나눔이 있는 날입니다. 그래서 저는 어제, 오늘 있을 생활 나눔 행사준비로 이곳 복자회관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낯선 학생들이 이곳 복자회관을 서성이고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가까이 가보니 복자사랑 피정의 집 피정에 참여한 주일학교 친구들이 수도원 견학을 하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피정의 집 수사님의 인도에 따라 수도원 이곳저곳을 살펴보던 주일학교 친구들의 모습을 보면서 몇 해 전 유기서원기 때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유기서원자 형제들은 방학이 되면 주로 피정의 집으로 파견을 떠납니다. 그리고 방학기간동안 피정의 집에서 피정에 참여한 학생들과 함께 피정 동반을 하게 됩니다. 저의 첫 방학 파견 때가 생각납니다. 너무나 떨리고 실수하면 안 된다는 마음에 늦은 밤까지 벽을 보고 혼자 쎄쎄쎄같은 레크레이션 연습도하고, 피정의 집 빈 강당에서 혼자 프로그램 진행 연습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늘 피정이 끝나면 주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면서 피정을 마무리하곤 했습니다. 그렇게 한해가 지나고 다음해가 돌아왔습니다. 저는 어김없이 같은 피정의 집으로 파견을 갔습니다. 익숙한 분위기와 경험은 저를 능숙한 피정 동반자로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피정에 참여한 친구들은 저에게 수사님 너무 잼있어요”, “수사님 짱이에요라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저의 기억에 ! 난 소질이 있구나!” 라고 스스로 느끼기 시작했을 때부터 저 안에는 하느님이라는 이름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세상을 피해 하느님을 만나러온 친구들에게 하느님의 이름이 기억되기보다 저의 이름이 기억될 수 있도록 무진장 힘을 쓰면서 한참을 보냈던 것 같습니다.

 

  부끄럽게도 몇 번의 파견 경험을 겪고서야 교만한 저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고, 그 순간 너무나 죄송하고 부끄러웠습니다. 그리고 종신서원을 하고 사도직을 하고 있는 오늘도 매일 고개를 드는 교만한 저의 모습은 저를 죄송하게 하고 부끄럽게 합니다. 하지만 그런 저의 모습을 보셨음에도 불구하고 예수님께서는 어떻게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 몸소 보여 주십니다. 오늘 복음 말씀을 통해서 말입니다.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머물렀던 공간을 벗어나 외딴 곳에 머물면서 그분께 감사와 찬미를 드리는 예수님의 모습은 우리가 어떻게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살아가야하는지 잘 안내해 주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강론을 마무리하며, 그분의 영광이 드러날 수 있도록 저를 낮춰 주시기를 하느님 청하면서 강론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