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 대림 제1주일 (마태 24,37-44)
 
찬미예수님! 드디어 새해를 맞이했습니다. 새해에도 주님께서 내려주시는 복을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새해는 바로 오늘, 주님을 기다리는 일로
 
시작합니다. 세상 창조 때부터 이미 계획된 우리의 구세주께서 이 세상에 내려오시기를
 
간절히 기다리는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삶 속에서 누군가를 기다려 본 적이 많습니다. 가장 흔한 예로 집에 손님을 맞이하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내일 집에 손님이 오기로 되어 있다면, 우리는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하기 시작합니다. 음식을 장만하고, 집안을 청소하고, 예쁜 옷을 입고 갖은 단장을 합니다.
 
가장 좋은 모습으로 그 손님을 맞이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손님이 내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준비를 할 때에 마음가짐 자체가
 
달라집니다. 만약 그 손님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상태에서 준비를 한다면, 준비는 하겠지만
 
억지로, 혹은 온갖 불평을 해대며 할 것입니다. 그러나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준비를 하는 그 기간 동안 설레고 들뜨고 부푼 마음으로 준비를 할 것입니다. 하나도 힘들지
 
않고, 오히려 준비를 하면서 기다리는 그 시간이 너무나 기쁘고 행복할 것입니다. 그 시간
 
자체가 축복이 되는 것이지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깨어 있을 것을 당부하십니다. 그런데 이 깨어 있음은
 
우리의 의무이기 이전에 너무나 자연스러운 모습입니다. 기쁘고 즐거운 일을 기다리는
 
마음은 잠을 이룰 수가 없습니다. 어렸을 때 소풍가기 전날, 여행가기 전날 설레고 들뜬
 
마음에 한 숨도 잠을 이루지 못하지만, 하나도 피곤하지 않고 오히려 행복합니다.
 
하지만 세상 모든 사람이 이렇게 기쁜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이러한 모습은 우리들
 
가운데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오늘 복음에 나오듯이, 두 사람이 있으면 한 사람은
 
데려가고, 한 사람은 남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똑같이 맷돌질을 하고 있어도 이렇게
 
된다고 하신 말씀은 똑같이 기도하고 똑같이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우리에게도 적용되는
 
말씀입니다. 무슨 차이가 있길래 한 명은 데려가고, 한 명은 남게 되는 것일까요? 우리는
 
오늘 제2독서를 통해서 그 차이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사도 바오로는 어둠의 행실을
 
벗어버리고 빛의 갑옷을 입으라고 권고합니다(로마 13,12 참조). 내가 죄인이라면 주님을
 
맞이하기가 두렵고 힘이 들 것입니다. 물론 주님을 모시는 일은 참 좋은 일이지만, 그 동안
 
집이 너무나 엉망진창이 되어 있어서 청소할 엄두가 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주님을
 
모시고 싶긴 하지만 이런 자리에 모시고 싶지 않고, 또 너무 부끄러워 주님이 오실 때에 숨고
 
싶은 생각이 더 먼저 들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진정 사랑하고 있다면 그 사랑하는 이가 오기를 기다리는 이 시간은 그
 
자체로 축복입니다. 우리가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이를 기다리며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일은 결코 헛된 일이 아닙니다. “깨어 있어라.” 지금까지 자고 있었다면, 이제 일어나서
 
설레는 마음으로 그분을 맞을 준비를 시작합시다. 우리가 주님을 기다리는 마음을 갖고
 
있다면, 그것이 곧 우리의 믿음이고, 우리의 희망이며, 우리의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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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Clerical Congregation of the Blessed Korean Marty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