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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07 연중 제 9주간 목요일(마르 12, 28-34)

 

찬미 예수님!

 

프란치스코 성인이 그 많은 유산을 팔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고 거지로서의 삶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때의 이야기입니다.

비바람이 몹시 불었습니다. 낯선 거지 한 사람이 추위에 떨면서 프란치스코를 찾아와 먹을 것을 청했습니다. 프란치스코가 거지에게 들어오라고 했는데 불빛에서 보니까 그 거지는 나병으로 온몸에 고름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프란치스코는 자신이 먹을 것도 넉넉하지 못했지만 성의껏 있는 것을 나누어 먹었습니다.

거지는 먹을 것을 다 먹고 나서는 하룻밤을 재워달라고 청하였습니다. 프란치스코는 거지를 위한 잠자리를 만들어 주었지만, 거지는 굳이 프란치스코와 함께 자기를 원했습니다.

프란치스코는 처음에는 망설였지만 예수님을 생각하면서 피고름이 나고 냄새가 심해서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상황에서도 거지를 자기 침대로 들어오게 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두 팔로 거지를 꼭 끌어안고 잠을 잤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요? 함께 잠을 잤던 거지는 온 데 간 데 없고, 향기가 가득한 커다란 십자가가 침대에 누워 있었다고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율법 학자는 예수님께 질문합니다. “모든 계명 가운데 첫째 가는 계명은 무엇입니까?”

예수님께서 답하십니다.

첫째는 이것이다. ‘이스라엘아, 들어라. 주 우리 하느님은 한 분이신 주님이시다. 그러므로 너는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둘째는 이것이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이보다 더 큰 계명은 없다.”

 

쉐마 이스라엘, 들어라 이스라엘이라고 부르는 이 구절은 신명기 6장에 나오는 말씀으로 이스라엘인들이 아침, 저녁으로 꼭 암송하는 가장 중요한 계명입니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고, 힘을 다한다...참 가슴에 콱 박히는 말씀 아닙니까? 마음을 다하는 것을 우리는 성심껏 한다고 하지요. 정신과 힘을 다한다는 것 또한 우리가 할 수 있는 내적인 집중과 외적인 체력까지 다 쓴다는 표현일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목숨을 다한다는 말 앞에서 턱 막힙니다.

 

우리는 이렇게 하느님을 사랑한 분들을 익히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요. 순교자들입니다. 그분들은 목숨을 다하여 하느님께 대한 사랑을 표현한 분들입니다. 목숨이냐 하느님이냐는 양자택일 앞에서 하느님을 선택한 우리 선배들이며 우리 선조들입니다.

 

가끔 우리 후배들이나 또 복자회 수녀님들을 만나서 순교에 대해서 얘기해 보면 순교라는 단어가 주는 말에 조금은 경도되어서 부담을 가지고 있는 것을 느끼곤 합니다. 순교라는 말이 주는 무거움이 있지만, 저는 순교라는 말을 정말 목숨까지 바쳐서 하느님을 사랑하라라고 이해합니다. 즉 목숨을 바친다는 데 초점이 있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을 사랑하라라는 점에 중점이 있는 것이지요.

 

두 연인이 사랑에 불꽃이 튀어 서로 사랑할 때, 우리는 죽도록 사랑한다.’라는 표현을 씁니다.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의 위기 앞에서는 목숨도 아깝지 않지요? 물불 안가리고 달려들 수 있습니까? 연인 뿐입니까?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구 앞에서도 가능하지 않습니까? 의인들은 모르는 남을 위해서도 목숨을 던지는 경우도 종종 있지요. 이렇게 목숨을 다하여라는 것은 진정 사랑할 때 따라오는 당연한 결과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니 순교는 어쩌면 하느님을 지극히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나타난 일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요.

 

두 번째 계명으로 말씀하신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라는 말씀에서 너 자신처럼을 한번 묵상해 봅니다. 우리는 가끔 자신을 사랑하는 것에 인색할 때가 있습니다. 자신을 돌보거나 위해주면 그것이 마치 이기적인 것인 양 부끄러워질 때도 있지요. 물론 일면 좋은 태도이긴 하지만, 저는 진정 자신을 사랑할 때, 이웃도 하느님도 사랑할 수 있다고 느낍니다.

 

그러기에 우선 자신을 제대로 성찰하고 사랑하는 게 우선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루에 한번은 나를 내가 제대로 바라보고, 내가 나를 위해서 무언가를 해 준다면 그 나는 또 이웃을 위해서 힘을 내어 살아갈 겁니다.

 

예수님이 말씀하신 첫째가는 계명, 하느님 사랑, 이웃 사랑, 자신 사랑은 다른 말씀이 아닙니다. 이 세 가지는 사랑에 있어서 같이 가는 이름이 다른 표현일 뿐입니다. 그 길을 걸어가시며 행복하시길.

 

첫째는 이것이다. ‘이스라엘아, 들어라. 주 우리 하느님은 한 분이신 주님이시다. 그러므로 너는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둘째는 이것이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이보다 더 큰 계명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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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Clerical Congregation of the Blessed Korean Marty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