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미예수님! 저희 수도회 성북동 본원에서는 식사 후에 수사님들이 매일 설거지를 합니다. 그러나 당번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일찍 학교에 가야 하는 수사님들이 있거나 다른 일정이 있는 수사님들을 제외하고, 시간적인 여유가 있는 수사님들이 직접 설거지를 하십니다. 그런데 설거지를 할 때 매 번 빠지지 않고 설거지를 도맡아 하시는 수사님이 계십니다. 그분은 누구일까요? 바로 저희 수도회 총장 수사님입니다. 수도회의 최고 장상으로서 다른 외부 일정도 많고 여러 가지 고민들로 업무가 바쁘시지만 늘 상 설거지 시간이 되면 누구보다도 먼저 씽크대에 서서 설거지를 하는 총장 수사님을 보게 됩니다. 그렇다고 다른 후배 수사님들이 설거지 하지 않는 것을 나무라거나 쓴 소리를 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묵묵히 설거지를 하며 함께 설거지를 하는 수사님들의 일상을 물으시거나 하루의 일과를 나눕니다. 때로는 설거지가 끝나면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러 모아진 음식물쓰레기를 들고는 음식물쓰레기 장으로 향합니다. 수도회 내에서 수도회와 관련된 모든 권한이 있는 최고 장상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힘든 일을 스스럼없이 해낼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사랑'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예수님께서는 다른 율법학자들과는 다른 새롭고 권위 있는 가르침으로 악령을 쫓아내십니다. 그렇다면 이 새롭고 권위 있는 가르침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됩니다.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오신 이유는 무엇입니까? 그것은 우리가 죄에서 해방되어 사랑 그 자체이신 하느님께 돌아가는 길을 마련해 주시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율법학자들은 율법에 얽매여 이것도 안 된다. 저것도 안 된다. 율법에 어긋나는 것이다.’는 등 오직 문자로 적혀 있는 율법에만 관심을 보이고 사람들을 가르쳐 왔습니다. 율법의 기본 정신, 한 분뿐이신 주님을,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사랑하라.’는 말씀의 의미가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도 하지 못 한 채 말입니다.


 그 러나 예수님은 달랐습니다. 율법의 기본정신인 하느님 사랑은 이웃을 사랑함으로써 실현된다는 것을 알고 계셨습니다. 때문에 사람들이 피하고, 가까이 하려 하지 않는 악령 들린 사람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알고 계셨고, 그에게 필요한 조치를 취해 주셨습니다. ‘사랑의 힘으로 말입니다. 예수님의 권위가 율법학자들과 다른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사랑이 바탕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예수님은 모든 사람이 피하는 더러운 영이 들린 사람을 멀리하신 것이 아니라, 사랑하기 때문에, 그 사람 안에 있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 주신 것입니다. 교회는 이러한 권위를 성품 성사를 통해 저와 같은 성직자들에게 내려 주셨습니다. 그리고 성직자들은 예수님으로부터 시작되어 교회로부터 부여 받은 이 권위를 아픔과 고통으로 신음하는 많은 사람들을 위해 잘 사용해야 하는 의무가 있습니다.

 그러나 비단 성직이라는 권위를 가진 사람들만이 그러한 이웃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오늘 복음에서 나타났듯이 예수님의 새로운 가르침을 본 사람들은 그 가르침을 보고 온 갈릴래아 주변에 소문을 냅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그러한 새로운 권위를 가진 가르침을 보여주신 것은 우리 역시도 예수님과 같이, 예수님의 모습을 본받아 살기를 바라셨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이렇게 미사를 드리는 것도, 또 수시로 기도를 드리는 이유도 예수님과 같이, 예수님의 모습을 닮아 우리 주변에 아픈 이웃들에게 관심을 보이며 살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하는 것입니다.


 가르침은 무지했던 것을 새롭게 알게 해주는 것입니다. 사랑이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은 우리가 아파하는 사람들을 사랑으로 대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삶을 택한 이유는 그분의 삶에서 실천하셨던 애덕을 그분과 같이 실천하기 위해서입니다.

 권위는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 의해 세워지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설거지 때문에 주부습진에 걸린 손을 보면서도, 사랑하기 때문에 총장 수사님은 오늘도 설거지를 하실 것입니다. 다른 형제들 앞에서 자신을 낮추기에 하느님으로부터 부여받은 최고 장상의 권위는 더욱 더 올라갑니다. 우리가 우리에게 주어진 일들과 권한 앞에서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써 사랑으로 임할 때, 또 우리 주변에 아프고 나약한 사람들을 사랑으로 대하며 희생과 사랑을 실천할 때 우리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 빛날 수 있습니다. 오늘 하루를 보내시며 우리 각자는 우리 삶의 자리에서 사랑이라는 예수님의 새로운 가르침을 얼마나 실천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잘 돌아보실 수 있기를 기도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