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과 가까이 시간을 보내는 훈련

 

 


    부제 때 신학교 졸업여행으로 이스라엘 성지순례를 갔었습니다. 이스라엘의 여러 성지들 중에서 특별히 인상 깊었던 곳들이 몇 군데 있었는데요, 그 중에 하나가 예수님께서 본격적으로 공생활을 시작하시기 전에 40일 동안 기도하셨던 유다 광야입니다. 당시에 저희 부제들은 광야에서 침묵 중에 30분 정도 개인기도하는 시간을 가졌었습니다. 그런데 바람소리 말고는 주위에서 그 어떠한 소리도 들리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티끌만큼 작은 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예수님을 비롯한 예전의 수많은 은수자들이 왜 광야에 나가서 수행했는지 절로 이해가 되었습니다.

    요즘 세상은 텔레비전, 인터넷, 스마트폰 등의 매스미디어와 오락과 여가활동의 발전으로 너무나 많은 소리들로 가득 차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무절제하고 무분별하게 매스미디어를 사용하고 여가생활을 즐기다보면 정작 중요한 하느님의 소리와 자기 내면의 소리를 잘 들을 수 없게 됩니다. 그럼에 따라 외적으로 누리는 것들은 풍요로워 보일지 몰라도 우리 내면의 밭은 점점 메말라가게 되지 않나 생각됩니다.


    참으로 역설적이게도, 광야는 지독히 메마르고 빈곤한 땅이었지만, 하느님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너무도 감미롭고 풍요로운 땅이 되었습니다. 마치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처럼 말이지요. 그런데 이스라엘 백성들이 무려 430년간의 이집트 노예생활을 마치고 광야에서 40년 동안이나 헤맨 후에야 비로소 가나안 땅에 들어갈 수 있었고, 가나안 땅에서도 상속문제와 이민족들의 우상숭배 문제 등으로 계속해서 투쟁을 이어나가야 했듯이, 우리 내면이 주님의 뜻에 따라 계속적으로 변화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끊임없는 영적 투쟁과 수련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우리의 주님이신 예수님께서도 우리와 똑같은 인간으로서 끊임없이 영적 투쟁을 하셔야 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전해주듯이, 그분께서도 우리와 똑같이 악령의 유혹을 받으셨는데요, 또한 천사들이 그분의 시중을 들었다고 합니다. 그와 같이 우리 영혼의 원수인 악령이 항상 우리를 따라다니고 우리 곁에 달라붙지만, 또한 성령께서 항상 우리와 함께 하십니다. 창세기 12을 보면 어둠이 심연을 덮고 하느님의 영이 그 물 위를 감돌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처럼 주님께서는 우리가 유혹을 당하고 어려움을 겪고 혼란 중에 있을 때에도 늘 우리와 함께 하시며 우리를 도와주십니다!


    예수님께서 광야에서 40일 동안 특별수련을 마치신 다음에 본격적으로 공생활을 시작하시며 처음으로 선포하신 말씀이, 때가 차서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마르 1,15)였지요. 이 말씀은 다름 아닌, 때가 되어 당신께서 우리에게 오셨으니, 당신께로 마음을 향하는 회개로써 서로 가까워지고 친밀해지자는 우리를 향한 당신의 애정 어린 호소로 들립니다. 그처럼 우리 주님께서는 항상 우리보다 먼저 우리를 사랑하시고, 항상 우리보다 먼저 우리와 사랑을 나누시고자 갈망하십니다! 우리가 그저 주님께서 우리를 짝사랑하시도록 내버려두지 않으려면 주님과 가까이 시간을 보내는 훈련을 충실히 해나가야 하겠습니다. “너희는 멈추고 내가 하느님임을 알아라.”(시편 46,11)는 시편 말씀처럼, 자신에게 기울어져 자신의 힘으로 살다가도 의지적으로 “멈추고”, 주님을 기억하고 다시 주님과 함께 그분의 힘으로 살아가고자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런 훈련을 통해서 우리는 주님과 함께하는 삶이 그렇지 않은 삶보다 더 좋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이 코로나 시대에 마치 황량한 광야를 연상케 하는 삭막하고 메마른 주위 환경은 우리에게 그러한 점을 실습할 수 있는 좋은 훈련장이 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악한 영은 우리를 불안하고 혼란스럽게 하고, 우리에게 미움과 실망, 슬픔과 무기력을 가져다주며, 우리로 하여금 두려움에 얽매여 종살이의 멍에를 메게 합니다. 반면에 성령께서는 우리를 안정되고 질서있게 하고, 우리에게 사랑과 희망, 기쁨과 활력을 가져다주며, 우리를 종살이의 멍에에서 자유롭게 해방시켜줍니다. 우리는 성령 안에서 자신의 구체적인 삶을 바라보는 훈련을 꾸준히 해나감으로써, 선한 영과 악한 영의 열매들을 계속해서 구체적으로 식별해나가며 그 차이를 점점 더 분명히 느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럼에 따라 자연스럽게, 주님께로 보다 더 가까이 다가가고자 하는 갈망이 계속해서 새롭게 생겨나게 될 테지요.


    그러한 끊임없는 수련을 통해서 하느님과의 관계가 친밀해지고 깊어져 갈수록, 우리는 어제 독서 말씀처럼 네 빛이 어둠 속에서 솟아오르고”(이사 58,10), “물이 끊이지 않는 샘터처럼”(이사 58,11) 되는 것을 체험하게 될 것입니다. 그 빛은 다름 아닌 하느님의 빛이고, 그 물은 바로 하느님께서 주시는 은총이지요! 우리가 그렇게 영적으로 성장을 거듭해 나갈수록 악령의 유혹도 더욱 교묘해져 가겠지만, 그보다 훨씬 더 큰 능력을 지니신 성령께서 늘 우리와 함께 계시니 우리는 두려울 것이 없을 것입니다.

    바오로 사도께서는 주님께로 가까이 나아가는 그 여정 중에서 우리는 그분 안에서 살고 움직이며 존재합니다.”(사도 17,28), “지금이 바로 매우 은혜로운 때입니다. 지금이 바로 구원의 날입니다.”(2코린 6,2)라고 고백하셨습니다. 그처럼 풍요로운 주님의 은총 안에서 영적으로 새롭게 거듭나는 은혜로운 사순시기 보내시길 기도드립니다. 아멘.

profile


"하느님의 은총으로 지금의 내가 되었습니다.

하느님께서 나에게 베푸신 은총은 헛되지 않았습니다." (1코린 1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