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자들의 모후 베트남 라방의 성모님

 

 

    라방에서의 성모님 발현에 관한 전승

 

    17988, 푸쑤언에서 떠이썬 왕조의 까잉팅 왕이 천주교 금령을 내려 갑작스럽게 천주교인들에 대한 혹독한 박해가 시작되었다. 병졸들은 마치 경쟁하듯 천주교인들을 추적하고 잡아들여 학대하고 살해하였다.


    꽝찌성()의 교우들은 이 악랄한 박해를 피해서 성에서 약 6 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험하고 인적이 드문 라방 산 속에 피신하였다. 그곳에서 교우들은 병졸들의 추적을 피할 수 있기를 희망하였다. 하지만 적발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밤낮으로 걱정하였고, 또한 숲의 맹수들 때문에 두려움에 떨곤 하였다. 게다가 먹을 양식도 없었고 공기와 물도 좋지 않아 갈수록 많은 사람들이 병들어감에 따라 상황은 극도로 나빠지게 되었다.


    그런 위험 중에서 모든 교우들은 그저 주님과 성모님께 의탁하여, 숲 속의 오래된 반얀나무 아래 모여서 밤낮으로 경문을 외우고 묵주기도를 드리며 성모님께 도와주시고 보호해주시기를 탄원하였다. 자녀들의 주님을 향한 충성어린 마음을 보시고, 특히 극도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것을 보시고는 인자하신 어머니께서는 감동하시어 그들을 가엾이 여기셨다.


    어느 날, 교우들이 모여서 경문을 외우며 기도하고 있을 때, 성모님께서 지극히 아름답고 찬란한 모습으로 나타나셨다. 그분께서는 반얀나무 아래 교우들이 기도하고 있는 곳 바로 가까이, 나무숲 위에 내려오시어 서셨는데, 길고 넓은 옷을 입으셨고, 품에는 아기 예수님을 안고 계셨으며, 두 천사가 그분을 수행하였다.


    성모님께서는 인자하시고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기쁘게 고통을 참아 받으라고 말씀하시며 교우들을 위로해 주셨고, 주위의 나뭇잎을 따서 물에 끓여 마시면 여러 종류의 병들이 나을 것이라고 알려주셨다. 또한 다음과 같이 약속해 주셨다. 자녀들아, 믿고 고통을 참아 받아라. 나는 너희들의 청을 받아들였다. 지금부터 누구든지 이곳에서 와서 나에게 청하면 나는 그 원의에 따라 은총을 내려줄 것이다.”


    성모님께서는 그와 같이 여러 차례에 걸쳐 발현하셨다. 이는 선조들로부터 오늘날까지 전해져 내려온 증언이다. 또한 그 날부터 많은 비신자들도 라방에 와서 기도하고 있고, 성모님께서는 약속을 지키시어 영육 간에 많은 은총을 내려주시고 계신다.

 

    - 출처 : 베트남 훼대교구 라방 성모성지 팜플렛

 

 

    묵상

 

    박해를 피해서 산 속에 숨어 지내던 신자들에게 나타나시어 그들을 위로해 주셨던 라방의 성모님을 통해서 우리는 순교자들의 모후이신 성모님의 면모를 잘 바라볼 수 있습니다. 성모님의 발현을 목격한 신자들 중에는 성모님의 위로에 힘입어 순교로까지 나아간 신자들이 실제로 있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우리는 라방 성모님께서 발현하신 시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라방 성모님께서는 18세기 후반인 1798년에 발현하셨는데요,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은 19세기 초반에 베트남을 통일한 응웬 왕조 시대가 시작되고 나서, 특히 19세기 중반에 베트남 천주교가 제국주의 프랑스의 베트남 침략이라는 역사적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되면서 베트남 천주교 역사상 가장 혹독한 박해가 19세기 전반에 걸쳐서 꾸준하게 지속되었습니다. 1833년부터 1861년까지 지속적으로 천주교 금령이 내려졌고, 1858년부터 1885년 사이에만 10만 명 이상의 천주교 신자들이 처형당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성모님께서는 그처럼 크고 긴 박해가 시작되기 전에 미리 베트남 교회에 힘을 북돋아주시고자 하셨을 것입니다. 가브리엘 천사의 예수님 탄생 예고에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라며 겸손된 순종으로써 예수님의 탄생을 미리 준비하셨던 것처럼, 성모님께서는 하느님의 뜻에 따라 앞으로 다가올 일들을 미리 준비하심으로써 그분의 구원사업에 충실하게 협조해드리는 분이시지요.


    특별히 라방의 성모님께서는 순교자들의 모후로서 당신의 아드님이시자 순교자이신 아기 예수님을 안고 나타나셨습니다. 성모님께서는 죽음의 공포로 말미암아 라방의 음산한 죽음의 골짜기를 지나는”(시편 23,4) 신자들에게 무엇보다도 참 생명을 지니신 예수님을 전해주시고자 하셨을 겁니다. 그리하여 죽음까지 넘어서는 영원한 생명의 샘으로 그들을 인도해주시고자 하셨을 것입니다성모님을 통하여 우리 곁에 참으로 살아계신 영원한 생명의 예수님을 체험한 신자들은 박해로 고통 받고 상처 입은 영혼을 치유 받을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마음의 참된 평화와 안식을 얻어 용감하고 굳건하게 하느님을 증거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우리 자녀들도 성실하신 어머님을 본받아 주님을 따르는 일상의 작은 삶을 통해서 주위의 형제자매들에게 참 생명의 예수님을 전해주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나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베트남 라방의 성모님, 순교자들의 모후이시여, 저희를 위하여 빌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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