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마오로 가던 두 제자의 신비로운 여정

 

 

    요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팬데믹(Pandemic) 상황으로 공장 가동률이 낮아지고 교통량이 줄어들자, 지구 곳곳에서 대기가 깨끗해지고 바닷물이 맑아지는 등의 순기능들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과도한 산업화로 인한 산림파괴와 생태계 교란, 기후변화 등이 신종 바이러스가 발생하는 데에 영향을 끼친다는 견해를 여러 학자들이 밝히고 있습니다. “너희는 멈추고 내가 하느님임을 알아라.”(시편 46,11)는 시편 말씀처럼, 이번 계기로 온 지구촌 공동체가 쉬지 않고 달려온 지난 여정을 총체적으로 되돌아보도록 초대받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오늘 부활 제3주일 복음 말씀을 통해서 주님께서는, 우리가 지나온 신앙의 여정을 찬찬히 되돌아보도록 초대하십니. 엠마오로 가던 두 제자는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 이후에 예수님에 대한 실망감과 더불어 유다인들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하여 예수님의 제자로서의 삶을 그만두기로 결심하고는 피신하듯이 조용히 엠마오로 가던 길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다가가시어 함께 동반해주시며 이끌어주신 덕분에, 그들은 지난 신앙의 여정을 올바르게 다시 바라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특히 제자들은 집에서 예수님께서 빵을 떼어 나누어 주실 때 예수님을 알아 뵙고는, 자연스럽게 길에서의 지나온 여정을 되돌아보게 됨으로써예수님께서 길에서 말씀을 통해서 이끌어주실 때 마음이 뜨거웠음을 잘 인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와 비슷하게 우리들도 요즘 팬데믹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지난 삶을 되돌아보게 되면서, 전에는 잘 인식하지 못했지만 마스크를 쓰지 않고 이웃들과 마음껏 수다를 떨며 소통할 수 있을 때 얼마나 편하고 행복했는지 새삼 깨닫게 되었지요. 또한 바로 얼마 전까지 각 교구마다 신자들과 함께하는 미사가 중단되어 미사에 참례하기가 힘들었을 때, 미사에 참례해서 형제자매들과 한마음으로 주님을 찬미하며, 함께 주님의 말씀을 듣고 주님의 몸을 서로 나누어 모실 때 얼마나 가슴이 충만하고 뜨거웠는지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길에서 우리에게 말씀하실 때나 성경을 풀이해 주실 때 속에서 우리 마음이 타오르지 않았던가!”(루카 24,32)

 

    제자들은 길에서 예수님의 말씀을 들을 때 마음이 뜨거워졌었지만 그것을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가, “지나온 과정을 되돌아봄으로써비로소 잘 인식할 수 있게 되어 마음이 더 뜨거워지게되었을 것입니다마치 우리가 가끔씩 지난 사진들을 찾아서 볼 때 사진 속의 그 당시에는 얼마나 행복한지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었는데, 이내 추억에 잠기고는 그 당시 참 행복했음을 새삼 깨닫게 되어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처럼 말이지요. 그렇듯 우리가 살아가면서 맺는 열매도 중요하지만, 그 열매를 맺기까지의 과정을 바라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특히 하느님과의 관계를 통해서 어떻게 여러 가지 어려움들을 이겨내 왔고 그 과정들을 통과했었는지를 유심히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주일, 한 달, 석 달, 6개월, 1…… 등의 단위로 지난 여정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규칙적으로 가져보시기 바랍니다그럼으로써 우리는 엠마오로 가던 제자들처럼 삶의 여정에서 주님의 손길을 보다 분명하게 느낄 수 있을뿐더러, 앞으로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그 방향성도 잘 알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특별히 요즘 펜데믹 상황으로 인하여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진 이 때에, 주님 안에서, 주님과 함께 잘 머무르는 시간을 가지는 것의 중요성에 대하여 다시금 묵상하게 됩니다. 제가 속한 한국순교복자수도회의 영성 중에 주님과의 온전한 합일을 뜻하는 면형무아(麵形無我)”가 있습니다. 이는 미사 중에 실체변화를 통해서 온전히 예수님의 몸과 하나로 결합되는 제병처럼 우리도 성령 안에서 주님의 뜻에 어긋나는 거짓된 모습을 말끔히 비움으로써 주님과 온전히 하나로 결합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무아라고 해서 결코 허무(虛無)”로 가는 것이 아니라, 주님 안에서 참 자아를 발견하며 주님과 함께 잘 있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님과 함께 머무르며 그분의 모습을 관상하는 시간이 없으면 우리의 모든 활동에서 쉽게 생명력을 잃어버리게 될 것입니다. 엠마오로 가던 두 제자는 여정을 잠시 멈추어 예수님과 함께 집에 머무르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그분께서 주시는 생명의 양식을 받아 모시고 그분의 모습을 보다 제대로 관상할 수가 있었고, 그리하여 그 힘으로 다른 제자들에게 나아가서 기쁜 소식을 더 힘차게 선포할 수 있었을 겁니다. 뿐만 아니라 앞에서 나눴듯이, 엠마오로 가던 제자들은 주님과 함께 집에서 머무르는 시간을 통해서 길에서의 지나온 여정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주님께서 이끌어주신 파스카의 여정을 보다 뚜렷이 바라볼 수 있게 되었고, 그럼으로써 앞으로 나아갈 방향도 더 잘 알게 되었을 테지요. 바로 그 덕분에 제자들은 엠마오로 가던 여정 도중에 지체하지 않고 180도 방향을 바꿔서 다시 예루살렘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것입니다!


    부디, 오늘 부활하신 주님께서 엠마오로 가던 제자들과 동행하시며 그들을 당신의 신비로운 파스카 여정으로 이끌어주셨던 것처럼, 지상에서 나그네의 삶을 살고 있는 우리 인생 여정의 모든 순간에 함께해주시어 우리를 당신의 영원한 생명의 길로 이끌어주시기를 간절히 빕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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