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시는 예수님.jpg


사순 제1주간 화요일 

1독서 : 이사 55,10-11 / 복음 : 마태 6,7-15

 

+. 찬미예수님

    오늘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주님의 기도를 알려 주십니다. 주님의 기도는 성경에 드러난 모든 청원의 내용을 압축하여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따라서 주님의 기도는 모든 청원의 기본이 됩니다. 아울러 주님의 기도는 성경의 핵심인 복음의 기쁜소식을 전하고 습니다. 이처럼 주님의 기도는 가장 완전하고 교회의 가장 뛰어난 기도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기쁜 소식인 주님의 기도를 알려주시며 기도의 서두와 끝머리에 유의 사항으로 겸손과 자비로운 마음을 품으라고 당부하십니다. 겸손한 마음으로 주님 안에 머무를 것을, 자비로운 마음으로 사람을 용서하라고 말입니다. 겸손과 자비는 인간이 보편적으로 지녀야 하는 가치이기 때문입니다. 사순의 첫 번째 주간에 전해지는 이 복음은 우리가 보편적으로 지녀야 하는 기치를 회복시켜 줌으로써 사순에 깊이 잠기게 해줍니다.

 

    사실 오늘 복음이 전하는 겸손과 자비가 우리에게 없다면 기도는 어렵습니다. 우리 안에 이런 마음이 없다면 우리는 영적으로 고립됩니다. 그렇게 고립된 상태에서 나의 바람만 읊조린다면 그건 기도가 아닌 독백이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기도는 주님과의 소통이기 때문입니다. 기도를 통해  나의 바람을 말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의 기도를 듣는 그분께서 우리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헤아려 보아야 할 것입니다.

 

   종신서원을 준비할 때 이었습니다. 저의 아버지께서는 제가 중학생이 되던 해에 일찍 가정을 포기하고 집을 나가셨습니다. 그런 아버지 덕에 어린 나이에 가장의 역할을 부담하고 살아야 했습니다. 제가 너무 어릴 적 가정을 포기하셔서인지, 아버지와 함께한 기억이 많지 않아서 인지 아버지에 대한 서운함이나, 분노는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아버지에 대한 저의 감정은 단지 차가 울 뿐이었습니다. 차라리 화라도 나면 예수님께 하소연이라도 하는데, 화조차 나지 않으니 지향을 두고 기도를 해도 늘 무덤덤할 뿐이었습니다.

 

주님 저는 아버지가 밉지도 않습니다. 눈물조차 나지 않습니다.

어떤 감정도 들지 않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종신서원을 준비하면서 아버지에 대한 부분이 가장 큰 부담으로 다가왔습니다. 주님을 전적으로 제 마음에 모시고자 기도하다보면 늘 아버지가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간절하게 청했습니다. “주님, 혹시라도 제 안에 아버지를 용서하지 못하고 있다면 용서 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라고 말입니다. 될 때까지 청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저에게는 조금씩 변화가 있었습니다. 냉냉했던 아버지에 대한 감정이 조금씩 온기를 되찾기 시작했습니다. 종신 서원을 며칠 앞두고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버지가 없었더라면 이런 기쁨의 순간도 없었겠구나.” 비록 가정을 포기하셨지만 저를 낳아 주신 아버지가 고맙게 여겨졌습니다. 이 여정을 통해 하느님께서 저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아버지의 용서를 통해 저와 소통하기를 원하신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정말 필요한 것을 이루어 주셨습니다.

 

   겸손과 자비로운 마음을 품는 것은 어렵습니다. 쉽지 않기 때문에 예수님께서도 기도의 서두와 끝머리에 당부하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마음을 다하여 겸손과 자비의 마음을 구한다면 숨은 일도 보시는 우리의 아버지께서는 반드시 이루어 주실 것입니다. 이 여정을 통하여 아버지께서는 우리에게 소통의 장을 마련해 주실 것입니다.

 

   현재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고통 받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오늘하루 바이러스로 고통 받는 이들을 위해 그리고 바이러스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땀 흘려 수고하는 모든 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하루가 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