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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성 치릴로 수도자와 성 메토디오 주교 기념일

1독서 : 1열왕 11,29-32; 12,19 / 복음 : 마르 7,31-37



+. 찬미예수님

   오늘 예수님께서는 말하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병자를 치유해 주십니다. 어제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시리아 페니키아 여인의 딸을 치유해 주셨습니다. 여인의 믿음을 보시고 예수님께서는 집에 누워있는 여인의 딸을 치유해 주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치유가 필요한 대상을 직접 보지 않고 원거리에서 기적을 일으키셨습니다. 반면 오늘 우리에게 전해지는 예수님의 행위는 어제와는 사뭇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보통 예수님께서는 손을 잡아 일으키시거나, 말씀만으로 치유하시거나, 단순하게 손을 얹어 병을 낫게 하십니다. 하지만 오늘 예수님께서는 여러 행위를 거쳐 병자를 치유하십니다.

 

   오늘 예수님께 인도되어온 병자는 듣지 못하고 말을 더듬는 이였습니다. 즉 허우대가 멀쩡한 사람이었습니다. 겉보기에 일반인과 전혀 다를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따로 그를 부르시고 손가락을 귀에 넣으시고 침을 발라 그의 혀에 손을 대시고 에파타라고 말씀하시면서 치유하신 것은 구분하시기 위함입니다. 그를 따고 구분하시어 하느님께서 예수님을 통해 그의 삶에 역사하심을 드러내기 위해 예수님께서는 이 같은 행위를 사람들 앞에 보여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오늘 당신에게로 인도된 병자를 외면하지 않으셨습니다. 연일 이어지는 전도 활동으로 힘들고 지치셨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외면하지 않으셨습니다. 세상과 단절된 그의 고통을 공감하셨던 것입니다.

 

   어제 저는 몸이 아프신 어른 수사님을 모시고 병원에 다녀왔습니다. 거동이 불편하신 수사님을 차에 모시고 인천에 있는 병원으로 향하는 저의 머릿속에는 온통 일 생각뿐이었습니다. 손님방 형광등 안정기는 언제 교체하지? 식당 전기공사는 언제하지? 부식창고 콘센트 설치 작업은 언제하지? 논문은 언제 쓰지? 등등 목적지로 향하는 내내 해야 할 일들만 생각했습니다.

 

   진료 접수를 하고 수사님께서 검사를 받으시기 위해 진료실로 들어간 사이 오늘 강론을 위해 복음을 읽었습니다. 복음을 읽고 반추하다보니 수사님을 병원으로 모시고 오면서 수사님 괜찮으세요?” 한마디 말조차도 드리지 않았던 저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수사님이 겪고 계신 고통과 외로움에 대해 귀를 닫고 입을 다문 제 자신이 오늘 복음에 나오는 병자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짧은 순간 예수님께서는 제 곁에 오시어 저의 귀와 입을 열어주시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한 박자 쉬어가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수도원으로 돌아오는 길은 여유가 있었습니다. 퇴근시간이라 길이 막혔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에는 여유가 흐르고 있었습니다. 수사님과 대화도 나누고 의사 선생님께서 말씀해주신 주의사항도 쉽게 설명해드리면서 수사님의 속마음도 듣는 그런 훈훈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앞만 보고 달리다 보면 주변에 풍경들은 보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은 더더욱 어려워지는 것 같습니다. 오늘도 많은 분들이 사도직 현장에서 바쁜 하루를 보내실 것입니다. 오늘하루 말씀 안에서 잠시나마 한 박자 쉬어가시면서 주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눠보는 것은 어떨까 싶습니다. 아마 에파타라는 예수님의 말씀이 우리 안에 머무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