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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4주간 토요일

독서 : 1열왕 3,4-13 / 복음 : 마르 6,30-34


+. 찬미예수님

 

  오늘 복음을 천천히 묵상하다 보니 예전에 어떤 칼럼에서 읽었던 문장이 생각났습니다. “자비란 함께 비를 맞는 것입니다라는 문장입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의 모습을 통해 하느님의 자비를 묵상하게 합니다.

 

   군중은 예수님께서 쉬시기 위해 향한 외딴곳까지 따라왔습니다. 마르코 복음사가는 외딴 곳까지 따라온 군중들을 바라보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묘사하며, “가엾은 마음이 드셨다고 표현하였습니다. 오늘 복음은 오천명을 먹이신 기적사화의 도입 부분입니다. 이미 시간은 저물어가고 있었고, 외딴곳으로 떠나오느라 예수님과 그 일행 그리고 군중은 피로와 허기로 이미 지친 상태이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군중과 똑같은 상태로 함께 그 자리에 머무르십니다. 그리고 그들을 가르치기 시작하십니다. 가르치시고 기적을 행하시기에 앞서 예수님께서는 가장 먼저 군중들과 함께 머무르셨습니다. 비참한 상태에 있는 이들과 함께 머무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위로와 자비를 베풀 수 있음을 예수님께서는 오늘 우리에게 보여주십니다.

 

   제가 신학원에서 생활할 때 일입니다. 당시 저는 허리 디스크로 한참 고생할 때 였고, 저의 동기 안드레아 형제는 희귀질환으로 한참 고생을 할 때 였습니다. 서로 통증으로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지만, 어떻게 도와줄 방법을 몰라서 어설프고 서툴게 서로의 곁에 머물러 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늦은 저녁 서로 부황을 떠주면서 함께 곁에 머무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아무것도 해줄 수 없어서 늘 미안했고 또 미안한 마음 뿐 이었습니다. 다행히 저희는 그 시기를 잘 극복해서 각자의 자리에서 수도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난 지금 그 기억들은 좋은 추억이 되었습니다. 가끔씩 얼굴을 보며 함께 시간을 보낼 때면 그때의 기억을 꺼내어 나누는 시간도 종종 있습니다.

 

안드레아야, 그땐 미안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정말 아무것도 없더라.

어떤 때에는 비참한 마음도 들더라.”


괜찮아 형, 난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위로가 됐어.

함께 같은 공간에 머물러 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됐어. 고마워.”

 

   저 또한 아주 힘든 시기에 동기 형제가 저의 곁에 머물러줘서 많은 위로와 힘이 되었습니다. 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지만, 단지 함께 머물러 주는 것으로도 누군가에게 위로가 된다는 것을 살면서 처음으로 느끼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함께 비를 맞으셨습니다. 가엾은, 즉 애간장이 녹는 마음으로 말입니다. 이 예수님께서 가지셨던 연민과 그분께서 행하셨던 함께 머무름이야말로 사랑의 정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예수님의 마음과 행동이 오늘 우리의 삶에 스며들기를 희망합니다.